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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식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싹을 틔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감정을 느껴 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이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먼저 식물들의 교감처럼 식물 그림이 있어 좋았다. 나도 언젠가 저런 식물 도감을 그려 볼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식물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저자의 일상과 함께한 식물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간다. 여러가지 식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각각의 식물들이 저자에게 주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감동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독자들은 또 다른 감동과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숲을 거닐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즐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비에 젖은 땅의 향기,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의 표면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다. 자연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변화와 순환, 인내와 성장에 대한 깊은 메시지였다.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자연의 원리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식물들은 나에게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였다. 저자는 글에서 나무와 꽃, 열매와 낙엽,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자연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바라보며 느낀 감성과 교훈을 나누고 있다. 담담한 내용이 참 편하다.
여름날 비가 오면 숲속을 걷곤 했다.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자연이 들려주는 섬세한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넓은 잎을 가진 나무는 부드러운 북소리를 내고, 가는 잎을 가진 나무는 섬세한 빗줄기 소리를 만들어냈다. 비가 대지를 적시고 나무의 뿌리를 타고 내려가며 생명을 불어넣는 그 과정은 자연의 섭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삶도 그러하다. 우리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폭우를 만난다. 하지만 그 빗줄기 속에서도 나름의 음악이 있고, 그 물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폭풍이 지나간 후의 맑은 하늘처럼, 고난을 지나면 한층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가을이 조용히 작별을 고하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나뭇잎은 한 계절을 푸르게 보내고, 이제는 내려앉아 땅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다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생명을 키울 준비를 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도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있다. 집착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놓아야 할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관계, 어떤 목표, 어떤 미련이든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자연이 그러하듯 조용히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는 새로운 것이 찾아올 것이다.
눈은 얼음과 같지만, 그 속에는 공기가 촘촘하게 들어 있어 따뜻함을 품는다. 차가운 겨울날에도 눈이 덮인 땅속에서는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방식과 닮아 있다. 삶이 차갑고 고단할 때, 우리를 감싸는 따뜻한 기억과 감정이 있다면 그 순간을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표일 뿐이다. 우리도 삶의 차가운 계절을 지날 때, 내면의 온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어떤 감정, 어떤 소중한 순간들은 우리를 지탱해 줄 따뜻한 눈송이가 되어준다.
서양배는 후숙을 해야 제맛을 낸다고 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익지 않은 배를 먹으며 그 맛을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배뿐만 아니라, 자연에는 기다림이 필요한 것들이 많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 씨앗이 싹을 틔우기까지의 시간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연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어떤 순간은 당장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기다림이 결국 더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줌을 깨닫게 된다.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모든 과정이 순서대로 이루어지며, 그 속에는 자연의 질서가 있다. 중력이 있기에 모든 것이 아래로 내려오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움켜쥐려 하지만, 때로는 내려놓음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자연은 우리에게 때로는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가르쳐 준다. 곰팡이는 나무를 분해하며 생태계를 순환시킨다. 그들은 또 다른 존재를 위한 길을 만들어 준다. 우리는 흔히 사라짐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사라짐이 곧 다른 존재로 이어지는 과정임을 조용히 알려준다.
자연은 끝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비와 낙엽, 눈과 열매, 미생물과 숲의 생태계—이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교훈을 배운다. 자연을 바라보며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내려놓음을 배우며,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순간, 삶은 더욱 깊고 넓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종종 산책을 하면서 숲을 거닌다. 여전히 나무를 보고, 흙을 만지고, 꽃의 향기를 맡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오늘 비가오는 숲 속을 걷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