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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바꿀 새로운 양자 혁명
쥘리앙 보브로프 지음, 조선혜 옮김, 조명래 감수 / 북스힐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1세기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양자컴퓨팅이다. 그러나 이를 '혁명'이라고만 부르는 것은 과연 적절한 표현일까?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등장이 물리학계에 가져온 충격적 변화와 비교할 때,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20세기 초의 양자역학 탄생은 말 그대로 과학적 대혁명이었다. 뉴턴역학이 지배하던 기존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엎고, 원자와 입자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설명하는 전혀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비트코인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양자컴퓨터도 그 분야의 하나일 것이다. 이번에 이름은 익히 듣고 있으나 그 내용 측면에서 알지 못했던 양자 혁명에 대한 신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세상을 뒤바꿀 새로운 양자 혁명>이었다. 기존과는 또다른 대 혁명을 예고하는 양자 혁명에 대해 읽어보았다.
현대의 양자혁명은 기존의 과학적 혁명과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핵심은 '노하우'의 측면에 있다. 과학자들이 개별 입자를 정밀하게 조작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전에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원하는 현상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제2차 양자혁명'의 핵심이다. 제1차 양자혁명과 제2차 양자혁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과학자들의 접근 방식에 있다. 과거에는 실험 장치가 자연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현상을 측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현재의 양자 기술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기존 현상을 측정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실험실에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양자 현상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간섭 현상을 생성해 정밀한 가속도계를 개발하고, 얽힘 상태를 조작해 암호화 시스템을 구축하며, 중첩 상태를 활용해 컴퓨팅 시스템을 설계한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라는 단위를 사용해 정보를 0 또는 1의 명확한 상태로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사용하며, 이는 양자역학의 독특한 성질인 '중첩' 현상 덕분에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중첩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전하는 동전의 비유가 유용하다.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전은 착지하기 전까지 앞면과 뒷면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큐비트는 측정하기 전까지 여러 상태의 확률적 조합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컴퓨터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는 엄청난 병렬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
'얽힘'은 또 다른 핵심 개념이다.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얽힘 상태에 있으면, 이들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처럼 행동한다. 한 큐비트의 상태를 측정하는 순간, 다른 큐비트의 상태도 즉시 결정된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작용"이라고 불렀던 현상으로,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특성들을 조합하면, 양자컴퓨터는 특정 문제들에 대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암호 해독, 최적화 문제, 분자 시뮬레이션 등의 영역에서 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컴퓨터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실용화까지는 여전히 수많은 기술적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류'다. 양자 상태는 극도로 민감해서 외부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쉽게 붕괴된다. 게이트 오류, 위상 오류, 비트 오류 등 다양한 형태의 오류들이 양자 연산의 정확성을 위협한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면 최소 100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도 100개 내외의 큐비트만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목표치와 10,000배 이상의 격차를 의미한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무차별 대입'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의 큐비트를 단순히 늘리는 것이다. 구글이나 IBM 같은 대기업들이 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 기술을 활용해 대량의 양자 회로를 제작하려 한다. 두 번째는 '품질 개선' 방식이다. 큐비트 개수를 늘리는 대신 각 큐비트의 성능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켜 오류율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필요한 성능 향상 수준이 워낙 높아서(10,000배)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혁신적 돌파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큐비트나 오류 수정 방법이 발견되어 기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이다. 위상 큐비트와 같은 이론적 개념들이 이런 돌파구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제2차 양자혁명은 분명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20세기 초의 이론적 혁명과는 다른 성격의 기술적 혁명이다. 그 핵심은 양자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서 창조하고 조작하는 것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양자컴퓨터의 완전한 실용화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기술적 도전들을 고려할 때, 최소 10년 이상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의 혁신과 응용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기대와 성급한 판단을 피하면서도, 이 기술이 갖는 변혁적 잠재력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양자 혁명에 대해 조금은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