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그물 - 교유서가 소설
윤정모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4년 12월 3일, 불법적인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란 속에 놓여 있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으며, 현 정부의 친일적인 외교 정책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직면하고 치유해왔는가? 이번에 읽은 『가시그물』은 이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가시그물』은 동래온천장에서 살아가던 한 여인의 삶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그녀는 원치 않는 운명에 의해 삶이 짓밟히고, 그 상처는 그녀의 아이에게까지 이어진다. 주인공은 삶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시대적 환경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이 소설은 가족사의 비극을 넘어, 시대적 억압과 역사적 상처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한 인물이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소설은 특정한 한 시기를 넘어,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반복되는 억압의 역사를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를 유도한다. 생각해 보면, 소설 속에서 토착 일본인의 후손인 전기봉과 그의 존재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다연과 동규의 비극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참극으로 묘사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 역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채, 여전히 친일 잔재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가시그물』이라는 제목은, 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구조를 상징하는 것 같다.

윤정모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적 상처를 통해, 시대적 아픔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피해자로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운명에 맞서고, 시대적 억압에 대한 저항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기억하고 치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여전히 친일 잔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이 아픔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시그물』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치유와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나는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졌다. 다연의 인생은 너무도 가혹했고, 그녀가 겪은 고통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이 집약된 것이었다. 동규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어머니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그,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역사적 폭력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오른 감정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력감, 슬픔, 그리고 우리가 이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이 제시하는 희망도 분명히 존재했다. 동래학춤이 단순한 전통 무용이 아니라, 부활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묵직하게 다가왔다. 작품은 시대적 아픔을 직면하고,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정말 과거를 치유했는가? 아니면 여전히 가시그물 속에 갇혀 있는가?



25년 3월 잘목된 계엄에 대한 단죄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고, 사회적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우울한 주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