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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 내 뜻을 찰떡같이 전달하는 소통의 비밀
이마이 무쓰미 지음, 이정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직장에서 동료와 업무를 논의하고, 가족과 일상을 공유하며,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주 대화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까? 왜 분명히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소통의 문제를 '표현 방식'의 문제로 여긴다. 더 명확하게 말하면, 더 친절하게 설명하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반복하면 상대방이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접근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지과학적 접근을 통해 많은 조언을 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마이 무쓰미의 <그렇게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였다. 책의 제목이 직설적이다. ^.^인지과학에서 '스키마'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틀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개'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어떤 사람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을, 다른 사람은 무시무시한 맹견을, 또 다른 사람은 만화 속 귀여운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다. 같은 단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연상과 감정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각자의 경험, 교육,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스키마가 마치 보편적인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상대방과 나의 스키마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소통의 첫 번째 단계다.인간의 기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확하지 않다. 우리는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저장하고 꺼내는 녹음기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기억은 매번 재구성되며, 그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이런 왜곡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회의에서 상사가 한 말을 각자 다르게 기억하는 경우, 이는 '잘못 들었다'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관심사, 걱정거리, 기대 등이 기억의 형성과 재구성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서로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감정이 개입된 상황에서 더욱 심해진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한 상태에서는 선택적 주의가 더욱 강해져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놓치기 쉽다. 따라서 중요한 대화를 할 때는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고려하고, 핵심 내용을 여러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위해 다양한 '지름길'을 사용한다. 이를 휴리스틱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유용하지만 때로는 체계적인 오류를 만들어낸다. 이런 오류를 인지 편향이라고 한다. 확증 편향은 그 중에서도 소통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는 편향이다. 우리는 자신의 기존 믿음이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화 중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상대방의 말 중에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은 명확하게 들리지만, 다른 부분은 흘려듣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게 된다. 또 다른 중요한 편향은 '저주받은 지식의 편향'이다. 어떤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지식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전문가가 초보자에게 설명할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이 상대방에게는 전혀 새로운 개념일 수 있다는 점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우리가 많이 접하고 있는 메타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 즉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신의 사고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소통에서 메타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한계와 편향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메타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라고 확인하고,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또한 자신의 설명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반면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이해나 설명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렇게 쉽게 설명했는데 왜 이해하지 못하지?"라고 생각하거나, "내 말이 틀릴 리 없어"라고 확신한다. 이런 태도는 소통의 장벽을 높인다. 또한 감정은 소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높여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고 편향을 강화시켜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스트레스나 분노 상태에서는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전전두엽의 기능이 억제된다. 전전두엽은 논리적 사고, 계획, 판단 등을 담당하는 부위이므로, 이 기능이 저하되면 상대방의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분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대신 자신을 방어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충동이 강해진다. 따라서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높은 상황에서는 중요한 대화를 피하거나, 감정을 진정시키는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현명하다.진정한 소통의 달인은 화려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끊임없이 확인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설명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상대방을 통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지과학이 알려주는 소통의 비밀은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고, 각자 다른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런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마음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 그리고 과학적 통찰에 기반한 실천이 만나는 곳에서 진정한 소통이 꽃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