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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말의 오후, 교보문고를 찾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이 주는 특별한 위안을 찾기 위해, 나는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익숙한 책 냄새와 조용히 흐르는 음악, 그리고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그 순간 나는, 이곳이 책을 사고파는 공간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음력으로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끝자락에 마주한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흩날리는 빗줄기처럼 마음을 적시는 책이었다. 서점을 둘러 보면서 우연히 손에 잡힌 이 책은 잠언집 형식이지만, 인생의 여정을 함께 걸으며 위안을 주는 동반자와도 같았다. 노작가 톨스토이는 생의 마지막 순간, 그의 모든 열정과 깨달음을 단 한 권에 담아내려 했다. 그 무게감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졌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인류에 대한 나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읽는 이를 겸허하게 만든다. 톨스토이는 병상에 누워 사랑, 행복, 신, 믿음, 삶과 죽음 등 인간이 맞닥뜨리는 삶의 중요한 주제들을 하나씩 꺼내어 이야기를 풀었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마치 그가 내 옆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생의 지혜를 속삭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는 단순히 읽고 지나칠 말들이 아니었다. 각 문장은 깊은 사유를 요구하며, 동시에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겼다. “많은 책을 읽고 다 믿어버리는 것보다는 아무 책도 읽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책 한 권 읽지 않고서도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책에 쓰인 것을 다 믿는다면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의 경고는 독서의 태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로도 들렸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마주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어떻게 이해하고 내 삶에 녹여내는가가 아닐까.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톨스토이가 살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글들은 여전히 우리의 삶에 유효하다. 그는 책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주제를 통해 인생이란 단순히 수직적인 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길을 걷는 것임을 일깨운다. 톨스토이의 잠언 중 하나인 “인생의 손님들인 사랑, 행복, 신, 믿음, 삶, 죽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리로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랑과 행복, 믿음과 진리를 찾아 헤매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톨스토이의 삶과 그가 남긴 철학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었지만, 동시에 더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AI와 데이터 속에서 효율과 속도를 추구하지만, 톨스토이는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의 잠언들은 그 자체로 고요한 명상과 같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톨스토이는 또한 죽음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는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봤다. “죽음은 삶의 정점이자 완성이다”라는 그의 말은 두렵기보다 위로로 다가왔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한다. 이러한 질문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기술로 연장된 삶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선 톨스토이가 말한 ‘삶의 본질’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절정에 다다른 추위도 그 위세가 꺾이고 따뜻한 햇살이 비치듯, 이 책은 내 마음속에 새로운 빛을 비춰주었다. 톨스토이가 남긴 마지막 저서는 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동반자이며, 때로는 길을 잃었을 때 길잡이가 되어줄 나침반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가 남긴 지혜를 되새기며, 인생의 참된 가치를 찾아가길 바랐다. 이제 어지러웠던 정치 상황도 조금씩 마무리되고, 질서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설을 맞아 모두들 행복한 한 해를 맞이하기를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