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 하이픈 / 2025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우리는 이미 수학과 과학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는 순간부터 전자파의 원리가, 커피를 끓일 때 물의 끓는점이, 출근길 교통신호의 확률적 패턴이 우리 삶을 감싸고 있다. 하지만 왜 우리는 '수학'이나 '물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이 학문들을 삶과 분리된 채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칠판 위의 복잡한 공식들, 문제집 속의 추상적인 숫자들은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동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수학과 과학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우리가 걷는 처럼 견고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처럼 광활하다. 책은 그 진실을 향한 여행의 초대장이다. 딱딱한 교과서를 덮고, 일상의 작은 궁금증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왜 주사위 게임에서는 항상 카지노가 이길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정말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소박한 질문들이 우리를 놀라운 진리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기원전 500년,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리스 어느 학당에서 한 젊은이가 스승에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정말 모든 것 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나요?" 그 젊은이의 이름은 히파소스였고, 그의 스승은 '만물의 근원은 수'라고 믿었던 피타고라스였다.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모든 것이 정수와 그 비율로 설명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에게 수학은 학문만이 아니라 종교였고, 철학이었으며, 삶의 전부였다. 하지만 히파소스의 순수한 궁금증은 스승의 완벽해 보이던 세계관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직각삼각형의 두 변이 모두 1일 때, 빗변의 길이를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수학사를 뒤흔들 폭탄이 숨어있었다. 빗변의 길이는 루트2 였고, 이 수는 어떤 두 정수의 비로도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였다. 피타고라스의 완벽한 세계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스승은 제자를 바다에 빠뜨려 죽였다고 전해진다. 진리를 탐구하다 목숨을 잃은 히파소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때로는 작은 질문 하나가 거대한 패러다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리는 때로 불편하고 위험하지만 결국 승리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우리를 깨우는 스마트폰의 전기는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탐정 소설 같다. 전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다. 발전소의 터빈을 돌리기 위해서는 석탄이나 석유를 태운다. 그 석탄과 석유는 수억 년 전 식물들이 변화한 것이다. 그 식물들은 태양빛으로 광합성을 했다. 태양은 수소 원자들이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낸다. 결국 우리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전기의 근원은 태양 속에서 일어나는 핵융합반응이다. 46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태양은 매초 6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하고 있다. 그 에너지의 극히 일부가 지구에 도달해 생명을 키우고, 문명을 발전시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상을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는 창조되지도, 소멸되지도 않는다. 다만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환될 뿐이다. 이 간단한 법칙 속에는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진리가 담겨있다. 석탄의 화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 변환 과정에서 일부는 열의 형태로 흩어져 다시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바로 엔트로피의 증가, 즉 무질서도의 증가다. 이는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철학이다. 우리가 쏟는 노력과 열정도 에너지의 한 형태다. 때로는 가시적인 성과로, 때로는 경험과 지혜로,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영감으로 변환된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형태를 바꿔가며 세상을 순환한다. 저자는 이 과학적 원리를 정말 쉽게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설명을 2-3 페이지의 함축적은 설명과 그림은 우리가 과학에 더 쉽게 다가가게 인도해 준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는 여행을 마치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 도착했을까? 복잡한 공식들과 어려운 이론 들을 마스터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소중한 것을 얻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과, 질문하는 용기와, 탐구하는 즐거움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실 때, 우리는 이제 물의 끓는점과 압력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볼 때는 파란색이 만들어지는 빛의 산란 원리를 떠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그 작은 기계 안에 담긴 수많은 과학 원리들을 감사히 여길 수 있다.
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호흡 속에, 걸음걸이 속에, 생각 속에 과학이 있다. 우리 자신이 바로 40억 년 진화의 산물이자, 138 억 년 우주 역사의 결정체다.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 질소와 인은 모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우리는 말 그대로 '별의 먼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상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 심장이 뛰는 것도, 뇌가 생각하는 것도, 눈이 보는 것도 모두 정교한 물리 화학적 과정들의 결과다. 과학을 안다고 해서 이런 기적들이 덜 신비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수학에서 시작해서 과학으로 이어지는 책을 따라 하는 여행은 새로운 접근방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