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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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김수민의 글을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솔직한 고백에 숨이 턱 막혔다. "토네이도처럼 '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서 주위를 쓸어가버린" 경험으로서의 출산과 육아. 그 문장이 주는 강렬함과 고독함에 나는 오래도록 사로잡혔다. 그녀는 내가 알지 못했던 어른됨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듯했다. 사회가 정의하는 ' 엄마다움 '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가. ‘모성애 ', '희생과 헌신 ', ' 나를 갈아 넣는 육아' , ' 억척스러움 ' 이라는 단어들이 만들어낸 이미지의 무게는 출산과 육아라는 경험 자체보다도 더 무거울지 모른다. 그리고 김수민은 그 무게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그녀는 이야기 한다. “세상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 엄마 ' 이미지 중 되고 싶은 엄마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만난 많은 여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모성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고, 매일의 선택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불안을 토로하던 친구들의 얼굴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엄마라는 이름에 너무 많은 역할과 의무를 부여하고, 그 무게를 오롯이 여성의 어깨에 얹는다. 그 무게가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 나는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거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 사이의 균열, 그 틈새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그리움. 그것은 엄마가 된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모든 이들이 경험하는 보편적 고통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 특히 엄마에게 이 균열은 더 깊고 날카롭다. 사회는 여성에게 '완벽한 엄마'와 '성공한 개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모두 요구하면서도, 그 사이의 갈등과 충돌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나 나는 책에서 김수민님이 찾아낸 화해의 실마리를 본다. 엄마 됨의 시간이 단지 자아의 상실만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성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묻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왜 늘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로만 그려지는가? 왜 우리는 엄마가 된 여성의 개인적 욕망과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가? 어쩌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의 다층적인 정체성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 자신의 커리어는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나 '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욕망과 꿈을 끝까지 밀어 붙이겠다는 그 단단한 결심이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가 된 이후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로스쿨에 도전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 모성 ' 이라는 틀을 넘어서는 용기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생각한다. 이런 포기하지않음의 서사가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김수민님 자신도 남편의 " 당신은 꼭, 결혼하고도, 출산 후에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 라는 응원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하지 않았던가. 슈퍼 우먼 콤플렉스 , 즉 모든 영역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여성을 더 고립시키고 지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의 이야기가 주는 힘은 분명하다. 그것은 '나'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을 권리, 엄마라는 정체성에 매몰되지 않고 여전히 성장하고 도전할 권리에 엄마만 되지는 말자라는 그녀의 메시지는, 어쩌면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육아의 일상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시간들의 연속이다. 아이가 잠든 새벽, 만삭의 무거운 몸으로도 티끌을 모으는 사람처럼 공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는 현대 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찾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본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엄마의 시간'은 종종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만 정의된다. 아이를 위한 시간, 가족을 위한 시간. 그러나 엄마 역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육아와 가사 속에서 틈새의 시간을 찾아 자신의 꿈을 이어나가는 저자의 모습은, 시간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여성의 적극적 행위로 읽힌다. 때로는 밀려오는 대로 흘러가며, 때로는 강하게 저항하며, 그렇게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오늘날 여성이, 엄마 가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고독을 이야기 한다. 김수민님이 말하는 고독은 외로움이나 고립감만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에 선 존재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그 자리에서 느끼는 존재적 고립감이다. 엄마라는 존재는 불가피하게 이 고독을 떠안는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역할,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험. 하지만 김수민은 질문한다.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고독한 자리에 서있기에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 자신만의 자리를 더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고독.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아름다운 것들이 저마다 고독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역설적 깨달음을 본다. 고독함이 주는 아픔이 동시에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깊은 이해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고독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의지가 빛난다.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여성상, 다양한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획일화된 '좋은 엄마'의 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엄마됨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다채로운 모습들. 김수민님의 글이 내게 강렬한 울림을 준 이유는, 그녀의 고백이 단지 개인적 경험의 토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 내 삶은 아름다울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나?" 이러한 질문들은 엄마가 된 여성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던져진 화두이기도 하다. 나는 김수민의 글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엄마'라는 이름 속 에서도 여전히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독과 상실감조차 나를 더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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