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새로운 부의 지도 - 위기의 역사는 어떻게 투자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홍기훈.김동호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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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제사를 관통하는 가장 흥미로운 역설 중 하나는 버블이 파괴와 창조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투기와 붕괴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이 새로운 곳으로 흘러가는 거대한 물줄기가 존재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읽은 홍기훈과 김동호님이 제시하는 <버블의 새로운 부의 지도>는 위기를 예측하는 도구로 뿐만 아니라, 부의 재편 과정을 이해하는 렌즈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튜립 버블과 세기의 천재라고 했던 아이작 뉴튼도 피할 수 없었던 버블의 붕괴와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였다.

역사 속 버블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패턴이 발견된다. 1907년 금융공황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거품의 형성과 붕괴는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위기의 순간마다 누군가는 몰락하고 누군가는 부를 축적한다는 사실이다. 버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종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세 가지 버블 유형은 각각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면서도, 결국 같은 결과로 귀결된다. 금융 버블은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파괴력이 큰 형태다. 1907년 금융공황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버블의 핵심은 레버리지, 즉 빚을 통한 투자 확대에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사람들은 돈을 빌려 투자하고, 이는 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이 실제 경제 성장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1907년 공황 당시 유나이티드 구리회사 주식 조작 사건은 어떻게 작은 불신이 전체 금융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토 하인즈의 파산으로 시작된 불안감이 연쇄적으로 은행들의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진 것은 금융 버블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JP 모건 같은 인물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는지다. 그는 공황 상황에서 저평가된 자산들을 매입하며 더 큰 부를 축적했다. 낙관론 기반 버블은 기술 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비롯된다. 2001년 IT 버블이 전형적인 예다. '신경제론'이라는 개념 하에 사람들은 IT 기술이 경제의 근본적 법칙을 바꿀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많은 IT 기업들이 허울뿐이었고, 매출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투자금만 소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버블의 특징은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교훈을 잊고, 새로운 기술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가 되는 사람들까지 등장할 정도로 낙관론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현실이 드러나면서 버블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정책 버블은 가장 복잡하면서도 교묘한 형태다. 198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가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를 내수 진작으로 해결하려 했다. 마에카와 보고서에 따라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도시개발을 장려했다. 정부의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정책 버블의 위험성은 민간의 자발적 투기와 달리 정부의 공식적 뒷받침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정부가 버블을 터뜨리지 않을 것이라 믿게 되고, 이는 더욱 무모한 투자로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2년간 주요 도시의 땅값이 40% 이상 상승했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인위적 상승이었다. 결국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버블을 이해하는 핵심은 경제 지표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투자는 정보보다도 기질의 게임이다. 사람들은 합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며, 이는 버블의 형성과 붕괴를 가속화한다. 질투와 조급함은 버블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람들은 자신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시장에 뛰어든다. 이때 중요한 판단 기준들은 무시된다. 기업의 실제 가치, 투자의 위험성, 시장의 과열 정도 등을 냉정히 평가하기보다는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감정에 지배당한다. 정보 왜곡도 중요한 요소다.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부정적인 신호들은 무시하거나 축소 해석하고, 긍정적인 소식들은 과장하여 받아들인다. 이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버블을 더욱 크게 만든다. 군중 심리는 개인의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모든 사람이 하고 있으니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면, 개별적인 분석과 판단은 의미를 잃는다. 특히 전문가들까지 낙관론에 동조할 때, 일반 투자자들은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적 확신이야말로 버블의 절정을 알리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버블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과거의 부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 창출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속성에 대한 투자가 핵심이다. 기회를 쫓아가기보다는 오랫동안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 개발에도 적용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다. 정보가 아닌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무형자산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진다. 감정 관리도 필수적이다. 시장의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사를 관통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경제를 움직이는 한, 거품과 붕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버블은 위기가 아니라 자본 흐름의 방향표다. 이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다면, 위기는 기회가 되고, 변화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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