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예술의 뇌과학
수전 매그새먼.아이비 로스 지음, 허형은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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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미술관의 고요한 공간에서 한 작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콘서트홀에서 현의 떨림이 가슴을 울리는 순간, 혹은 책 한 페이지가 갑자기 온몸을 사로잡았던 그 순간을.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건너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우리에게 건네는 첫 번째 초대장이다. 우리는 왜 예술에 이끌리는 것일까? 어떤 이유로 특정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특정 선율에 귀를 기울이고, 특정 구절에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단순한 취향이나 감상의 차원을 넘어, 우리 뇌의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번에 예술의 뇌과학이라는 접근 방법으로 설명하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수전 매그새먼과 아이비 로스 공저의 <뇌가 힘들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얐다. 미술관에 가길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인 것 같다. ^.^

    현대 사회는 효율과 생산성을 우선시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를 소비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뇌는 과부하 상태에 빠지기 쉽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업무 시간 내내 이메일과 메시지에 대응하며, 퇴근 후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잠시도 쉬지 않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뇌는 점점 더 지쳐간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현대인들이 번아웃, 불안, 우울, 무감각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짧은 영상, 끊임없는 알림,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콘텐츠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더욱 분산시키고, 뇌의 자연스러운 회복 능력을 방해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은 더 강한 자극이나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있을지 모른다. 천천히 걸으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듣는 것, 한 권의 책에 몰입하는 것,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 이러한 예술적 경험들이 지친 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경미학은 예술 경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분야는 예술 감상이 주관적 경험을 넘어, 뇌의 신경 회로와 화학적 반응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할 때 우리 뇌의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어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초콜릿을 먹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기쁨과 유사한 신경학적 반응이다. 또한 예술 감상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추고,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예술이 뇌의 신경 가소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신경 가소성이란 뇌가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구조적, 기능적으로 변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술 활동은 이러한 뇌의 변화를 촉진하여, 새로운 신경 연결을 형성하고 기존의 회로를 강화한다. 이는 노화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고, 뇌 손상 후 회복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경미학 연구는 예술이 인간의 건강과 웰빙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예술은 우리의 감정을 정화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며,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직업적 실패, 자연재해, 폭력, 질병 등 다양한 트라우마가 우리의 심신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러한 상처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뇌의 구조와 기능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공포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영역인 편도체가 과활성화되고, 인지적 통제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다. 이로 인해 불안, 우울, 과각성, 회피 행동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술 치료는 이러한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을 돕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림 그리기, 음악 연주, 춤, 연극,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경험을 안전하게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예술 활동은 트라우마로 인해 단절된 몸과 마음의 연결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단순한 행위는 우리의 감각과 운동 체계를 활성화하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이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경험을 강화한다. 또한 예술은 트라우마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창조자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기 효능감과 통제감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술은 삶 그 자체에 대한 깊은 참여를 의미한다. 예술적 삶이란 창작자이든 관람자이든, 매 순간을 감각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로 경험하고, 그 경험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삶이다. 이러한 삶은 뇌의 건강과 웰빙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인간 경험으로 이어진다.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음악회에 가는 것,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 - 이 모든 행위들은 단순한 취미나 여가 활동이 아니라, 우리의 뇌와 마음, 그리고 영혼을 돌보는 필수적인 영양소다. 그러므로 일상에 예술을 통합하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이다.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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