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 -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일본 소도시 30
칸코쿠마 지음 / 책밥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점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이 내 여름 휴가 계획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칸코쿠마라는 여행가가 쓴 <동화 같은 일본 소도시 여행>이었다. 표지부터 남달랐다. 푸른 하늘 아래 고즈넉한 일본 전통 가옥들이 평화롭게 자리 잡은 모습이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이미 그 동화 같은 세계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작가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점이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의 화려함 대신, 그는 일본 전역에 숨어있는 작은 보석 같은 마을들에 주목했다. 간토 지역의 가스카베부터 시작해서 주부 지역의 스와시, 간사이 지역의 이네후나야까지, 총 30곳의 소도시를 소개하는 이 책은 마치 일본 현지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여행 가이드 같았다.
지금까지 읽어본 일본 여행서들과 이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 방식에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서가 '꼭 가봐야 할 명소‘나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장소를 나열하는데 그친다면, 이 책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진정한 로컬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여행지마다 QR코드를 제공해 스마트폰으로 쉽게 상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정확한 맵코드까지 수록해 길 찾기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소도시 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정보 부족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한 셈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일본에서 생활하며 체험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녹아 있어, 관광 정보를 넘어선 깊이 있는 문화적 통찰을 제공한다. 현지 축제 정보, 숨겨진 맛집, 사계절별 볼거리까지 세심하게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이미 일본 소도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올여름 휴가는 바로 이곳들로 정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뜨거운 도심의 아스팔트 대신 시원한 산바람이 부는 고원 마을에서, 북적거리는 관광지 대신 한적한 어촌 마을에서 진정한 휴식을 찾고 싶었다. 여름 일본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무엇보다 자연과의 조화에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는 해발 1,000미터 고원에 위치해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를 자랑한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그리고 유 럽풍 별장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도시의 무더위를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였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화려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고, 유명한 맛집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과연 진정한 여행일까?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서 피어 난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의 여운, 현지 할머니가 건네준 따뜻한 미소,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혼자 감상한 일출의 감동. 이런 소소하지만 특별한 경험들이야말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일본 소도시의 여름밤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매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고요한 밤, 연등이 비추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름 축제철이면 작은 마을 광장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축제들도 특별한 경험이다. 현지인들과 함께 유카타를 입고 참여하는 본오도리(일본 전통 춤) 체험은 그 어떤 관광 프로그램보다 도 진정한 일본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번 여름 소도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만의 여행 철학도 생겼다. 계획은 느슨하게 세우되 마음은 열려있게 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고,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두려워하지않을 것이다. 비록 언어가 서툴더라도 진심은 통할 것이다. SNS에 올릴 사진보다는 내 마음에 담을 풍경에 집중하고자 한다. 칸코쿠마 작가가 책에서 강조한 것처럼, 소도시 여행의 진정한 가치는 '힐링'에 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 진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야 말로 이번 여름 휴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큰 목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의 사진들이었다. 아름다운 풍경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낸 듯한 사진들이 마치 동화책의 삽화처럼 느껴졌다. 이번 여름, 나도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스와 호수의 새벽 안개 속으로 떠오르는 해, 이네후나야의 수상 가옥들 사이로 스며드는 석양, 가루이자와 숲속 오솔길을 걷는 나의 뒷모습까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 작은 포토북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칸코쿠마 작가처럼 나만의 일본 소도시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