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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깃발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꿈과 염원을 담은 강력한 상징이다. 드미트로두 빌레트의<펄럭이는 세계사>는 이런 깃발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국기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은 200가지가 넘는 다양한 국기와 상징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세계사의 숨겨진 면모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몰랐던 깃발들과 그 속에 담김 역사와 의미를 상세히 알 수 있어 의미있는 독서가 되었다.깃발은 말없이 이야기한다. 그것의 색과 무늬, 문양 하나하나가 수백 년의 역사와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삼색기부터 아시아의 태양과 초승달, 아프리카의 범아프리카 색상까지, 모든 깃발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프랑스의 삼색기는 자유·평등•박애라는 혁명 정신을 상징한다. 이 깃발이 혁명의 물결을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들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 한 깃발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세계 곳곳의 삼색기는 역사적 열망과 정치적 이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프랑스 국기는 역사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873년, 프랑스가 왕정 복구를 시도했을 때 부르봉 왕가의 후손인 샹보르 백작은 혁명의 상징인 삼색기를 거부하고 왕가의 백합기를 요구했다. 의회는 삼색기 정중앙의 흰 줄무늬 속에 백합 문양을 넣어 혁명과 절대군주제의 상징을 모두 포함시키거나, 삼색기를 국기로 그대로 두는 대신 백합기를 왕기로 사용하라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백작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프랑스는 공화국으로 남게 되었다. 한 깃발이 한 국가의 정치 체제를 결정한 순간이었다. 이는 국가의 정체성과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사례다.깃발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들은 그 기원과 전파 과정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의 십자가, 로마에서 유래한 독수리, 공산주의의 오각별, 유대교의 육각별 등은 각각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 덴마크의 국기인 '다 네브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북유럽 국가들의 십자가 국기에 영향을 주었다. 전설에 따르면 1219년 에스토니아와의 전투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붉은 천이 덴마크인들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이야기는 깃발이 가진 신화적, 종교적 의미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덴마크는 세계 모든 나라의 국기 화형식을 금지하면서도 자국 국기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다. 2006년에는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태워진 국기 중 하나가 되었다. 깃발이 종교적, 문화적 갈등의 중심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마의 독수리 문양은 제국의 권위를 상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독교 국가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인 알바니아의 국기에도 자리 잡게 되었다. 알바니아가 기독교적인 비잔틴 독수리를 국기에 사용한 것이 특별한 이유는 국민 대다수가 무 슬림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이교도적인 독수리가 기독교 국가의 국기에만 널리 퍼진 것이 아니라 이슬람 국기에도 내려앉은 것이다.깃발은 저항과 혁명의 상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불의와 핍박에 맞서 깃발을 들고 일어섰다. 우리 역사에서도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민족의 열망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깃발은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 되어왔다. 아르헨티나 국기에는 프리기아 캡이라는 빨간 모자가 등장했다. 이 모자는 고대 프리기아에서 노예가 해방되어 자유인이 될 때 씌워주던 것으로, 이후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 독립 투쟁과 프랑스혁명, 라틴아 메리카의 해방전쟁에서도 이 상징이 사용되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미국의 성조기는 13개의 줄무늬와 50개의 별로 미국의 역사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13개의 줄무늬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최초의 13개 주를, 별들은 현재 미국을 구성하는 50개 주를 상징한다. 이 국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해왔으며, 미국의 팽창과 성장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국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오각별은 통일과 연대를 상징했다. 북한의 경우, 원래는 태극기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했으나 태극기의 불교적 상징을 미신으로 여긴 소련의 간섭으로 오각별이 그려진 붉은 바탕의 국기를 채택하게 되었다.국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고, 정치 체제가 바뀌고, 사회적 가치가 변화함에 따라 국기도 함께 변화하였다. 영국의 유니언잭은 잉글랜드의 세인트 조지 십자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 십자가, 아일랜드의 세인트 패트릭 십자가를 합친 것으로, 제국주의 시대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많은 국가와 지역의 깃발에 영향을 미쳤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피지 등 많은 국가의 국기 한편에는 지금도 유니언잭이 남아있다. 동유럽의 가로 줄무늬 국기들은 독립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러시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등 많은 슬라브 국가들은 범슬라브 색인 빨강, 파랑, 흰색을 사용한 가로 줄무늬 국기를 채택했다.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적 연대의식을 표현한 것으로, 정치적 격변기에도 이어져 온 민족적 자부심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세계 여러나라 국가들의 깃발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과 그 의미들을 상세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