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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쿄의 한 야간 고등학교에서, 빛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자신만의 빛을 찾기 위해 모였다. 각기 다른 연령과 배경을 지닌 이들은 삶의 궤적이 어쩔 수 없이 틀어져 버린 순간에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작은 문을 두드린다. 이요하라 신의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그렇게 ‘있을 곳’을 찾아 헤매던 이들이 모여, 과학 실험을 매개로 자신과 서로를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2024년 일본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원작으로 기대가 크다. ^.^고등학교 시절은 흔히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계절이라 불린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그 시절이 무거운 짐으로, 혹은 남루한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일찍이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 혹은 청춘조차 누리지 못한 채 세상과 타협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배우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때로는 벅찬 도전으로 느껴진다. 이 소설은 그런 이들이 과학이라는 언어로 서로를 마주하고, 우주와 삶의 경계를 건너며 ‘나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저자 이요하라 신은 과학자로서의 이력과 소설가로서의 감수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화성의 푸른 저녁놀처럼, 그의 시선은 차갑고도 따뜻하다. 지구행성과학을 전공한 그의 이력은 작품 속에 스며들어, 마치 과학 실험처럼 정확하면서도, 마치 시처럼 섬세하다. 그렇기에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학창 시절을 다시 사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과학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다시 들여다보고,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별빛처럼 반짝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하늘을 건너는 교실》의 무대가 되는 것은 도쿄 신주쿠의 정시제 고등학교. 낮 동안의 삶을 포기하거나 잃어버린 이들이 모여드는 밤의 교실은, 한 편으로는 피난처이자 또 한 편으로는 도전의 장이다. 그곳의 과학부는 마치 작은 우주처럼, 다양한 나이와 사연을 지닌 이들이 공존한다. 스물한 살의 야나기다 다케토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스스로를 ‘불량품’이라고 부른다. 그에게 학교는 한때 꿈이었지만, 이제는 상처의 이름이기도 하다. 마흔 살의 고시카와 안젤라는 필리핀 엄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어조차 서툴러서 늘 불안한 눈빛으로 교실을 바라본다. 일흔네 살의 나가미네 쇼조는 전쟁과 가난 속에서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고, 오랜 노동의 세월 끝에 이제야 책상 앞에 앉았다. 열여섯 살의 나토리 가스미는 이혼 후 홀로서기에 성공한 강인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나, 늘 언니와 비교되며 마음을 굳게 닫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배움’이 간절하지만, 세상의 벽에 부딪혀 그 마음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부를 이끄는 후지타케 선생님은 달랐다. 스물일곱 살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연구자로서 보장된 길을 뒤로한 채 야간 고교의 교단에 선 그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화성 크레이터를 재현하는 실험을 목표로 삼고,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몰랐던 열정을 마주하게 된다.이요하라 신의 문장은 마치 실험실의 공기처럼 맑고 투명하다. 저자는 과학의 세계를 섬세하게 펼쳐 보이되, 그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천천히 꺼내 놓는다. 화성의 저녁놀은 파랗다는 사실처럼, 이들의 눈빛에도 새로운 색이 서린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교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를 발견하는 사람들. 그들이 화성의 푸른 노을을 재현해내듯, 각자의 삶에도 푸른 빛이 스며드는 순간이 찾아온다.책장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이 책의 제목인 ‘하늘을 건너는 교실’은 삶의 무게와 슬픔을 잠시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이다. 빛을 잃어버린 이들이 다시 별빛을 찾을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있을 곳’이다. 저자가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차갑지만 동시에 따스하다. 과학은 실험의 세계이지만, 이 소설 속 과학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이요하라 신은 과학자의 눈으로, 동시에 시인의 마음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저녁놀은 어떤 색인가요?”책을 읽으며 내 마음속에도 작은 실험실이 열렸다. 화성의 푸른 저녁놀처럼, 잊고 있던 내 어린 시절의 꿈과 상처가 가만히 떠올랐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소망처럼, 다시금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있을 곳’을 찾을 수 있는 권리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세상은 여전히 차갑고, 밤은 때로 두려울 만큼 길지만, 우리에겐 ‘하늘을 건너는 교실’이 있다. 다시 배우고 싶고, 다시 시작하고 싶고, 다시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소설은 말해 준다. “괜찮아, 여기에 있어도 돼. 너는 여기에서, 다시 빛날 수 있어.” 라고 이야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