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없어 고양이 - 무심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아세움(박교은)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밖으로 늦은 오후의 빛이 스며든다. 하루 종일 쫓겨 다니듯 살아온 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내쉰다. 이때 고양이 한 마리가 조용히 다가와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온기만을 나누며 다가온다. 최근 들어 이런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춰 서고 싶어지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떠오르는 것은 늘 고양이의 모습이다. 애써 무엇인가 되려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존재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그런 '존재하는 법'이 아닐까. 끊임없이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온 우리에게, 고양이는 조용히 말없는 가르침을 건넨다. 때로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이번에 박은교님의 신간을 읽었다. 책을 통해 많은 고양이와 함계 위안을 가졌다. ^.^

처음 고양이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작은 생명체는 나의 감정 상태에 크게 개의치 않으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갔다. 내가 우울해하든, 기뻐하든, 그는 그저 햇볕이 드는 곳을 찾아 몸을 말고 잠들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 무심함이 서운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그의 무심함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였다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반응하기를 요구한다. 기쁠 때는 더 기뻐하고, 슬플 때는 빨리 극복하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런 요구와는 거리를 둔 채 자신의 속도로 살아간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배웠다. 모든 순간에 완벽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어느 날 회사에서 큰 실수를 하고 집에 돌아온 적이 있다. 자책감에 휩싸여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데, 고양이가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무언의 동행이 어떤 말보다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하며 산다. 위로하려 애쓰고, 조언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고양이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존재감은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할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함을 선사한다.
고양이를 관찰하며 가장 부러웠던 점은 그들이 결코 자신을 다른 존재와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옆집 고양이가 더 예쁘다고 위축되지 않고, 더 비싼 사료를 먹는다고 질투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간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SNS를 열 때마다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작아진다.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해하고, 성취하지 못한 것들을 세어가며 자책한다. 언제부터인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고양이는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잔다. 그 단순한 원칙 속에는 자신의 욕구를 가장 우선시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물론 이기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개월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각자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승진한 사람, 결혼한 사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점점 작아졌다. 나는 무엇을 이뤘을까, 내 삶은 정체되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를 보니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창가에서 털을 다듬고 있었다. 그 평온한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각자 걸어가는 길이 다를 뿐, 누구의 것이 더 나은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 고양이처럼 살기로 했다. 남의 속도에 맞춰 뛰려 애쓰지 말고, 내 리듬대로 걸어가기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중요한 것은 나만의 걸음걸이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고양이에게도 상처받는 순간이 있다. 다른 고양이와 싸우고 돌아온 날, 아픈 곳을 핥으며 조용히 회복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상처를 숨기려 하지도, 과도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는 상처받으면 두 가지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하게 버티거나, 아니면 상처에만 매몰되어 헤어나지 못하거나. 하지만 고양이의 회복 과정을 보며 배웠다. 상처를 인정하되 거기에 머물지는 않는다. 작년 이맘때,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었다. 몇 달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며칠간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런 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고양이가 어느 날 내 곁으로 와서 가르랑거렸다. 평소보다 더 오래 내 옆에 머물며, 때로는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위로를 느꼈다.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점차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완전히 회복되길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것. 아직 아픈 부분이 있어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고양이처럼 자연스럽게, 억지로 서두르지 말고 내 속도대로 말이다.

고양이는 독립적이지만 외롭지 않다. 혼자 있을 때도 당당하고, 함께할 때도 자연스럽다. 그들만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다가간다. 이런 균형감이 부럽다. 우리는 종종 관계에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상대방을 기쁘게 하려다 보니 내 진짜 모습을 감추게 되고, 미움받을까 봐 거짓으로 포장하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명확하게 거부하고, 원할 때는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최근 인간관계에서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무리를 했고, 결국 서로 상처받는 일이 생겼다. 그때 고양이의 행동을 떠올렸다. 그들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존중이라는 걸 안다.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무조건적인 헌신이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건강한 거리감 속에서 피어나는 신뢰.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그런 관계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