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
악셀 하케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흔적들이 새겨진 몸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몸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악셀 하케의<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을 읽으며 내 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열렸다. 그의 글은 신체적 변화만의 기록이 아니라, 몸을 통해 삶의 본질을 사유하는 철학적 여정이었다. "재채기를 하다 갈비뼈가 부러졌다고요?"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비유적 표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저자의 경험이었다. 나이가 들어 약해진 뼈는 간단한 재채기에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현실. 이 순간 나는 내 몸에 대해 얼마나 무심했는지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몸을 도구처럼 여긴다. 우리의 의지를 실현하는 수단, 우리 정신을 담는 그릇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하케는 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강건하던 젊은 시절의 몸이 점차 약해지고, 기억이 흐려지고, 기능이 저하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견한다.

우리 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다. 어제의 몸은 오늘의 몸과 같지 않다.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태어난다. 나는 7 년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내 의식은 연속적이다. 10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내가 맞는가? 생물학적으로는 달라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연속성을 유지한다. 이것이 바로 하케가 말하는 몸의 신비가 아닐까? 몸은 우리의 존재 그 자체이면서도,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여기는 대상이기도 하다. 흉터, 주름, 그리고 기억의 지도내 몸에는 많은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왼쪽 무릎의 흉터는 초등학교 때 자전거에서 넘어진 흔적이고, 손목의 작은 상처는 첫 요리를 하다 생긴 것이다. 오른쪽 눈가의 주름은 웃음을 많이 짓던 날들의 증거이고, 이마의 주름은 깊은 고민의 흔적이다. 하케의 관점처럼 이 모든 것들은 내 삶의 지도다. 누군가 회고록으로 자신의 지적 성취를 기록한다면, 나는 이 몸에 남겨진 흔적들로 내 삶을 기억할 수 있다.

​하케는 피부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쩌면 나는 어제 한때 증조할머니 속에 있던 원자를 소비했고 어느 날에는 증손주 중 한 명을 안개처럼 둘러쌀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몸은 단절된 개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순환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 다. 내 피부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어쩌면 수백 년 전 살았던 누군가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될 것이다. 하케가 코의 기억을 설명할 때, 나도 어린 시절 할머니 집의 된장 냄새가 떠올랐다. 코는 기억의 문이다. 어떤 냄새는 수십 년 전의 기억을 단번에 불러일으킨다. 시골 장터의 고소한 튀김 냄새, 봄비 내린 후의 흙냄새, 첫사랑과 함 께했던 카페의 커피향.... 이 모든 냄새들은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의 몸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누구나 나이 들 때 생기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탈모, 주름, 기억력 감퇴... 하지만 하케는 이런 변화들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는 자신의 망가진 기억력을 유머로 승화시킨다. 이 유머는 그저 웃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나도 거울 앞에서 점점 늘어가는 흰머리와 깊어지는 주름을 발견할 때마다 한숨을 쉬곤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종종 상실의 과정처럼 느껴진다. 젊음, 활력, 아름다움, 건강...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그런데 하케의 시선을 빌려보니, 이 모든 변화는 내가 살아온 증거이자 앞으로 살아갈 시간의 흔적이다. 노화는 패배가 아니라 성장의 다른 이름이다. 예전에는 노인들의 주름이 그저 나이 들었다는 신호로만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주름 하나하나가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웃음과 슬픔, 기쁨과 고통의 흔적들. 하게가 말한 것처럼, 몸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이자 기록이다. 그 기록을 부끄러워하거나 지우려고 하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 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게는 가장 사적인 신체 경험까지도 유머로 풀어낸다. 변비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유쾌한 웃음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의 배설 문제나 신체적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그것은 너무 사적이고, 때로는 부끄러운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하케는 그런 금기를 과감히 깨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유머와 철학적 통찰을 발견한다. 우리 몸의 가장 평범한 기능마저도 나이가 들면 변한다. 젊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통증과 불편함이 찾아온다. 새벽에 화장실을 가야 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소화가 예전 같지 않으며, 작은 상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하지만 하케는 이것을 비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의 작은 신호들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존재를 더 깊이 성찰한다. 나도 점점 느려지는 신체 리듬에 좌절하기보다, 그것이 알려주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겠 다는 생각이 든다.

하게는 성기에 대한 챕터도 포함시킬 만큼 몸에 대한 모든 측면을 탐구한다. 성은 종종 금기시되거나 은밀하게 다뤄지는 주제지만, 그에게는 그저 인간 경험의 또 다른 측면일 뿐이다.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에 대해 이야기함으로 써, 그는 우리가 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수치심을 깨뜨린다. 나이가 들면서 성적 능력과 욕구도 변한다. 이 부분에서 하게는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접근한다. 젊음의 열정과 성적 에너지가 사라진다고 해서 삶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형태의 친밀감과 교감이 중요해진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 따뜻한 포옹, 손을 맞잡는 행위가 큰 위안이 된다.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욕구의 변화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케는 이 부분에서도 우아하게 나이 듦의 과정을 그려낸다. 욕망의 변화가 상실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