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에르의 처음 프랑스어 - 프랑스어 찐 왕초보를 위한 100일 완성 프로젝트
노민주(주미에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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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제화의 물결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언어는 더 이상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문화적 이해와 정체성, 그리고 직업적 기회를 넓히는 열쇠로 기능한다. 우리는 이제 영어라는 국제 공용어를 넘어서, 제2외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프랑스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어는 전통적으로 ‘외교의 언어’, ‘예술의 언어’, ‘사랑의 언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유엔, 유네스코, EU 등의 국제기구 공용어로 사용되며,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캐나다, 동남아시아까지 약 29개국에서 공식어로 지정되어 있다. 이러한 세계적 위상 덕분에 프랑스어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자산이 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국내외 다국적 기업들이 프랑스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우대하는 추세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으며, 프랑스어를 통한 문화, 예술, 패션, 요리 등의 분야 접근 역시 한층 용이해졌다.


뿐만 아니라,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랑스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에서 프랑스어 콘텐츠를 자막 없이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프랑스어 학습은 이제 단순한 학문적 목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여행, 프랑스 유학, 혹은 프렌치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프랑스어는 곧 ‘자신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나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프랑스어에 매료된 사람 중 하나이다. 언젠가 파리의 작은 서점에 앉아 조용히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원어로 읽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화려하고도 섬세한 언어의 결 속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자격증 취득이나 실용적인 목표 때문이 아니라, 프랑스어를 통해 나의 감수성을 확장시키고,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한 첫 스타트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노민주(주미에르)님의 <주미에르의 처음 프랑스어>다. 여름 휴가로 파리로 가서 원어민과의 대화를 꿈꾸며 책을 읽어 본다.


프랑스어는 내게 오랜 시간 동안 동경의 언어였다. 그 소리는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부드럽고,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인 안개에 싸여 있었다. 고전 영화를 볼 때마다, 파리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불어 속삭임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예고하는 듯했다. 말 한마디에 사계절이 담겨 있는 듯한 언어, 문장 하나가 삶의 깊이를 건드리는 언어. 그러나 동시에 그 낭만은 나와는 조금 먼 곳에 있는 듯했다. ‘문법이 어렵다’, ‘발음이 까다롭다’, ‘성별 구분이 헷갈린다’는 이야기는 프랑스어를 실체 없는 안개처럼 느끼게 했다. 그 안개는 아름다웠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고, 쉽게 스며들지도 않았다.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마치 한 송이 라벤더가 조용히 눈앞에 피어난 것 같았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두렵고 불안한 감정을 동반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정을 한결 누그러뜨려 주는 힘이 있었다.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익히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초대였다. 이 책은 ‘학습서’라기보다도 마치 여행지의 지도 같았다. 낯선 언어라는 미로를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걸어주는 친절한 동행자가 생긴 느낌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오늘의 체크 포인트’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챙기는 사람처럼, 오늘 내가 어디를 지나 어떤 풍경을 만날지를 조심스럽게 짚어준다. 공부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무게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차분하고 기대 어린 하루가 시작된다.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이 책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프랑스어 학습을 시작하며 가장 필요한 건, 어쩌면 정확한 문법보다 이런 격려의 말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망설임과 두려움이 동반되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용기를 주는지 모른다.

‘오늘의 학습 내용’으로 들어서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섬세하게 손질된 보석처럼 다가온다. 문법을 설명하는 방식이 어쩌면 이렇게도 다정할 수 있을까? 보통의 문법 설명은 메마른 공식처럼 느껴지지만, 『주미에르의 처음 프랑스어』 안에서는 그것이 삶의 언어로, 살아 있는 문장으로 다가온다.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개념들이 이 책 안에서는 놀랍도록 쉽게 이해된다. 동사의 활용이나 성별에 따른 형용사의 변화 같은 부분도, 딱딱한 설명이 아닌 자연스러운 문맥 속에서 스며든다. 예문들 또한 기계적인 조합이 아니라, 마치 프랑스 어느 골목길에서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단어들이 정적인 기호가 아니라 움직이고 살아 있는 생명처럼 다가오니, 그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회화. 이 책의 ‘처음 회화’ 코너는 작지만 강한 울림을 준다. 프랑스어 발음을 녹음한 원어민의 목소리는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귀를 간질이고, 억양 하나하나에 숨은 감정의 결을 느끼게 한다. 발음을 따라하다 보면 단어의 뜻을 아는 것 이상의 감정이 전달되는 순간이 있다. 어투, 리듬, 멜로디. 단순히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음악성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말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말이라는 것이,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감정과 삶을 나누는 통로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외국어를 진짜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은 어쩌면 바로 그런 순간이 아닐까.


‘Quiz’와 ‘종합 연습문제’ 코너는 이 여정을 돌아보게 하는 쉼표와도 같다. 마치 오늘 하루의 여행을 마친 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길을 돌아보는 기분이랄까.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점검하는 과정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실수를 했더라도 괜찮다는 듯이, 책은 조용히 다음 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채찍 대신 나지막한 칭찬으로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 한 번 실수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걷는 것, 언어라는 긴 여정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 Talk talk!’ 코너. 이것은 이 책의 진정한 보석 같은 순간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회화 표현들을 입으로 뱉는 연습을 하며, 마치 내가 프랑스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에 생활의 온도가 배어 있는 듯해서, 말이 단순한 기호의 조합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향한 징검다리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조차, 이 책에서는 하나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Bonjour. 그 한마디 속에는 아침 햇살과 잔잔한 인사, 그리고 미소가 담겨 있다. 언어는 결국 마음의 풍경을 말하는 도구이기에, 그 표현이 감정으로 연결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책은 내가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 안에는 말의 소리, 감정,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스며 있다. 책은 다정하게 말한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감성적인 언어를 감성적인 책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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