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튜드 -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고독의 시간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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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독(loneliness)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이 2018년 '외로움 장관'을 임명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고독과 관련된 사회 현상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에 읽은 18세기 말 독일의 의사이자 작가였던 요한 게오르크 치머만(Johann Georg Zimmermann, 1728-1795)이 제시한 '고독(solitude)'의 개념은 이러한 현대적 문제의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접근한다. 치머만에게 고독은 사회적 고립이나 소극적 휴식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신적 수양의 공간이었다.

치머만은 『고독에 대한 성찰』(Betrachtungen über die Einsamkeit, 1756), 『고독에 관하여』(Von der Einsamkeit, 1773), 그리고 방대한 4권의 『고독에 대하여』(Ueber die Einsamkeit, 1784-85)를 통해 고독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담론을 구축했다. 이 작품들은 의학, 문학, 역사적 사례 분석을 포함하는 학제적 접근을 보여준다. 치머만의 고독론이 고전적인 정신 수양(cultura animi)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동시에 18세기 말 새롭게 부상한 주체성과 개별성을 잘 보여준다.

치머만의 고독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의 교양'(cultura animi)이라 불리는 고전적 전통을 살펴봐야 한다. 이 전통은 영혼이 열정과 욕망에 의해 병들고 교란된다고 보며, 철학이 이에 대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키케로부터 시작하여 페트라르카, 몽테뉴에 이르기까지, 이 전통에서 고독은 단순한 물리적 격리가 아니라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내적 작업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페트라르카는 『고독한 삶』(De vita solitaria)에서 "인간의 정신은 가시덤불로 뒤덮인 기름진 밭처럼 오류로 가득 차 있으며, 이것들을 부지런히 뽑아내지 않으면 열매는 꽃과 함께 똑같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몽테뉴 역시 『고독에 관하여』에서 진정한 고독은 "우리 자신을 고립시키고 되찾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영혼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고독은 외부 환경의 평온함이 아니라 내적 성찰과 자기 통제를 통해 달성되는 것이었다.

치머만의 고독론에서 장 자크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Reveries du promeneur solitaire)에 대한 비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루소는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자신을 "지상에서 혼자 남겨진 자"로 묘사하며, 고독 속에서 자신에 대한 최종적 탐구를 수행하고자 했다. 그는 "의사들이 공기의 일상적 상태를 알기 위해 공기에 대해 수행하는 것과 같은 작업을 나 자신에게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머만은 루소의 이러한 시도를 근본적인 실패로 평가했다. 루소가 "병든 상태에서 고독에 직면할 때 그런 정신조차 얼마나 어둡고 거짓된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치머만에 따르면, 루소의 문제는 고독 자체가 아니라 올바른 방법론을 따르지 않은 데 있었다. 루소는 열정과 감정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대신, 오히려 그것들을 탐구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는 정신을 더욱 병들게 하고 교란시킬 뿐이었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치머만은 고독이 수동적 상태가 아니라, 동기, 준비, 체계적 방법을 요구하는 적극적 상태임을 강조했다. 진정한 고독은 cultura animi의 전통에 따라 정신의 질병을 치료하고 평온함을 달성하기 위한 인지적 훈련의 결과여야 했다.

치머만의 고독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것이 정신적 평온의 달성을 넘어서 무한한 완벽성의 추구와 심지어 천재성의 실현으로까지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 정신은 탐구의 끝을 보지 못한다. 탐구는 관찰과 연결되고, 실험은 결론과 연결되며, 즉시 한 진리가 다른 진리로부터 이어진다"고 말했다. 고독 속에서의 체계적 자기 검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자기에 대한 더 깊고 완전한 지식으로 이끈다. "고독의 엄숙한 시간에 당신 안에서 자아감이 동요할 때; 당신에게 여전히 낯설고 단지 짧은 시간 동안만 연결된 것의 환상이 당신의 눈앞에서 사라질 때; 당신의 정신이 마치 자신의 존재의 깊이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할 때; 그가 자신 안에서 발견하지 못할 어떤 능력, 어떤 힘, 더 높은 완벽성과 행복에 대한 어떤 적성이 있겠는가!" 이러한 완벽성의 추구는 천재성의 실현과도 연결된다. "고독은 종종 천재성만을 깨우며, 내적 힘을 통해, 권력자들의 어떤 도움도 없이, 어떤 격려도 없이, 심지어 가장 가난한 보상으로도... 깊은 성찰이 때때로 고독한 장소에서 이해와 상상력의 최고 능력을 불러일으키고, 가장 큰 감각과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치머만의 고독론은 고전적 cultura animi의 규율과 통제를 넘어서서, 주체성의 탐구와 무한한 자기 완성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옛 세계'에 한 발을, '새로운 세계'에 다른 한 발을 디딘 치머만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고독에 대한 고도로 복합적이고 예민한 분석을 제시했다. 끝없는 치료법과 자기계발 프로그램의 흐름을 통해 추진되고 가속화되는 개별적 자아실현에 대한 현대적 강박은 치머만의 담론에서 발견되는 바로 그 양가성을 반영한다. 치머만의 고독은 사회적 격리나 수동적 휴식이 아니라, 자기 탐구와 완성을 위한 적극적 수양의 공간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의 '외로움 위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을 회피해야 할 병리적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준비와 방법론을 통해 자기 이해와 정신적 성장의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치머만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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