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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 ㅣ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6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릴적에 본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많은 이들에게 모험과 탐험의 낭만을 선사하며, 고고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가로 등장하며, 고고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현대 사회에서 고고학의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많은 화두를 남긴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인디아나 존스는 고대 유물을 찾아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다양한 위험과 모험을 겪는데, 영화는 이를 통해 고고학을 매우 흥미롭고 스릴 넘치는 분야로 묘사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전설적인 유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예를 들어, 성배, 언약궤 등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유물들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고고학 유물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며, 이를 보호하고 지키려는 인디아나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영화에서는 가상의 외국의 유물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유구한 역사와 유물들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나라 유물 내지는 고고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삼국시대 전 고대 가야에 대한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 것이 아쉬웠었다. 이번에 우리나라 대가야의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그 유물과 의미를 알아 볼 수 있게 여행을 안내해 주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황윤님의 <일상이 고고학 : 나혼자 대가야 여행>이었다. 우리나라 고대 대가야 문명과 유적지 그리고 역사 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그동안 영화나 소설로만 알고 있었던 대가야의 실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책 한 권이 내 안의 풍경을 바꾸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이라는 다소 조용한 제목의 책은 처음엔 지역 역사 가이드북처럼 보였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나는 이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지 유적을 나열하거나 과거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 책은 ‘시간’이라는 낡은 숲에 직접 들어가, ‘흙’이라는 고요한 언어를 통해 ‘기억’을 걷는 여정이다. 가야. 그중에서도 대가야. 우리는 보통 한반도 고대사를 ‘삼국시대’로 배웠다. 고구려, 백제, 신라.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는 ‘사국시대’라는 또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대가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었다. 고분군과 무덤 속 유물, 금세공품과 순장의 기록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우리 또한 이 땅의 주체였노라고. 내가 대가야의 흙을 직접 밟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그 흙의 온도와 냄새, 침묵 속 기억을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이 책이 들려준 유적의 이야기, 사라진 듯하지만 강하게 남은 제국의 흔적들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 보려 한다.
책의 첫 여정은 합천 해인사에서 시작된다. 불교의 깊은 숨결이 서린 해인사에서 시작해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으로 이어지는 길. 나는 그 길을 상상했다. 팔만대장경이 담고 있는 정신의 무게와, 그 곁에 흐르고 있는 대가야의 묻힌 기억. 이 둘은 결코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었다. 지산동 고분 그것은 ‘대가야’라는 이름을 흙으로 새긴 거대한 언어였다. 높은 언덕을 따라 길게 뻗은 능선 위, 크고 작은 봉토들이 줄지어 있는 그 풍경을 책 속에서 보며 나는 문득 압도당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단지 왕족이 아니라, ‘국가’를 이끈 존재들이었다. 각 고분은 죽음의 기념물이 아니라, 한 시기의 정치와 문화, 사람의 욕망과 애도의 방식이 새겨진 역사서였다.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순장’의 흔적이었다. 수십 명의 순장자가 함께 묻힌 고분. 과장이나 허구가 아닌, 실제 발굴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라는 점에서 나는 역사와 인간의 잔혹한 동시에 경건한 이중성을 떠올렸다. 한 사람이 죽으면 함께 생을 마감한 수많은 이들. 이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이며, 또한 절대적인 믿음인가.
고령의 대가야박물관과 옥전 고분군, 진주와 함안, 말이산 고분을 따라 책은 나를 이끌었다. 각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과거의 물건’이 아니라, 대가야 사람들의 생활과 예술, 외교와 정신을 담은 조각들이었다. 나는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흙과 뼈가 이야기하는 말 없는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과의 관계였다. 근대 일본인 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증명하고자 가야 고분을 탐사하였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일본 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가야 고유의 유물들이 쏟아졌다는 아이러니. 심지어 일본에서 대가야 금세공품이 출토된 사실은, 오히려 ‘가야에서 일본으로’ 흐른 문화적 역전의 흔적이었다. 단군 신화와 대가야 신화가 일본 천황가의 신화와 유사하다는 부분은 흥미로움을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반도의 문화적 파급력’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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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나는 마음속에서 고분들을 거닐고 있었다. 해인사의 아침 안개 속을 걷고, 고령의 박물관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순장자의 무덤 앞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책은 흙의 기록을 읽는 하나의 감각이고, 사라진 역사를 복원하려는 조심스러운 시도였으며, 한 개인이 역사와 마주하는 순간의 진실한 감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강자’의 서사로만 읽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약해 보였던 존재도 한 시대를 이끌 수 있고, 지워졌던 기억도 다시 불릴 수 있다고. 나는 이제 ‘대가야’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 이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부르고 싶어진다. 나는 책을 다 읽은 뒤 조용히 지도를 펴보았다. 합천에서 고령, 함안, 창녕, 진주까지. 그 고분의 궤적을 따라 언젠가는 걸어보고 싶다. 이 책이 그 길 위에 놓은 등불처럼 나를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니 다음엔 책장이 아닌 발걸음으로 대가야를 읽고 싶다. 어쩌면, 그 흙 위에 선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