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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이론인 양자역학은 20세기 초에 태동한 이래로 과학계와 일반 대중 모두에게 끊임없는 호기심과 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보통의 직관과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이 이론은 미시 세계의 기본 법칙을 설명하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첨예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섞으면 예상치 못한 거품이 일어나듯이, 양자역학 역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양자 세계의 신비는 우리가 익숙한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물질과 에너지의 본질, 우주의 작동 방식, 심지어 의식의 역할까지도 재고하게 만든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시 세계에서는 사물들이 명확한 위치를 가지고, 한 번에 한 장소에만 존재하며, 한 가지 상태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세계에서는 이런 제약들이 사라진다. 입자들은 동시에 여러 장소에 존재할 수 있고('중첩 상태'),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동시에 자전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상호 모순되는 특성들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 누군가가 "왼쪽으로 돌면서 동시에 오른쪽으로 돈다고?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따진다면, 양자역학은 "양자 세계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세계다. 그리고 양자 세계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토머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은 양자역학의 기이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이 실험에서는 빛(또는 전자)을 두 개의 슬릿이 있는 장벽을 향해 쏜다. 만약 빛이 순수하게 입자의 성질만 가진다면, 우리는 두 개의 밝은 줄무늬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교차하는 간섭무늬가 형성된다. 이는 빛이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번에 하나의 입자만 쏘아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같은 간섭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단일 입자가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의 일상적 경험에 완전히 배치되는 현상이다.
양자역학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개념 중 하나는 '관측'의 역할이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관측되기 전까지 입자는 여러 가능한 상태들의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관측이 일어나는 순간, 이 중첩 상태는 '붕괴'되어 하나의 확정된 상태가 된다. 이 개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에르빈 슈뢰딩거가 1935년에 제안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이다.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와 독약 장치가 있고, 독약이 방출될지 여부는 방사성 원자의 붕괴라는 양자적 사건에 좌우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리가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방사성 원자는 붕괴된 상태와 붕괴되지 않은 상태의 중첩 상태에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고양이도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고양이 역설은 양자역학의 핵심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양자적 좀비 고양이'를 볼 수 없는 걸까? 왜 거시 세계에서는 물체가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양자역학 해석이 제시되었다.
책에서는 거의 빌런으로 생각되는 보어의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는 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한 위대한 과학이이긴 하지만.... 보어의 붕괴이론 (코펜하겐 해석)은 재미있다. 닐스 보어와 그의 코펜하겐 학파가 제시한 이 해석은 오랫동안 '정통적 해석'으로 통용되었으며,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표준적인 해석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관측자가 물리계를 바라보는 순간 여러 개의 중첩된 상태가 붕괴되고 단 하나의 상태만이 최종 결과로 선택된다. 그러나 이 해석은 관측자의 역할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관측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우주가 관측되기 전에는 어떤 상태였는지, 그리고 의식을 가진 관측자의 출현 이전에는 어떻게 붕괴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저자는 이외에도 양자역학의 여러 이론을 기호와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설명해 준다. 다중이론, 그냥붕괴 이론 (GRW 이론), 유도 파동이론 등등... 수학을 통해 이해하려면 정말 어려운 이론을 쉽게 접근하게 한다. ^.^
양자역학이 이토록 철학적 해석에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학적 예측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다. 예를 들어, 전자의 자기모멘트 값을 양자역학으로 계산한 값과 실험실에서 관측된 값은 거의 일치한다. 그 차이를 지구 둘레(4,000만 미터)에 비유하면 0.1밀리미터에 불과하다! 인류가 개발한 이론 중 가장 정확한 이론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 실행된 수많은 실험 중 양자역학의 예측에서 어긋난 결과가 얻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놀라운 성공은 양자역학이 물리적 실재를 최소한 현상학적 수준에서는 매우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음을 말한다.저자는 양자역학의 이론적 예측이 실험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은 물리학자들이 철학적 해석보다 계산과 응용에 집중하는 이유가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양자역학의 심오한 철학적 함의를 간과하게 만들었다. 현역 물리학자가 파동함수의 붕괴 원리를 파고들기 시작하면 교수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실은, 과학 공동체 내에서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얼마나 불편한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양자역학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물리학자들과 철학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서 작동하는 법칙을 설명하면서도, 그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관측할 때만 실재가 결정되는 것인지, 무한한 평행 우주가 존재하는지, 우주 전체가 의식 안에 있는지, 또는 다른 어떤 설명이 옳은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수학 용어와 수학 공식, 편미분 방정식이 없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