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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없이 돈 주고받는 기술
염지훈.정현호 지음 / 서사원 / 2025년 9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거나, 가족 구성원 간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한 가족애의 표현이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혼 자금 마련, 내집 마련 지원, 사업 자금 조달 등 가족을 위한 선의가 법적 분쟁이나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변질되는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합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자산 이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탈세와 절세의 경계선을 명확히 하고, 국세청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적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정 관리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신간을 읽었다. <세금없이 돈 주고받는 기술> 제목이 직설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증여'와 '차용'의 개념적 차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의도치 않게 세법 위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증여는 대가 없이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로, 받는 사람에게 증여세 의무가 발생한다. 반면 차용은 향후 상환을 전제로 한 금전 대여로, 적절한 절차를 거치면 증여로 간주되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보는 국세청의 관점이다. 아무리 차용증을 작성했다 하더라도 실제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이자 없는 장기 대여가 지속된다면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족 간 금전 거래에서는 명확한 약정과 실질적인 이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무이자 대출의 경우, 연간 천만 원 상당의 이자 혜택까지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약 2억 1천 7백만 원 규모의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이 한도 내에서는 무이자 대여가 가능하다.
증여세 공제 제도는 가족 간 자산 이전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도구다.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10년 주기로 5천만 원(미성년자는 2천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재산을 이전할 수 있다. 배우자 간에는 6억 원, 기타 친족 간에는 1천만 원의 한도가 적용된다. 이러한 공제 제도를 체계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3-3-6-6 전략'이다. 자녀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하여 0세부터 10세까지 2천만 원, 11세부터 20세까지 또 2천만 원, 성인이 된 후 21세부터 31세까지 3천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총 6천만 원을 증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31세까지 총 1억 원을 세금 없이 이전할 수 있다. 여기에 결혼 후 혼인증여공제까지 활용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결혼 후에는 양가 부모가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까지 추가 증여가 가능하므로, 생애 전체로 보면 3억 원 이상의 자산을 세금 부담 없이 이전할 수 있는 것이다.
현금 증여와 달리 부동산 이전에는 더욱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미래 가치 상승분에 대한 세금 부담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부담부 증여'와 '저가양수도' 전략이다. 부담부 증여는 부동산과 함께 그에 따른 부채(담보대출, 전세보증금 등)도 함께 이전하는 방식이다. 부채 부분은 양도로 간주되어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고, 순자산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증여세율이 양도소득세율보다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저가양수도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방법이다. 시가와 거래가액의 차이가 시가의 30% 또는 3억 원 중 적은 금액 이하라면 증여로 간주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 원인 부동산을 7억 원에 자녀에게 양도해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개인 차원의 증여 한도를 넘어서는 대규모 자산 이전에는 가족법인을 활용한 전략이 효과적이다. 가족법인에 대한 무이자 대여는 개인 간 무이자 대여보다 한도가 크고, 법인을 통한 사업 운영으로 얻는 수익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이 적용되어 개인소득세보다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법인 지분의 증여는 현금 증여와 달리 평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상장법인의 경우 유동성 할인, 지배권 할인 등을 통해 실제 가치보다 낮은 평가액으로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크다. 다만 가족법인 설립과 운영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사업 활동 없이 절세만을 목적으로 한 페이퍼 컴퍼니는 국세청의 부인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실체를 갖춘 사업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아무리 완벽한 절세 계획도 세무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특히 부동산 취득자금 조사는 취득 후 2-3년 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거래의 근거 자료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다. 차용증 작성 시에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인적사항, 대여 원금, 이자율, 상환 방법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또한 실제 상환이 이루어졌다는 증빙(계좌이체 내역, 현금 수수증 등)도 함께 보관해야 한다. 현금 거래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억 단위의 현금 인출이나 입금은 자금출처조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현금 거래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용도와 경위를 명확히 기록해두어야 한다.
세금 없는 자산 이전의 핵심은 불법적인 탈세가 아닌 합법적인 절세에 있다. 국세청이 정한 룰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체계적인 계획, 그리고 철저한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절세 효과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가족의 전체적인 재정 상황과 장기적인 목표를 고려한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수립하다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세금 없는 자산 이전은 종합적인 자산 관리 철학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 법적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가족의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정 관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