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안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지하철을 타며, 직장에서 일을 하며,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태원 압사사고,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등 연이어 발생하는 사회적 참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새 정부에서도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가벼이 여기고 있는 안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신간을 읽었다. 유인종님의 <생각을 바꿔야 안전이 보인다>였다.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한다. 안전에 대한 의식이나 시스템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고,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근본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이나 국민의 안전의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나 제도적 미비 때문만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인식은 이 책이 사고 사례만을 나열하거나 기술적 해법만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는 근본적 성찰을 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나라 대형 재난의 6가지 공통점이다. 재래형(후진국형) 사고의 반복, 똑같은 사고 원인, 구조적 문제 개선 의지 부족, 애도와 의전 중심의 사죄, 보여주기식 대책 남발, 그리고 냄비처럼 끓었다 식는 안전의식의 반복. 이는 마치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해부하는 정밀한 진단서 같다.반세기 동안 발생한 각종 대형 재난들이 시간과 장소, 피해자만 달라질 뿐 너무나 똑같은 판박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고전과 역사로 눈을 돌린다. 2부에서 전개되는 고전에서 배우는 재난안전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편작 3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로 평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라는 교훈을 전한다. 특히 편작의 큰형이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병을 미리 알고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대목은 진정한 안전관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의 교훈도 깊은 울림을 준다. 화재 예방책을 제안한 사람은 상을 받지 못하고 불난 뒤 불을 끈 사람이 상을 받는다는 이 고사는 현재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현실을 정확히 꼬집는다. 사고가 일어난 후 수습하는 사람은 영웅 대접을 받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하는 사람의 공로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안전에 대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시각의 문제를 드러낸다.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한자성어들은 모두 안전관리의 핵심 원칙들과 맞닿아 있다. '필작어세(必作於細)' - 세상의 큰 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 말은 하인리히 법칙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중대재해는 갑자기 일어나지 않으며, 반드시 그 이전에 수많은 징후와 경미한 사고들이 선행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안전관리에서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불려지환(不慮之患)' -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큰 재앙이 발생한다는 교훈은 현대적 위험관리 이론과도 부합한다. 예상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미리 대비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기는 무방비 상태에서 발생하므로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전관리에서 상상력과 창의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선유자익(善游者溺)' - 헤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다는 교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여 방심하는 순간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 말은 숙련된 작업자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안전의 역설을 잘 보여준다. 익숙함이 오히려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 이는 모든 안전관리자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교토삼굴(狡兎三堀)'의 지혜도 인상적이다. 영리한 토끼는 숨을 수 있는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이 말은 안전을 위해서는 항상 여러 개의 대안과 예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하나의 안전장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현대적 안전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여러 고사성어를 통해 안전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안전이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철학적, 문화적 문제라는 점이다. 저자가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다"라고 한 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안전은 99%를 잘해도 1%가 잘못되면 0이 되는 것"이라는 표현은 안전의 절대적 특성을 명확히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우리가 과거의 참사들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분노하고 대책을 세우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저자가 제시하는 고전의 지혜들은 모두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를 담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고 시대는 변해도 안전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고, 작은 징후를 놓치지 않아야 하며, 방심하지 말고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것들은 영원한 진리다. 이 책은 안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