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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혁명 - 인체 원리에서 신약 개발까지, 바이오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과학
김성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단백질 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 근육, 헬스용 단백질 보충제 등을 연상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단백질을 '몸에 좋은 영양소' 정도로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김성훈 교수의 <단백질 혁명>은 이러한 피상적 이해를 근본적으로 뒤집는다. 단백질은 생명 현상의 핵심을 관통하는 '생명의 두 번째 암호'이며, 현재 과학계가 주목하는 인간 생로병사 비밀 해독의 열쇠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DNA라는 '생명의 첫 번째 암호'에 집중해왔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인류는 생명의 설계도를 손에 넣었다고 자축했지만, 25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암, 치매, 각종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생명 현상이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교수님이 설명하는 단백질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
저자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관계를 베토벤의 교향곡 악보에 빗대어 설명한다. 같은 악보라도 누가 지휘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탄생하듯, 동일한 유전자라도 단백질의 발현 양상에 따라 생명체의 모습과 운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성장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개체가 되는 현상, 곤충이 알에서 성충으로 변태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극적인 변화 등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 게놈이 겨우 2만여 개의 단백질 정보만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은 100만 가지 이상의 단백질을 만들어 생명을 유지한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이는 유전자 암호의 번역 이후에 일어나는 복잡한 단백질 가공 과정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복잡한 3차원 구조를 형성하면서 유전자 설계도에 담기지 않은 다양한 변형을 겪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세포의 내외부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갖게 된다.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우리 몸의 구조를 형성하는 재료 역할을 한다. 근육, 뼈, 피부,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콜라겐과 케라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백질의 진정한 위력은 생명 유지를 위한 화학 반응의 촉매 역할에서 드러난다. 효소라고 불리는 단백질들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수천 가지 화학 반응을 조절한다.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단백질 소화를 돕는 펩신 등이 그 예다. 또한 단백질은 체내 물질 운반의 택배 역할도 담당한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온몸 구석구석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면역 체계에서 단백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외부 병원체와 싸우는 항체가 바로 단백질이며, 백신의 원리도 병원체가 만드는 단백질의 일부를 미리 몸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역시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되어 세포 간 소통과 신호 전달을 담당한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액틴과 미오신, 극한 상황에서 최후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까지 단백질의 역할은 실로 광범위하다. 이 모든 기능이 가능한 이유는 각 단백질이 고유의 3차원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며, 이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에 의해 결정된다.
현대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화 문제에서 단백질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수명 증진이 핵심 과제가 된 상황에서, 단백질 품질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몸은 35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고 초당 380만 개의 세포가 새로 교체되는 역동적 유기체로, 이 과정에서 단백질들이 정확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다. 샤페론이라 불리는 단백질들은 체내 품질관리 시스템을 담당한다. 이들은 단백질이 올바른 입체 구조로 접히도록 돕고, 변형된 단백질을 복구하며, 복구 불가능한 단백질은 분해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샤페론의 기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단백질 품질관리가 원활하지 않게 되어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병이 발생한다. 특히 단백질의 잘못된 접힘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신경세포는 한번 만들어지면 세포분열을 거의 하지 않고, 대사 활동이 매우 활발해 산화 스트레스가 높기 때문에 단백질 변성에 특히 취약하다. 결국 건강수명을 늘리는 열쇠는 체내 단백질들의 3차원 구조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단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지구상에는 수백 가지 아미노산이 존재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든 생명체는 그중 20가지만을 사용한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20가지가 현재 환경에서 생명체가 생존하기에 최적의 숫자가 되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 중 12개는 체내에서 합성되지만, 9개의 필수아미노산은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채식주의 트렌드도 이러한 아미노산 균형의 관점에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식물성 단백질에도 필수아미노산이 존재하지만, 노약자나 영유아, 환자의 경우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필요한 아미노산 양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동물마다 필수아미노산이 다르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타우린을 합성하지 못해 반드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고, 강아지와 새는 아르기닌이 필수아미노산이다. 이는 생명체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명의 비밀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단백질 혁명>이 제시하는 관점은 우리가 생명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단백질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할 필수 교양이 되었다. 건강수명 연장, 난치병 치료, 식량 문제 해결, 환경 보호 등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들의 해답이 모두 단백질 연구에서 나올 수 있다. 동시에 바이오해커의 출현, 천문학적 치료비용, 생명윤리 문제 등 새로운 도전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단백질 혁명의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혁명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우리가 얼마나 현명하게 이 기술을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