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 세상을 읽는 기술
에드워드 R. 듀이.오그 만디노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변화와 사건들을 경험한다. 주식시장의 급락과 급등, 경기침체와 호황의 반복, 자연재해의 발생 주기, 심지어 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과연 우연의 산물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어떤 규칙성이 존재하는 것일까? Edward R. Dewey와 Og Mandino가 공동 저술한 『Cycles: The Mysterious Forces That Trigger Events』는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책은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작동하는 주기적 패턴의 존재를 과학적 데이터와 철학적 성찰을 통해 탐구하는 야심찬 시도이다

책의 핵심 주장은 자연계와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이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반복된다는 것이다. Dewey는 이를 추측이 아닌 엄밀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입증하려 시도한다. 그가 발견한 주요 사이클들은 18.2년 주기의 부동산 사이클, 9.6년 주기의 주식시장 사이클, 11년 주기의 태양흑점 활동, 기후변화의 장주기 패턴, 전쟁과 평화의 반복, 정치적 변화의 주기성, 동식물의 개체수 변화, 질병의 유행 주기 등이다. Dewey의 연구 방법론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그는 수십 년, 때로는 수백 년에 걸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동평균(moving average)과 통계적 분석을 통해 숨겨진 패턴을 찾아냈다. 특히 그가 개발한 '스펙트럼 분석' 기법은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다양한 주기들을 분리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영역의 사이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예를 들어, 태양흑점 활동의 11년 주기가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농업생산량과 경제활동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의 복잡계 이론이나 나비효과 이론의 선구적 사고로 평가받을 만하다.

Dewey의 사이클 이론은 여러 측면에서 학문적 가치를 갖는다. 첫째, 그는 경제학을 순수한 인문사회과학에서 자연과학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경제현상을 물리학이나 천문학의 주기적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이었다. 둘째, 그의 연구는 현대 시스템 이론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서로 다른 영역의 현상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은 오늘날의 네트워크 이론이나 복잡적응시스템 이론과 맥을 같이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의 실증적 접근방식을 통해 직관적 추측을 과학적 가설로 발전시켰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Dewey의 분석 방법은 당시 기준으로는 혁신적이었지만, 현대 통계학의 엄밀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특히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통계적 유의성에 대한 검증도 부족하다. 또한 사이클 패턴을 찾는 과정에서 이론에 맞는 데이터만을 선별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패턴을 찾지 못한 사례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반증 시도가 부족하다. 특정 영역에서 발견된 주기성을 모든 영역에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회현상의 복잡성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사이클의 존재를 입증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은 경제 예측이 빗나간 사례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Dewey의 사이클 이론은 현대 과학의 여러 분야와 흥미로운 연결점을 보인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나 프랙탈 구조는 Dewey가 발견하고자 했던 숨겨진 질서와 유사한 개념이다. 또한 생태학에서의 포식자-피식자 관계의 주기성, 경제학에서의 콘드라티예프 파동 이론 등은 모두 Dewey의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 21세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Dewey의 사이클 이론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대량의 데이터 분석과 패턴 인식이 가능해지면서, 그의 가설들을 보다 정교하게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현대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나 경제 예측 모델들은 Dewey가 추구했던 사이클 분석의 현대적 구현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Dewey가 발견한 일부 사이클들은 인간의 심리적 편향과 집단 행동 패턴으로 설명될 수 있다. 버블과 공황의 반복, 유행의 주기성 등은 인간의 인지적 편향과 군집심리로 설명 가능하다.

많은 투자자들과 사업가들이 Dewey의 사이클 이론을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려 시도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입문서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실용적 가치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18년 주기나 주식시장의 중장기 사이클은 어느 정도 경험적 타당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클들도 완벽하지는 않으며, 예외적인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Dewey의 이론은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기순환의 주기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정책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경제 충격의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경제정책은 정치적 고려사항, 국제정세, 기술혁신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너무 많아 사이클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책은 복잡한 경제 이론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딱딱한 통계 자료와 그래프들을 흥미로운 일화와 사례들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특히 역사적 사건들을 사이클 이론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부분들은 매우 흥미롭다. 책 전반에 걸쳐 풍부한 그래프와 도표가 제공되어 복잡한 주기적 패턴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으며, 현대의 데이터 시각화 트렌드를 선도한 측면이 있다. Dewey와 Mandino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었을 것이다. 무작위적이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실 속에서도 어떤 질서와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영원한 탐구정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힐 가치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