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수학 사전 - 외계어 같던 개념이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벤 올린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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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Ben Orlin : Math for English Majors: A Human Take on the Universal Language> 수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벤 오를린(Ben Orlin)의 최신작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 비수학자를 위한 수학 도서라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장르로 매력적이다. 이 책은 수학이 공식과 지시사항의 집합이 아니라, 영어와 마찬가지로 이해를 전달하고 아름다운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언어라는 근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오를린의 독특한 접근법은 그의 케릭터에서 시작된다. 해부학적으로 부정확하고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선과 원, 그리고 기타 도형들의 집합체인 이 그림들은, 역설적이게도 수학을 살아있게 만드는 기발함을 보여준다. 공식과 지시사항이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출구가 될 수 있다면, 오를린의 재미있는 그림들은 입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수학은 정말로 보편적 언어일까?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제시한 이 아이디어는 수세기를 거쳐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Ben Orlin은 이 질문에 대해 독창적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수학교육자이자 작가인 Orlin은 수학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해소하려는 Orlin의 진정성 있는 시도에 있다. 그는 "학생들이 수학을 바라보는 좌절감에 대한 나의 좌절감"에서 이 접근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들은 다른 과목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영어 시험을 앞두고 악몽을 꾸지는 않는다"는 그의 관찰은 매우 통찰력 있다.

Orlin의 핵심 아이디어는 수학의 구성 요소들을 언어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는 숫자를 명사로, 수학적 연산을 동사나 문법 구조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은유적 비교를 넘어서, 수학적 사고의 본질적 구조를 드러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숫자를 명사로 보는 관점은 특히 흥미롭다. Orlin은 "7"이라는 숫자 자체는 의미가 없으며, "일곱 개의 구슬"에서처럼 다른 것을 설명하는 형용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마치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에서 "아름다움"이라는 명사가 탄생하듯, "일곱"이라는 형용사에서 "7"이라는 명사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추상적인 수학 개념을 구체적이고 친숙한 언어 개념으로 연결시켜 준다. 연산에 대한 해석은 더욱 도전적이다. 2+3에서 덧셈 기호(+)를 단순한 계산 명령이 아닌 문법적 구조로 보는 관점은 혁신적이다. 이 기호가 "그리고"라는 접속사나 "와 함께"라는 전치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은 수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특히 음수 개념을 "해수면 아래 300피트" 또는 "발사 15분 전"과 같은 구체적 상황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방식은 교육적으로 매우 유용해 보인다.

Orlin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은 "계산"에서 "구조 읽기"로의 변화이다. 그는 1+1을 보았을 때 즉시 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먼저 그 표현의 구조를 관찰하라고 제안한다. 이는 수학을 단순한 연산 도구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로 바라보는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단순히 정답을 찾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Orlin의 방법은 수학을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3×7×11과 같은 식을 보았을 때, 서둘러 계산하려는 학생과 "아, 좋은 수네"라고 여유롭게 바라보는 학생의 대비는 이러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

Orlin의 접근법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수학을 일상생활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다. 그는 수학이 "해외여행 때나 꺼내보는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제안, 아이디어, 위험, 기회들을 이해하는 데 매일 사용해야 하는 언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은 "수학을 언제 사용할까?"라는 학생들의 영원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Orlin의 답은 단순하다: "모든 곳에서, 매일 사용해야 한다." 수학은 일상적 질문들에 답하고, 우리가 세상과 우리의 행동에 대해 더 많은 통제권을 갖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부채 개념을 통해 음수를 설명하는 방식은 이러한 실용적 접근의 좋은 예다. "이웃에게 3달러, 사촌에게 9달러를 빚졌다면, 총 12달러를 빚진 것"이라는 설명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경험과 연결시키는 교육적 효과를 잘 보여준다.

Orlin의 아이디어 중 흥미로운 부분은 문학 작품 속 수학적 메타포들이다. Dave Richeso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쥬라기 공원』의 카오스 이론, 『모비 딕』의 기하학적 특성, 『파이 이야기』의 무리수 개념 등은 수학과 문학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예들은 Orlin의 접근법이 인문학과 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더 큰 시도의 일부임을 나타내 준다. 물론 Orlin의 접근법에 대한 비판도 존재할 것이다. 수학을 "보편적 언어"로 보는 관점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나 언어 기반 학습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오히려 장벽이 될 수 있다. 또한 수학을 더욱 언어 중심적으로 만들 경우,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표준화 시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용적 우려도 있다. 또한 "명사, 동사, 형용사가 정확히 무엇인지"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이는 Orlin의 비유가 완전히 체계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접근 방법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Orlin의 접근법이 갖는 가장 큰 의의는 수학 교육에 대한 근본적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수학 교육이 주로 절차적 지식과 계산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의 방법은 수학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한다. Orlin은 수학을 차갑고 추상적인 기호 체계에서 따뜻하고 살아있는 소통의 수단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그의 접근법이 수학 교육의 새로운 지평은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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