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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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체크카페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의 작품은 깊은 감성과 철학적 사유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특히, 그의 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민족의 아픔과 개인의 고뇌를 담아내어, 많은이들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윤동주의 시를 필사하는 것은 글자를 따라 쓰는 행위를 넘어, 그의 사상과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일 것이다. 필사를 통해 우리는 윤동주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되새기고, 그의 시가 지닌 아름다움과 힘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필사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북>이었다. 저자의 해설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필사하는 의미와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그리고 필사가 개인의 정서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필사(筆寫)는 글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다. 필사를 통해 우리는 저자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고, 자신의 생각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한다. 필사한 글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되짚을 수 있다. 이는 현대인의 정신적 피로를 풀어주는 동시에,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과 깨달음을 얻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필사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인내심을 기르고, 집중하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명상과도 같으며,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정신적인 휴식이 된다. 매일 한 장씩 글을 필사하면서, 우리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나무가 천천히 자라듯이, 필사의 과정이 우리에게 내적 성장을 가져다준다.

주말, 나는 오래된 카페 한편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읽고 필사를 해 본다.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그의 시구에 스며든 시간의 무게를 느꼈다. 어쩌면 그는 손끝으로 시를 쓴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고독과 시대의 아픔을 한 자 한 자 새긴 것이 아닐까.

​윤동주 시인의 필사는 그냥 끄적이는 기록이 아니었다. 그는 백석의 시를 구하지 못하자 직접 써 내려갔다. 그의 필사는 간절한 염원이었고, 한 글자 한 글자에 대한 경외였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나는 한 권의 책을 필사할 만큼 간절했던 적이 있었을까? 손끝이 떨리고,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어떤 문장을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필사를 해본 사람은 안다. 글을 따라 쓰는 순간, 그냥 반복이 아니라 글자 속에 숨겨진 감정을 체득하는 과정임을. 눈으로만 읽을 때는 몰랐던 문장의 울림이, 손끝에서 새롭게 피어난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필사하면서, 나는 마치 그와 함께 걷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의 시선, 그의 침묵, 그의 망설임이 나에게로 전해졌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글을 읽지만, 정작 그 글이 우리 안에서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 윤동주의 필사는 그에게 시를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존재로 만들었다. 나도 필사를 하며 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의 시구를 따라 쓰다 보니 마치 내 안에 잠자던 감각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듯했다. 기억 저편에 묻어둔 단어들이 살아나고, 어쩌면 영영 잊었을지도 모를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필사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그것은 이해의 과정이고, 깨달음의 과정이다. 손으로 따라 쓰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새기는 동안, 나는 윤동주가 바라보던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그가 느꼈을 바람을 내 볼 위로 스쳐 가게 했다. 그리고 별을 향한 그의 시선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글을 따라 쓰면서 문장 속에서 잠들어 있던 감정을 깨우는 경험은, 필사를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나는 윤동주의 시를 필사하며 문장이란 결국 손끝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쓸 때 비로소 그 문장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허밍웨이도, 김훈도, 신경숙도,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필사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좋은 문장을 따라 쓰면서 문장의 결을 익히고,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나도 그 길을 따라가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이 필사를 끝마치고 나면, 그것은 기록일 뿐만 아니라 나만의 특별한 보물이 될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새긴 윤동주의 시가 나의 일부가 되고, 그의 사색이 나의 사색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사를 하는 동안 나는 마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가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의 손끝에서 시작된 글이, 오랜 세월을 지나 내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필사를 마친 후, 나는 조용히 내 필사본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감정이, 나의 시간이 새겨진 작은 우주였다. 윤동주 시인이 백석의 시를 필사하며 느꼈을 감정을, 이제는 내가 느끼고 있었다. 그는 시를 남겼고, 나는 그 시를 손으로 따라 쓰며 내 안에 새겼다. 그렇게 우리는 시대를 초월해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한 줄, 한 글자, 한 순간. 그리고 나는 다시 필사노트를 펼쳤다. 아직 다 쓰지 못한 그의 시가 남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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