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의 기쁨 - 온몸으로 불안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해방에 대하여
벨라 매키 지음, 김고명 옮김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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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리기 열풍이 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내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야외로 나와 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달리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실내외에서 모두 즐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라톤은 달리기의 대표적인 종목으로, 개인의 도전 정신과 끈기를 시험하는 대회이다. 마라톤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인내심, 집중력, 자기 관리 능력 등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흔히들 우리는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마라톤은 42.195km라는 긴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려나가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내심은 우리 인생과 같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일 것 같다. 그만큼 달리기나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전해준다. 달리기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삶에 있어서 달리기의 의미와 달리기를 통해 변화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벨라 매키의<달리기의 기쁨>이었다. 달리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변화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삶에서 달리기가 차지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매키가 불안장애와 이혼의 고통 속에서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재발견한 여정은, 나의 달리기 경험과 묘하게 겹쳐졌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날, 나도 매키처럼 자신감 없이 첫 발을 내디뎠다. 몸은 무거웠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겨우 5분 달리고 나서 이미 기력이 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매키의 글처럼, 나 역시 "딱 1분만 더!" 달려보자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것이 내 슬로건이 되었다. 도시 공원의 아침 공기는 차갑게 폐를 적셨고, 처음에는 다른 러너들의 모습을 보며 위축되기도 했다.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호흡하듯 달리고 있었다. 반면 나는 형편없는 자세와 불규칙한 호흡으로 비틀거리며 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다.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매키가 말했듯 달리기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달리기를 통해 내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일상에서는 수없이 많은 시선과 기대, 판단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달리는 순간만큼은 오직 나와 내 호흡, 그리고 발걸음 소리만이 존재했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인간관계의 긴장, 미래에 대한 불안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을 때, 달리기는 내게 일종의 명상이 되었다.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리듬감 있게 발을 내딛을 때마다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렸을 때, 역설적으로 마음은 더 가볍고 평온해졌다.

매키의 글처럼, 나의 달리기 여정에도 좌절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장마철에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달리던 날, 발목을 삐끗했을 때, 한겨울 영하의 추위에 코끝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런 날들에는'왜 이런 고통을 자처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나면,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5km를 완주했던 성취감, 6개월 만에 체중이 감량되고 몸이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내 정신이 점점 더 명료해지는 느낌. 이런 성취감은 달리기가 아니면 느끼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숨이 가빠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것 같던 순간에도 한 걸음 더 내딛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것은 육체적 성취를 넘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적 승리였다. 매키가 말한 "최소 5분은 더 뛰었다"는 경험은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매키의 글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부분은 "달리기에 정석은 없다"는 구절이었다. 처음에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올바른' 달리기 자세와 호흡법을 배우려 했지만, 결국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어떤 날은 명상하듯 천천히, 또 어떤 날은 모든 스트레스를 내던지듯 빠르게 달렸다.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달렸다. 때로는 음악을 들으며, 때로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달렸다. 매키처럼 나도 집 근처 광장만 빙빙 도는시기가 있었고, 점차 더 넓은 세상으로 발을 넓혀갔다.

매키가 이야기한 불안장애와 달리기의 관계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크고 작은 불안과 걱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달리기는 그 불안을 완화하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 땀이 흐르는 달리기의 육체적 경험은 역설적으로 불안이 가져오는 신체적 반응과 비슷하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며 이런 감각들을 의도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는 그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달리기를 통해 내 몸의 반응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상 속 불안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매키는"내 인생이 갑자기 내게서 달아나는 말처럼 느껴졌다"고 썼다. 나 역시 인생의 통제권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달리기는 그 통제권을 다시 찾는 과정이었다. 달리는 동안 내 몸의 움직임, 호흡, 심장 박동에 집중하면서 점차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달리면서 내가 얼마나 강인한지, 얼마나 약한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때로는 달리면서 울기도 했고, 때로는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나만의 달리기, 나만의 속도이제 달리기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달리기 위해 운동화를 신는 순간의 설렘, 달리고 난 후 온몸이 깨어나는 상쾌함, 그리고 하루를 더 명료하고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이것들은 달리기가 내게 선사한 선물들이다. 때로는 입을 헤 벌리고 터덜터덜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나를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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