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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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랭크 디코터(Frank Dikotter) 교수는 20세기 중국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집요하게 파헤친 역사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인민 3부작(People's Trilogy)'은 마오쩌둥 통치하의 기근, 재앙, 정치적 폭력이라는 참혹한 진실을 끈질긴 기록 보관소 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냉철하고 체계적인 분석으로 중국 현대사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뒤흔들었죠. 이 일련의 작업은 커다란 울림을 주었으며, 이제 디코터 교수는 이 삼부작의 연장선상에서 마오쩌둥 시대를 넘어선 <마오 이후의 중국>이라는 네 번째 역작을 선보였고, 신간으로 빨리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은 마오쩌둥이 사망하기 몇 달 전인 1976년, 당시 총리였던 저우언라이의 죽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오의 죽음 이후 중국이 시진핑이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는 2012년까지의 시기를 면밀하게 추적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를 이어갑니다. 이 시기는 중국이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뒤로하고 이른바 '개혁개방'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물결 속으로 들어선 때였습니다. 디쾨터 교수는 이 시기의 변화가 마오 시대의 그림자를 벗어던지는 과정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통제와 발전을 모색하는 복잡한 여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덩샤오핑을 필두로 한 중국 지도부가 어떻게 마오 시대의 유산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중국을 만들어갔는지, 그 미묘하고도 강력한 권력 다툼과 경제적 실험들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마오 시대의 엄격한 계획 경제와 정치적 캠페인 속에서 피폐해진 중국 사회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우언라이의 죽음은 단지 한 위인의 사망을 넘어, 구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마오쩌둥의 사망과 문화대혁명의 종식은 중국에 커다란 정치적 공백과 함께 거대한 변화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디코터 교수는 이러한 격동 속에서 덩샤오핑이 어떻게 권력을 재장악하고, '실사구시’와 '선부론’을 바탕으로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었는지, 그 이면에 서린 정치적 계산과 현실적 필요를 날카롭게 분석합니다. 이 시기 중국은 세계 경제 시스템으로 편입되며 전례 없는 경제 성장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불균형과 환경 문제, 그리고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의 모순이라는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저자의 연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의 끈질기고 치밀한 자료 조사에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만의 독특하고 엄격한 연구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접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중국 지방 기록 보관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먼지가 가득한 수많은 자료들을 직접 열람하고 분석하는 그의 집념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특히 마오쩌둥의 개인 비서였던 리루이의 미공개 일기 등 그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스들을 활용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치라 생각됩니다. 리루이 비서의 일기는 2012년까지도 정부 기구에서 일했던 그의 시선을 통해 중국 공산당 내부의 정치적 역학 관계, 최고 지도자들의 사적인 발언과 고민, 그리고 국가의 주요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생생하고 내밀한 기록을 제공합니다. 이는 통제된 공산당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그 시대의 복잡한 실체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미시적인 접근 방식은 '개혁개방' 시기의 중국을 경제 성장의 관점만이 아닌, 역사학자의 엄밀한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그는 공식적인 선전이나 대외적인 이미지 뒤에 숨겨진 진실들을 발굴하여, 중국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오의 유령이 여전히 어떻게 중국 사회에 드리워져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치 그림을 분석할 때 숨겨진 붓놀림이나 밑그림을 발견하는 것처럼, 디코터 교수는 역사 속의 미세한 균열을 통해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상세히 설명해줍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역사의 빈틈을 메우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진실의 파편들을 모아 온전한 퍼즐을 완성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책은 대부분 공산당 본부인 중난하이 막후에서 펼쳐진 경제 정책과 정치적 책략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자는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Practice as the Sole Criterion of Truth), "4대 기본 원칙(Four Cardinal Principles) , 3개 대표론(Three Emphases and Three Represents)"과 같이 그 시대를 정의했던 주요 정책과 캠페인들이 어떻게 입안되고 시행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중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책은 80년대의 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의 순환, 90년대의 부동산 붐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열풍, 그리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국내외적으로 미친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합니다. 특히 2000년대 건설 붐은 20세기 전체 미국이 사용한 시멘트보다 더 많은 시멘트를 소비했다는 사실은 중국 경제 발전의 규모와 속도를 실감하게 합니다. 디코터 교수는 이와 같은 거시적인 경제 지표와 정책적 변화들을 지방 기록 보관소에서 찾아낸 미시적인 사례들과 능숙하게 결합합니다. 그는 복잡한 경제 정책의 배경과 상황을 인내심 있게 설명하며, 중국이라는 국가의 거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갑니다. 공산당의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통제 방식이 1949년부터 1976년까지 독재 체제를 완성하며 경제 발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하는 저자의 통찰은, 중국 경제의 역동성 뒤에 숨겨진 구조적인 문제점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저자는 단지 경제적 성공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공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얻어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권력의 남용과 부패, 그리고 인권 문제 등을 놓치지 않고 짚어냅니다. 이는 중국 경제 기적의 양면성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해 주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은 중국 농촌의 슬픈 운명에 대한 서술입니다. 도시인들과 빈곤하고 멸시받지만 기략이 풍부한 농민들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했음이 알 수 있습니다. 1982년 인민공사 해체 이후 농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적인 상업적 방법을 모색했지만, 정부는 늘 개입할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80년대 후반에는 마을 아이들이 정부 조사관의 접근을 알리기 위해 징을 울리기도 했다는 일화는 당시 농민들의 고달픈 삶과 정부의 통제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10년 후에는 시골 학교들이 통째로 학생들을 도시의 열악한 공장으로 보내기도 했으며, 2010년에는 부동산으로 인해 토지를 몰수당한 농민들이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토지 가치를 상실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는 경제 발전 뒤에 감춰진 그림자만이 아니라, 특정 계층의 희생 위에 세워진 발전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디코터 교수의 이전 마오쩌둥 관련 저서들에 비해 이 책에서는 폭력적인 장면이 줄었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진실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인구 통제 노력의 일환으로 1983년에만 1,440만 건의 낙태가 이루어졌고, 1981년 광둥의 한 마을에서는 임신의 97%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정부의 강력하고 비인간적인 정책이 어떤 수준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 자율성을 무시한 채 국가가 인구를 강제로 통제했던 끔찍한 실상을 보여줍니다. 리루이의 사적인 일기에는 덩샤오핑이 1985년에 "몇 명 죽여야 한다... 잔인하게 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국가 폭력과 독재적 수단을 옹호했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개혁개방'의 뒤편에 숨겨진 최고 지도층의 냉혹한 실리주의와 권위주의적 면모를 폭로합니다. 치킨 한 조각을 가져간 노동자가 13년형을 선고받는 등의 비합리적인 사법 체제 역시 당시 중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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