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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다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더 다정한 사회를 위해서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공감의 법칙에 대한 신간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프란스드발의 <공감의 시대>였다. 우리는 참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자연에서 배우는 공감에 대해 읽어 본다.
우리는 경쟁과 생존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승자 독식과 끊임없는 경합이 인류의 역사를 지탱해 온 원동력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학문과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공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인간 사회는 이기적 경쟁과 협력적 공존 사이의 역동적 균형 속에서 발전해 왔다. 20세기는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을 자연의 법칙으로 여기는 사회적 다윈주의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프란스 드 발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이와는 대조적으로 공감과 이타심이 인간과 동물의 본질적 특성임을 과학적 연구로 그의 이론을 설명해 준다. 공감이 생물학적 본성에서 출발해 사회적 제도를 형성하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깊은 시사점을 던져 주는 것 같다.
공감은 사회적 개념으로 뿐만 아니라, 뇌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본능적 반응이다. 1992년 '거울 뉴런'의 발견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신경계가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인간은 타인의 고통이나 기쁨을 신체적,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다. 드 발은 다양한 동물 연구를 통해 공감의 기원을 설명한다. 원숭이와 침팬지 같은 영장류뿐 아니라 고양이, 코끼리, 늑대 등도 서로를 돕고 위로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집단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적 반응임을 나타낸다. 특히 동물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고통을 줄이려는 행동은 공감이 종의 생존을 위한 진화적 선택임을 뒷받침한다.
공감은 본능적 반응에서 출발해 복잡한 사회적 행동으로 발전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근육 반응이었던 공감은 시간이 지나며 타인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확장되었다. 인간 사회는 이러한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신뢰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드 발은 공감을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보고, 사회적 공감이 도덕적 판단, 공정성, 연대의 토대를 이룬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공감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자유 시장 원리에 기반한 탐욕적 시스템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경쟁과 이윤 추구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사회적 제도가 공감과 협력의 가치를 반영할 때만이 구성원의 삶은 더 나아질 수 있다. 현대 사회는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화로 연결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개인 간의 정서적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은 즉각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지만, 깊은 공감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다. 익명성과 가상성은 사람들 사이의 공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회적 공감을 촉진하려면 교육과 제도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학교 교육에서는 공감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과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제도는 사회적 약자를 돕고 공동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필수 요소다. 개인 수준에서는 일상에서 공감을 실천하는 작은 행동들이 중요하다. 경청, 이해, 배려는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공감은 확산될 수 있다.
책은 여러가지 실험과 그 결과에 대해서 많은 설명을 해 준다. 심리학자와 동물행동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공감을 인간의 독특한 능력으로 보았다. 그러나 드 발은 공감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물 세계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보편적 생존 전략임을 보여주었.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행위에서 시작된 공감은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강력한 유대 형성의 수단이 되었다. 연구 결과, 아세트산 주사를 맞은 쥐의 고통에 공감하는 실험 쥐의 행동은 공감이 사회적 유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드 발이 제시한 사례 중, 동물 사회에서는 놀랍도록 깊은 이타적 행동이 빈번히 관찰된다. 새끼를 잃은 고래가 죽은 새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치는 모습은 인간적 슬픔을 연상시킨다. 원숭이와 침팬지 실험에서도 동료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이는 공감이 동물 사회에서 개인의 생존을 넘어서 집단 전체의 안녕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인류의 역사는 공감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것 같다. 인간은 때로는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유인원처럼 행동하며, 때로는 협력적이고 이타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드 발은 인간의 이러한 양면성을 “양극적 유인원”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며, 공감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공감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빅토리아 호수의 외래종 도입, 호주의 토끼 문제 등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다 발생한 생태계 재앙들은 공감 없는 개입의 결과였다. 자연과 생태계를 돌보고 조화롭게 공존하려는 태도는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공감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지만,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공감이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인간의 공감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를 의식적으로 강화할 수도 있다. 교육과 사회적 시스템이 공감의 확대를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다.
공감의 시대, 총리뷰
프란스 드 발의 연구는 인간 본성을 경쟁적 존재로만 바라보던 시각을 뒤집고, 공감과 협력이 생물학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본능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공감은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니라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중요한 사회적 원리다. 탐욕과 이기심의 시대를 넘어 공감과 연대의 사회로 나아가려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