리더의 측정법 - 강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50개의 블록
한영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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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기업가가 반세기 동안 쌓아올린 경영 철학을 접하면서, 나는 기업 경영이라는 것이 결국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지표로 전환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계측기를 만드는 회사의 창업자답게, 그는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마치 센서로 측정하듯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해왔다. 용기, 열정, 신용, 안전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조차 그의 손을 거치면 구체적인 측정 대상이 되어 경영의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엔지니어의 사고방식이 경영 현장에 녹아든 결과물이다. 공학에서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온도를 측정할 수 없다면 온도를 조절할 수 없고, 압력을 측정할 수 없다면 압력을 관리할 수 없다. 저자는 이 강력한 원리를 기업 경영 전반에 적용했다. 직원의 역량, 협력사와의 신뢰, 품질의 수준, 심지어 창업 용기까지도 그는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본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제시하는 50개의 블록이 체크리스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블록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블록이 흔들리면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건축물의 벽돌처럼, 각각의 블록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를 지탱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적 사고는 그가 오랜 시간 제조업 현장에서 체득한 시스템적 관점의 산물일 것이다.


저자의 철학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람과 관련된 블록들이다. 인재, 역량, 소통, 보상, 오너십 등 직원과 관련된 요소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는 계량화와 인간미 사이의 섬세한 균형을 발견했다. 그는 직원의 가치를 숫자로 환원하는 냉혹한 경영자가 아니라, 측정을 통해 사람을 더 잘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보상보다 보람을 중시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현대 기업 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전적 보상은 측정하기 쉽지만, 일에서 느끼는 보람은 측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람을 측정할 것인가? 아마도 저자는 직원들의 표정, 업무 몰입도, 자발적 참여, 회사에 대한 애착 등 다양한 비공식적 지표들을 통해 이를 파악해왔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측정이다. 숫자로만 표현되는 것이 측정이 아니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측정이다. 소통을 입이 아닌 발로 해야 한다는 그의 표현도 인상적이다. 말은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몇 번 회의를 했는지, 얼마나 많은 공지사항을 발송했는지, 타운홀 미팅을 몇 차례 개최했는지 등은 모두 기록 가능한 지표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행동으로 입증된다. 약속을 지키는 것,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러한 행동들이 쌓여 신뢰라는 측정하기 어려운 자산이 형성된다.


저자가 품질을 절대우선순위에 놓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조업에서 품질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품질은 제품의 불량률이나 고객 만족도 같은 표면적 지표를 넘어선다. 품질은 하나의 철학이자 기업 문화이며,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점이다. QCD, 즉 품질, 가격, 납기라는 세 가지 요소는 제조업의 영원한 과제다. 이 세 가지는 항상 긴장 관계에 있다. 품질을 높이려면 비용이 증가하고, 가격을 낮추려면 품질이나 납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납기를 앞당기려면 품질이나 비용에 부담이 갈 수 있다. 저자는 이 삼각관계 속에서 품질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임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자세는 협력사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협력사를 단순한 공급자가 아니라 자사의 얼굴로 인식한다. 협력사의 품질은 곧 자사의 품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협력사 선정에 발품을 팔고, 신용을 쌓으며, 갈등을 관리하고, 상생을 추구한다. 각각의 과정이 모두 측정되고 관리된다. 협력사와의 거래 기간, 불량률 변화 추이, 커뮤니케이션 빈도와 질,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등이 모두 기록되고 평가의 근거가 된다.


2000년대 초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경험은 저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측정 능력을 요구했을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통용되던 측정 기준과 방법론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문화가 다르고, 법과 제도가 다르며, 비즈니스 관행이 다르다. 이러한 환경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저자는 국제화를 단순히 수출 증대나 시장 확대의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며,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작업이다.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핵심 가치는 유지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도, 품질에 대한 기준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히든 코스트에 대한 그의 언급도 주목할 만하다. 해외 투자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 외에 수많은 숨겨진 비용이 존재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소통 비용,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관리 비용, 현지 법규와 관행을 이해하는 데 드는 학습 비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비용들을 미리 측정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글로벌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감사함을 글로벌 비즈니스의 블록으로 제시한 것도 흥미롭다. 이는 단순한 정서적 태도가 아니라, 상호 존중과 문화적 겸손함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자세다. 다른 문화를 대하는 태도, 현지 파트너를 존중하는 방식,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는 노력 등이 모두 감사함이라는 블록을 구성한다.

저자가 현장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보고서와 데이터는 현실의 일부만을 보여주지만, 현장은 모든 것을 드러낸다. 현장에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수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직원들의 표정, 기계의 소리, 작업 동선의 효율성, 정리정돈 상태, 분위기 등은 모두 중요한 측정 대상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도 현장에서 출발한다. 안전사고는 단순히 통계적 수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아차사고의 빈도, 위험 요소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 수준, 안전 규정 준수율, 보호장구 착용률 등 다양한 선행 지표들을 통해 안전은 측정되고 관리된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징후를 포착하고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 관리다. 연구개발에 대한 그의 관점도 현장 중심적이다. 연구개발은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생산 공정의 비효율을 개선하며, 품질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연구개발이다. 따라서 연구개발의 성과는 특허 건수나 신제품 출시 횟수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현장의 문제 해결 속도, 개선 제안의 실행률, 공정 효율의 향상 등이 모두 연구개발의 지표가 된다.


50년을 경영해온 기업가가 100년 기업을 꿈꾸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100년 기업은 단순히 오래 존속하는 회사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본질적 가치는 유지하고,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성장하면서도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업이다. 기업의 목적에 대한 그의 성찰은 깊다. 우리는 왜 사업을 하는가?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기업의 모든 활동을 정당화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일터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답이 나온다. 미래세대의 기업가정신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본질은 유지하되 방법은 진화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측정하고 추적하며 제어한다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현하는 도구와 방법이 달라질 뿐이다. 미래의 리더들은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기업 경영의 근본 원칙은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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