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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사랑한 수식 - 인간의 사고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언어
다카미즈 유이치 지음, 최지영 옮김, 지웅배(우주먼지) 감수 / 지와인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인간은 언제나 질문해왔다. 저 별들은 왜 그곳에 있는가? 빛은 어떻게 우리에게 닿는가? 시간과 공간은 무엇인가?
이러한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류는 특별한 언어를 창조했다. 바로 수식이다. 다카미즈 유이치가 제시하는 관점에 따르면, 수식은 우주의 본질을 꿰뚫어보려는 인간 정신의 가장 정제된 결정체이며, 복잡한 현실을 가장 간결하고 우아하게 담아내는 사유의 예술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E=mc^2 이나 F=ma 같은 공식들 뒤에는 인류 지성사의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들이 숨어 있다.
인간이 자연현상을 관찰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패턴을 찾고 규칙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가 음계의 비례관계를 수치로 표현했을 때, 케플러가 행성의 궤도를 타원으로 기술했을 때, 그들은 현상만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고 있었다. 수식의 힘은 무엇보다 그 간결함에 있다. 천체의 복잡한 움직임을 몇 개의 기호와 숫자로 압축해내고, 빛의 신비로운 성질을 몇 줄의 방정식으로 담아낸다. 이는 마치 시인이 방대한 감정을 한 편의 시로 응축해내는 것과 같다. 실제로 많은 물리학자들이 아름다운 수식을 대할 때 느끼는 감동은 예술적 경험과 다르지 않다. 수학적 언어의 또 다른 특징은 그것의 보편성이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도 같은 수식을 보면 같은 의미를 이해한다. 원주율은 한국에서나 브라질에서나 동일한 값을 가지며, 뉴턴의 제2법칙은 지구에서나 화성에서나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 수식은 인류가 창조한 최초의 진정한 세계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수식 중 하나인 E=mc^2 을 살펴본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이 식 안에는 우주에 대한 혁명적 통찰이 담겨있다. 아인슈타인 이전까지 질량과 에너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여겨졌다. 질량은 물질의 양이고, 에너지는 운동이나 열의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간단한 등식은 질량과 에너지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선언한다. 작은 질량도 엄청난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으며(C이라는 거대한 상수 때문에), 에너지 역시 질량으로 응축될 수 있다. 태양이 매초 400만 톤의 질량을 에너지로 변환하여 우리에게 빛과 열을 보내는 것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우라늄 핵분열을 통해 전기를 만드는 것도 모두 이 단순한 등식의 실현이다. 하지만 이 수식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것이 보여주는 우주의 통일성에 있다. 물질과 에너지,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존재와 변화가 하나의 근본적 실체의 다른 면일뿐이라는 깨달음. 이는 수천 년간 철학자들이 추구해온 '만물의 근원'에 대한 수학적 답변이기도 하다.
뉴턴의 제2법칙 F=ma는 그 단순함 때문에 종종 과소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이 세 글자 안에는 운동과 변화에 대한 깊은 철학이 녹아있 다. 먼저 이 식이 말하는 것은 모든 변화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물체의 운동 상태가 바뀌려면(가속도 a) 반드시 힘(F)이 작용해야 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지속되어온 '자연스러운 상태'에 대한 개념을 뒤엎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뉴턴은 모든 운동 변화에는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이 식은 비례관계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제시한다. 힘이 두 배가 되면 가속도도 두 배가 되고, 질량이 두 배가 되면 같은 힘으로는 절반의 가속도만 얻을 수 있다. 이런 정확한 비례관계 덕분에 우리는 로켓의 궤도를 계산하고, 자동차의 제동거리를 예측하며, 건물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식의 철학적 의미는 우주가 혼돈이 아닌 질서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복잡해 보이는 모든 운동 현상이 이 하나의 간단한 관계로 설명된다는 사실은, 우주 전체가 이해가능한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양자역학의 핵심인 슈뢰딩거 방정식은 아마도 가장 미스터리한 수식 중 하나일 것이다. 이 방정식이 기술하는 세계는 우리의 직관과 전혀 다르다. 입자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고, 관측 이전까지는 확률의 파동 형태로만 존재한다. 이 방정식의 아름다움은 그것이 불확실성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기술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해서 전자의 행동이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자는 확률 분포라는 엄격한 수학적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마치 안개가 대기의 물리법칙에 따라 특정한 패턴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은 더욱 흥미롭다. 현실이란 무엇인가? 관측되지 않은 물리량은 존재하는가? 의식과 물리현상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수천 년간 철학자들을 괴롭혀온 것들인데, 이제 그 답을 수식을 통해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위대한 수식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복잡한 현상을 놀랍도록 간단한 형태로 표현한다. 이런 간결함은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단순하고 우아한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수식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정교하고 보편적인 언어다. 그것은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지적 유산이다. 각각의 수식 안에는 그것을 발견한 과학자의 통찰과 열정, 그리고 수세기에 걸친 인류의 지적 노력이 압축되어 있다. 다카미즈 유이치가 강조하듯, 수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며, 현실 너머의 깊은 질서를 감지하는 감각을 기르는 것이다. 수식은 우리에게 겸손함을 가르친다 - 우주는 우리의 일상적 직관보다 훨씬 신비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수식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