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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수도원 기행 2 - 하느님께 다가가는 신비한 여정 ㅣ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 2
이관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5년 3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번에 산티아고 순례길과 함께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 수도원 여행관련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이관술님의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2>였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 이탈리아 수도원과 그 수도원에 있는 성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은 신비한 여정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한적한 길을 따라 걸으며 고즈넉한 수도원의 돌담을 손끝으로 느낄 때, 문득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저자가 안내하는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은 중세의 신앙과 현대인의 영성이 맞닿는 곳, 가난과 겸손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자 했던 수도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수도원의 정적 속에서 들리는 건 바람과 새소리뿐, 그리고 먼 과거에서 흘러나오는 기도 소리와 노래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당. 이곳은 가난과 사랑의 정신이 남아있는 곳이다. 저자를 따라 가는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은 아시시(Assisi)에 자리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혼과 그의 가르침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성소다. 13세기 초,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화려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던 프란치스코는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택했다. 그의 정신을 담은 성당은 위층과 아래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상부 성당(Basilica Superiore)은 고딕 양식으로 하늘을 향해 뻗어 있으며, 하부 성당(Basilica Inferiore)은 그의 무덤이 자리한 신비로운 공간이다. 하부 성당에 들어서면 어둡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도사들의 낮은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벽면을 가득 채운 프레스코화는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를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가 걸어간 길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가난과 사랑,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그의 삶은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곳에 서 있으면, 마치 프란치스코가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아시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gli Angeli)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당은 다른 어떤 성당보다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프란치스코가 수도회를 창설하고 첫 제자들과 함께 기도했던 ‘포르치운쿨라(Portiuncula)’ 경당이 성당 내부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르치운쿨라는 작은 돌집 같은 형태로, 겉으로 보기에는 소박하기 그지없지만 그곳에서 하느님과의 깊은 교감이 이루어졌다. 프란치스코는 이곳에서 "완전한 용서"의 은총을 얻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순례자들이 죄 사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중앙에 자리한 포르치운쿨라가 마치 작은 섬처럼 서 있으며,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에서 경건함과 간절함이 묻어난다. 순례자는 이곳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경험한다. 수세기 동안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이 들여온 기도의 향이 성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누구든 그 안에 들어서면 영혼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에서의 기도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려 나오는 간절한 외침이 된다.
아시시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성당이 있다. 바로 성 다미아노 성당(San Damiano)이다. 이곳은 프란치스코뿐만 아니라 그의 영적 동반자였던 성녀 클라라(Santa Chiara)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곳이다. 성 다미아노 성당은 본래 쇠락한 작은 교회였으나, 프란치스코가 기도하던 중 "프란치스코야, 무너져가는 내 집을 다시 세워라"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직접 교회를 보수했고, 이후 성 클라라가 그녀의 수도회를 창설하며 그곳을 중심으로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이 성당에 들어서면 소박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그곳에는 클라라와 그녀의 동료들이 기도하며 지냈던 공간이 보존되어 있으며, 그들의 단순한 삶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수도원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이 성당 안을 은은하게 밝히며, 마치 클라라가 우리에게 "가난 속에서도 하느님의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저자와 함께 한 이탈리아 수도원을 방문하며 느낀 가장 큰 감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성’이었다. 중세의 수도사들은 당시 격변의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려 했던 개혁자들이었다. 그들은 기도와 노동 속에서 하느님을 찾았고, 세속적 욕망을 내려놓고 오직 영적인 삶을 추구했다. 오늘날 우리는 빠른 변화와 복잡한 삶 속에서 자주 길을 잃곤 한다. 하지만 수도원의 조용한 정원과 돌로 지어진 성당 안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그곳에서는 하느님의 시간(Kairos)과 인간의 시간(Chronos)이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순간으로 수렴된다.
이탈리아 수도원 기행은 하느님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바쁜 삶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본래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수도원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울림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수도원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가장 강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음성, 그리고 우리가 본래 가야 할 길에 대한 깨달음이다. 저자가 소개해 주는 성화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또다른 배움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