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제이 옮김, 야마구치 하루미 일러스트 / 청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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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시의 소음을 뒤로한 채, 산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분주한 거리, 끊임없는 소음,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벗어나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고요 속으로 스며드는 일.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긋하게 흘러가고, 사소한 것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번에 자신의 산속에서의 생활의 시작과 사계절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수수함을 느낄 수 있는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우에노 치즈코의 <산기슭에서, 나홀로>였다. 나는 저자는 삶의 한 단면을 통해서 산속의 삶을 택한 이들이 왜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지, 왜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이 삶의 의미를 깊게 하는지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임을 알게 된다. 저자 우에노 지즈코는 도시와 산을 오가는 삶을 살다가 결국 산속 생활에 정착하게 된다. 그는 코로나 이후 대도시 도쿄를 떠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의 집에서 사계절을 음미하며 살아간다. 산속에서의 삶은 단순하지만, 단순함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봄이 오면 눈이 녹고, 산속 마을에는 연둣빛 신록이 퍼진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그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여름이 되면 매미 소리가 산을 가득 채운다. 가을이 오면 벌레 소리가 들리고, 단풍이 절정을 이루다가 결국 낙엽이 되어 땅을 덮는다. 겨울이 되면 숲이 조용해지고, 작은 동물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긴다. 이렇게 계절이 흘러가고 자연은 변하지만, 산속에서의 하루하루는 고요하고 충만하다.

저자는 가드닝과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꽃을 심고 나무를 돌보며,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반딧불이의 계절이 오면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만, 어느 날 문득 그 계절이 지나갔음을 깨닫고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산속에서의 생활은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며, 매 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산속 생활이 단순히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야생 동물과의 공존,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 점점 늘어나는 책들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존재한다. 저자는 특히 나이 들어 홀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자 한다. 도시에서는 잊고 살았던 문제들이 산속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산속에서의 삶을 사랑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 책과 음악에 둘러싸인 시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자유. 그것이야말로 도시에서 얻을 수 없는 행복이다.

나 또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바쁜 일상과 끊임없는 정보의 흐름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 나도 언젠가 저자처럼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깨닫고, 단순하지만 충만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삶을 꿈꾸며, 오늘도 자연을 그리워한다. 저자와 같은 속세의 삶을 벗어난 산 속에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 ^.^

​산속의 아침은 도시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바쁜 출근길의 경적 소리가 아닌, 새들의 지저귐이 창을 두드린다. 아침 공기는 한층 서늘하고, 폐 깊숙이 들이마시는 산소는 맑고 청량하다.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얼굴을 내밀면 온 세상이 부드러운 금빛으로 물든다. 봄이 오면 눈 덮인 숲길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초록빛 새싹이 고개를 내민다. 아직 쌀쌀한 바람 속에서도 피어나는 목련은 봄의 첫 인사를 건네고, 조팝나무와 개나리가 뒤를 따른다. 온 산이 꽃향기로 가득 차고, 계절이 건네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문득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듯하다. 도시는 늘 앞만 보고 달려가게 하지만, 산속에서는 그 흐름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여름이 오면 푸르른 숲이 우거지고, 나무 사이로 스며든 햇빛이 황금빛 조각을 만든다. 작은 개울에서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아이들이라면 신이 나서 발을 담그고 놀았을 것이다. 매미 소리는 한낮의 더위를 더욱 실감 나게 하지만, 이 또한 여름의 일부다. 낮의 열기가 가라앉고, 저녁이 되면 산바람이 불어와 피부를 스치는 감각이 시원하다. 밤에는 반딧불이가 어둠 속을 유영하며 작은 별처럼 반짝인다. 이 순간만큼은 어떤 인공의 빛도 필요하지 않다.

​가을이 오면 숲은 황금빛으로 변한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붉고 노랗게 물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녹아내리는 듯하다. 단풍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치 숲이 불타오르는 듯하다.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가까워지면, 차츰 주변은 고요해지고 공기는 서늘해진다. 이때쯤이면 나도 조용히 책을 펼쳐 들고,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홀로 자연 속에 있다 보면, 삶의 끝자락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겨울은 또 다른 세계다. 차갑고도 맑은 공기 속에서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듯하다. 눈이 내린 아침, 문을 열면 온 세상이 흰빛으로 덮여 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눈이 뽀드득 소리를 낸다. 도시에서는 듣기 힘든 이 작은 소리가, 산속에서는 가장 익숙한 음악이 된다. 이맘때면 작은 동물들이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숲을 조용히 거닐고, 그 모습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해진다.

산속에서의 삶은 삶의 본질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도시의 화려함과 속도를 떠나, 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깨닫을 것이다. 무엇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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