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쳤을 뿐이에요
뎁 스몰렌스키 지음, 이상훈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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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예전처럼 열정이 솟아오르지 않을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이미 지쳐있는 이 몸과 마음을 바라보며, 나는 자꾸만 '나약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스스로에게 붙였다. 마치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 노력이 모자란 사람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느끼는 이 무력감은 나의 성격적 결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수십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뇌가,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무수한 자극들 속에서 필사적으로 버티다가 지쳐버린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스스로를 탓하며 보낸 시간들이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마치 오래된 컴퓨터에 최신 프로그램을 여러 개 동시에 돌리며 "왜 이렇게 느려?"라고 화내는 것과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이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스마트폰 화면이고. SNS를 스크롤하며 새로운 자극을 찾고, 유튜브 영상을 연달아 보며 시간을 보내고, 끊임없이 알림이 울리는 메신저에 반응한다. 이 모든 것들이 도파민을 추구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욕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동시에 안도감과 경각심을 느꼈다. 안도감은 내가 의지력이 약해서 휴대폰을 못 놓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왔고, 경각심은 이런 패턴이 결국 나의 뇌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악순환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새로운 자극에 중독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깊이 있는 집중이나 진정한 만족감은 느끼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 이것이 바로 현대인인 나의 초상이었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니, 왜 내가 항상 뭔가 부족함을 느끼며 더 많은 자극을 찾아 헤매는지 명확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의도적으로 도파민을 절약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편도체가 뇌를 납치했을 때의 상태를 '브레인 오프'라고 하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감정적으로 격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극도로 피곤할 때 나타나는 그 상태 말이다. 그럴 때면 평소 같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산더미처럼 느껴지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어려워진다. 마치 내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전전두엽 피질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된다. "아, 지금 내 뇌가 오프 상태구나"라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면, 그 순간 이미 회복의 첫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마치 열이 날 때 체온계로 온도를 재는 것처럼, 내 뇌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브레인 온'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들로 가능하다는 것도 희망적이었다. 깊게 숨을 쉬거나, 잠깐 자연을 바라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감사한 것들을 떠올리거나. 특별한 장비나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몇 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이었다.

"완벽주의는 뇌를 혹사시키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가슴을 찔렀다. 나는 늘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더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오히려 내 뇌를 지치게 만드는 주범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런 허락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 우리는 성과와 효율성에만 매몰되어 살아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인 내 마음과 뇌의 건강은 돌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멍 때리기, 즉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게으름이라고 여겨왔던 나에게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런 시간이야말로 뇌가 자연스럽게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 산책하며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시간,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 이 모든 것들이 뇌에게는 선물 같은 휴식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런 시간들을 더 이상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이 있어야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감정적인 안정감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햇볕을 쬐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얼마나 강력한 뇌 회복 도구인지 깨달았다. 거창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이런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10분간 산책하기, 점심시간에 잠깐 밖에 나가 하늘 바라보기, 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책 읽기, 감사 일기 쓰기. 이런 소소한 실천들이 누적되어 내 뇌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나 자신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어하는 나를 나약한 사람이라고 몰아세우는 대신, "참 많이 애썼구나, 이제 좀 쉬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뇌를 가지고 불완전한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브레인 오프 상태가 되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고,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진정한 회복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내 뇌의 상태를 더 세심히 관찰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휴식을 주고,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더 친절해지려고 한다. 뇌가 지쳤을 뿐이라는 이 간단한 진실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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