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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한 달 여행 - 유네스코가 절경으로 꼽은 캐나다로키 15일 미국로키 15일
김춘석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 너머로 내 버킷리스트 페이지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 목록의 가장 위에는 굵은 글씨로 '캐나다-미국 로키산맥 여행'이라고 적혀 있지요. 언젠가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 여행의 꿈은, 오늘 읽은 여행기를 통해 더욱 선명한 색채로 물들었다. 여행자의 글을 통해 만난 로키산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들,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들,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침엽수림의 초록 물결까지.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빚어낸 이 거대한 예술작품을 언젠가는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볼 수 있을까?
"캐나다 여행을 오기 전 한 여행잡지에서 페이토호수의 사진을 보고 '호수의 색깔이 어찌 이렇게 곱고 예쁜가?' 하며 감탄했었는데 막상 그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환상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여행자의 책을 읽으며,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그 짙은 에메랄드빛 호수를 상상하며 내 마음은 이미 로키산맥의 해발 1,860m 고지에 와 있었다. 빙하수에 포함된 미세한 암석 입자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색채의 마법... 그것은 어떤 카메라도 완벽히 담아낼 수 없는, 오직 두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할 경험일 테다. 나는 종종 상상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는 페이토 호수 앞에 서서 첫 햇살이 수면 위에 반사되는 순간을 기다리는 나의 모습을. 그 순간만을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은 우리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그저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라고 가르치니까.
"이 호수는 1979년 이전 캐나다에서 사용되었던 20달러짜리 지폐의 뒷면 그림으로 인쇄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로키산맥의 보석'이라고도 불린다." 지폐에 담길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라니. 그것은 한 국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대변하는 상징적 풍경일 것이다. 모레인 호수를 둘러싼 텐 피크스의 웅장한 산봉우리들과 그 사이에 자리한 청록색 호수의 조화는 어떤 예술가도 상상해내지 못할 완벽한 구도겠지.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그곳에 간다면, 어떤 각도에서 그 풍경을 바라볼까? 여행자가 올랐던 '록 파일'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일까, 아니면 호숫가에 내려가 발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물결을 느끼며 바라보는 풍경일까? 아마도 둘 다겠지. 같은 장소라도 보는 위치와 시간,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자연의 매력이니까. 풍경에는 항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이크 루이스라는 이름 속에 영국 왕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니, 그곳을 방문한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걷는 셈이겠지. 원주민들이 '작은 물고기의 호수'라 불렀던 그곳이 어떻게 유럽 왕실의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일어난 문화적 교류와 변화의 흔적들을 상상해본다. 레이크 루이스에서 카누를 타는 모습도 그려본다. 하늘빛과 산의 그림자가 호수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그림 속에서, 작은 카누 하나가 물결을 일으키며 천천히 나아가는 모습. 그것은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손함과 경외감을 상징하는 것 같다.
미국 콜로라도로 넘어가면 만날 수 있는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부터가 얼마나 매혹적이다. 그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그리스 신화 속 올림푸스 산의 신들이 모여 연회를 즐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붉은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형상들은 마치 신들이 장난삼아 빚어놓은 조각품 같을 것이다. 자연이 수천만 년에 걸쳐 빚어낸 이 예술작품을 바라보면, 우리의 짧은 인생이 얼마나 찰나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그 찰나 속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특권이 아닐까? 여행기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이 펼쳐놓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었다. 에메랄드빛 호수, 붉은 바위, 노란 아스펜 단풍, 초록의 침엽수림, 하얀 설산까지. 이 모든 색채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는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그림일 것이다. 특히 가을의 아스펜 단풍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한여름 녹색 아스펜 나뭇잎이 이 가을에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것을 바라보며 인간도 역동적 청년기를 거쳐 노년의 안정과 원숙함으로 바뀌는 자연 순환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적 사색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그 풍경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 그것이 지정한 여행의 의미일 것이다.
여행기를 읽으며 상상했다. 빙하수의 차가운 감촉, 침엽수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향기,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상쾌함까지. 여행은 결국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니까. 나는 그 강물의 소리를 상상했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까지. 사진만으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그런 감각적 경험들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로키산맥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여행기 속 인물이 경험한 하이킹과 등산의 과정도 상상해본다. 숨이 차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낭떠러지 지그재그 좁은 산길, 그리고 그 모든 고난 끝에 만나는 절경의 순간들. 이런 육체적 도전이 주는 성취감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겠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순간의 뿌듯함이란. 스스로를 극복한 자의 보상 같은 것이겠지. 내가 로키산맥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그런 도전적인 하이킹 코스도 체험해보고 싶다. 비록 체력의 한계를 느낄지라도,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교감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테니까. 모든 여행은 결국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로키산맥으로의 여행은 나에게 어떤 만남을 선사해줄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