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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모로코 인문 기행 ㅣ 타오르는 시간 2
김종엽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인생에서의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깊은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일 것이다. 요즈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이나 유럽으로의 여행은 많은 사람에게 일상에서의 바쁨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와 위안을 찾고자 하는 여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곳에서의 경험은 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들을 남길 것이다. 유럽은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지닌 지역으로, 이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각기 다른 문화를 경험하며, 눈부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에게 또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에 유럽의 변방이었으나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의 주축 국가로 발전하고 또한 무적함대의 추락과 함께 유럽의 역사에서 또다시 변방으로 추락한 스페인과 모로코의 인문여행을 이야기 하는 신간을 읽을 좋은 기회가 있었다. 김종엽님의 <스페인 모로코 인문 기행>이었다.
책은 저자의 스페인 모로코의 여행기면서 정점 체험(Peak Experience)에 대한 이야기다. 정점 체험은 개인이 특정 순간에 극도의 감정적 고양이나 충만함을 느끼는 경험을 의미한다. 이 경험은 일상적인 삶을 넘어서는 특별한 순간으로, 예술작품, 자연의 경관, 혹은 강렬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촉발된다. 저자는 여행 중 마주친 여러 예술 작품과 풍경을 통해 이러한 정점 체험을 경험했음을 언급하며, 그 순간들이 자신의 내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정점 체험은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감동을 넘어서, 개인의 정체성과 세계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정점 체험은 특정한 조건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개인이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해 있을 때, 즉 ‘현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정점 체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그 경험이 개인에게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가 언급한 여러 예술작품들-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나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은 눈의 즐거움을 넘 어, 개인의 내면에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작품들은 개인의 경험과 연결되어 감정의 깊이를 더하게 되는 것이다.
정점 체험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정점 체험의 복잡성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언어적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체험이 언어로 변환되는 과정은 때때로 그 경험의 본질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특히, 감정의 섬세함이 언어로 표현될 때 그 의미가 단순화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정점 체험은 개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순간들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신을 재조명하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여행기를 통해 이러한 정점 체험을 기록하고자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점 체험은 개인이 삶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더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개인이 사회와 연결되고, 더 깊은 인간적 경험을 나누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 정적 체험 의 개념을 알게 되었으나, 저자의 정점 체험을 통한 스페인 모로코의 인문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화두를 던져 주었다.^^
책은 20세기 천재 화가인 피카소가 유일하게 스승이라 생각하는 벨라스케스, 화가들이 뽑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여행기로 시작된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화가가 17세기 스페인 궁정의 일상을 담아낸 작품으로, 그 구성과 디테일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저자는 이 그림을 처음 접 했을 때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 순간이 자신의 미술적 경험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이야기 한다. 작품은 화 려한 색감이나 정교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복잡한 시선과 관계망을 통해 관람자를 사로잡는다. <시녀들>은 회화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녀들은 가로와 세로로 나뉜 명확한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의 위치와 시선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다. 저자는 그림의 삼각 구도를 통해 각 인물의 시선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분석하며, 이러한 구성이 관람자의 시선을 도록 만들어졌음을 설명한다. 특히, 화가가 자신이 그리는 대상을 바라 보는 모습은 관람자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작품이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경험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그 자체로 일상적인 풍경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발견되는 미학적 매력이 특별하다. 저자는 그림이 마치 스냅샷처럼 보인다고 표현하며, 그 자연스러운 순간 포착이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일상성은 예술작품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벨라스케스는 복잡한 기술적 장치 없이도 그 순간의 진정성을 담아냈다. <시녀들>의 복잡한 구성 속에는 시선의 분산과 혼돈이 자리잡고 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광학적 장치들, 즉 창문, 거울, 캔버스 등 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림의 깊이를 더하며, 관람자가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유발한다. 이는 벨라스케스가 사실주의를 넘어, 보다 복잡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책은 약 320컷에 달하는 컬러 도판과 750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우리를 전율케 할 명작과 명소의 얼굴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저자와의 예술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17세기 서구 사회의 시각적 규범과 권력 구조를 이해 할 수도 있으며, 예술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또 하나의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예술을 좋아하는 한사람으로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