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똑같은 개는 없다 - 유치원에 간 강아지, 인지과학을 만나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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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더콜리가 가장 똑똑하다"는 우리의 상식은 과연 옳을까? 듀크대학교의 개 인지 연구소를 이끄는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 부부는 이 책에서 개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10년간 미국 최대 보조견 단체인 케이나인 컴패니언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축적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5만 명의 견주가 참여한 도그니션 프로젝트 데이터 분석 결과, "특정 견종이나 견종군이 '더 영리하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 보더콜리, 푸들, 저먼 셰퍼드 같은 '똑똑한' 견종도 어떤 인지 영역에서든 최상위에 오르지 못했다. 저자들이 지적하듯 이는 "인류가 인종, 성별, 피부색 등으로 차별을 자행했던 '흑역사'"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개를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세상에 똑같은 개는 없다>를 통해 상세히 알아본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다중 지능 이론'이다. "개의 털 색깔이 눈 색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듯이, 어떤 개가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의 몸짓을 읽는 능력까지 뛰어난 것은 아니다." 기억력이 좋은 개가 자제력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인지 능력은 "알파벳을 이루는 글자 하나하나와 같다." 이 관점의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 개를 '똑똑하다/멍청하다'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아도 된다. 대신 각 개체가 가진 고유한 인지적 장점들을 발견하고 키워줄 수 있다. 보조견 과정에서 탈락한 개들도 다른 영역에서는 놀라운 재능을 보일 수 있다.

책의 백미는 강아지 인지 발달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다. 듀크 대학에서 101마리의 강아지를 생후 8주부터 20주까지 2주마다 추적 관찰한 결과는 혁신적이다. 강아지의 인지 능력은 "스위치를 올리면 켜지는 전구"처럼 갑자기 나타나지도, "점진적으로 밝아지는 조명"처럼 일정한 속도로 발달하지도 않는다. 대신 "빛으로 연주되는 교향곡"과 같다. 각 인지 기능이 서로 다른 시점에 등장하며, 발달 속도도 제각각이다.

케이나인 컴패니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저자들은 어떤 강아지가 보조견으로 성공할지 예측하는 지표들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 중 하나는 '분식증(똥 먹기)'이었다. "138마리의 안내견 강아지를 기른 사람들이 응답한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똥을 먹는 개가 보조견 과정을 졸업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역설적 지표들은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제력 검사에서 실패하는 것이 오히려 일부 작업견의 성공을 예측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양육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양육이 강아지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했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레인보우라는 강아지에게 잠자는 법을 가르치려다 실패한 경험담은 웃기면서도 교훈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화 시기(8-18주)의 중요성은 강조한다. "이 10주 동안에 빠른 뇌 성장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에 데려온 후 몇 개월간 강아지는 타고난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다."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 중 하나는 콩고의 기억 실험이다. 4년 전에 배운 44가지 과제 중 18가지는 그동안 한 번도 연습하지 않았는데, 콩고는 그 중 11가지(61%)를 즉시 기억해냈다. "아무런 연습도 하지 않고 상기해준 적도 없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기술을 정확히 기억해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연상케 한다. "20년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의 개만이 알아보았다는 얘기가 신화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구의 실용적 가치는 명확하다. 강아지 훈련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각 개체의 고유한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문제 행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예측의 한계도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렇게 많은 강아지를 키워보았지만 여전히 어떤 녀석이 보조견으로 성공을 거둘지 알기는 불가능하다." 위즈덤처럼 모든 사람이 성공을 예측한 강아지도 있지만, 에리스나 스파키처럼 "지금도 어떻게 졸업했는지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녀석들"도 있다.

이 책의 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는 다양성, 개성, 편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기질이 교향곡이라면, 기질은 그 교향곡이 연주되는 음조에 해당한다"는 표현처럼, 저자들은 과학적 엄밀함과 시적 감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훌륭한 개와 함께하는 삶의 단점은 언젠가 녀석을 잃는다는 것"이지만, "그것은 축복이기도 하다. 개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르쳐준다"는 성찰은 이 책이 과학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개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에 관한 책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과학적 데이터로 해체하면서도, 각 개체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저자들의 결론은 명확하다. "모든 강아지는 다르다." 그리고 이 다름이야말로 그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알아맞히기 게임" 같은 직관이 아니라, 각 개체를 이해하려는 과학적 접근이다.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개를 견종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게 되었다. 대신 각각의 개가 가진 고유한 '교향곡'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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