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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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아침, 거울 앞에서 멈춰 섰다. 평소라면 눈가의 주름이나 목의 처짐을 발견하고 한숨부터 내쉬었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이 얼굴로 몇 년을 살아왔지? 이 몸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견뎌왔을까?’…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느라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 엄격하다. 특히 여성에게 이런 압력은 더욱 가혹하다. 젊음을 유지하라는 미의식, 완벽한 엄마이자 직장인이 되라는 역할 기대, 늘 친절하고 상냥해야 한다는 감정 노동까지. 이 모든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오늘은 이런 자기 검열의 사슬을 잠시 풀어보기로 했다.

    거울 속 내 모습에게 말했다. "너 참 잘 해왔어. 그동안 수고 많았어."타인과의 비교, 그 헛된 경주지하철에서 마주친 광고판의 20대 모델들, SNS에 가득한 완벽한 일상들, 동창회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이런 순간마다 자신을 비교의 저울 위에 올려놓곤 했다. 나보다 더 날씬한, 더 부유한, 더 성공한, 더 행복해 보이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자신을 비교하는 습관은 얼마나 많은 기쁨을 앗아갔을까. 저자의 경우, 특히 직장에서 이런 비교가 더욱 심했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매일 카메라 앞에 서야 했기에, 새로 들어온 젊은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비교되었다. 그들의 매끈한 피부와 트렌디한 패션 감각을 보며 초조해졌고, 그 결과 옷장은 나이보다 어려 보이려는 필사적인 시도로 구매한 옷들로 채워졌다. 입어보지도 않고 태그만 달랑 붙은 채로 방치된 옷들이 불안과 허영심의 증거처럼 쌓여갔다. 하지만 저자는 점점 깨닫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는 절대 끝이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언제나 나보다 어떤 면에서 더 나은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반대로 나보다 열등한 처지에 있는 이들도 있다. 이런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인생에는 '만약에'라는 가정이 수없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더 신중했더라면... 하는 후회의 목록은 끝이 없다. 900억이 넘는 가치로 뛰어오른 땅을 놓친 이야기처럼, 우리는 종종 인생의 '놓친 기회'를 붙잡고 괴로워하곤 한다. 그 땅을 팔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부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미련은 과거에 묶여 있는 동안,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가능성을 놓치게 만든다. 오늘의 나는 과거의 선택들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그 모든 결정들, 심지어 실수까지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는 일은, 나에게 다정해지는 첫걸음이다.

    우리 사회는 외로움을 두려워하도록 가르친다. 특히 여성에게 혼자 있는 삶은 종종 '미완성'이나 '실패'로 취급된다. 하지만 함께함과 홀로 있음은 각각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 함께하는 삶은 따뜻한 체온과 공유된 웃음, 서로에게 기대는 안정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의 제약과 끊임없는 배려, 돌봄 노동을 요구한다. 반면 홀로 있는 시간은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오롯이 자신의 욕구에 집중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완벽한 동반자를 찾는 데 집착하기보다, 때로는 혼자인 시간을 충만하게 누리는 법을 배우는 것. 산책길에 느끼는 바람의 감촉, 미술관에서 그림과 나누는 조용한 대화,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온전히 작품에 빠져드는 순간. 이런 경험들은 '같이'가 아닌 '혼자'이기에 더욱 특별할 수 있다. 외로움을 부정하거나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향한 최고의 다정함이 아닐까.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 특히 다른 이들을 챙기고 돌보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아이들의 도시락을 정성껏 꾸미면서도 자신의 끼니는 대충 해결하고, 가족을 위해 좋은 옷을 사주면서도 자신의 낡은 옷은 그대로 입는다.자기 자신에게 작은 배려를 베푸는 일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타인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길 수 있다.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지 않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음미하며 먹는 시간.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편안한 잠옷 한 벌. 오래된 티셔츠와 함께 버리는 '언젠가 입겠지'라는 미련. 이런 소소한 자기 배려가 나를 건강하게 지켜준다. 나를 귀한 손님처럼 대접하는 습관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 자신을 뒷전으로 미뤄온 이들에게는 특히 낯설고 어색한 연습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자. 오늘 점심, 혼자라도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 오래된 속옷 한 벌을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 이런 작은 실천이 쌓여 자신을 향한 다정함의 습관이 된다.

    우리는 시간의 부족을 핑계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 기회를 놓치곤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젠가'라는 모호한 미래로 미루는 동안, 그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후회처럼, 우리는 종종 사랑하는 이들이 떠난 후에야 함께했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샤를 오귀스탱생트뵈브의 말처럼, 추억은 싱싱할 때 심어두어야 뿌리내린다.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기쁨, 지금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대화, 함께 걸을 수 있는 가까운 산책로.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삶의 풍요로운 추억이 된다. 나 자신과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여행,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자신의 성장을 축하하는 순간들. 이런 추억들은 앞으로의 삶을 지탱하는 내면의 힘이 된다.

    오늘처럼, 조금씩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편견의 사슬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 나는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수고했어, 오늘도. 내일도 너에게 좀 더 다정한 하루를 선물하자.“ 힐링을 주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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