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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평점 :
서로 다른 두사람이 만나서 하나로 살아가는 동거... 책은 두 사람의 동거의 따뜻한 일상을 조명하며,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하고도 진솔한 순간들을 통해 서로의 곁에서 성장하고 치유받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처음엔 낯선 도시 서울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생활을 시작한 이들은 하나씩 물건을 고르고, 처음으로 상대방의 침구를 골라주며 작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발견해 간다. 불확실한 미래와 멀게 느껴지는 꿈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의 소박한 기쁨과 관계의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
서툴렀던 사투리마저 좋아해 주는 상대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서로가 곁에 있음으로써 힘이 나고 안정감을 느끼는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진심으로 알아가며 서로의 습관과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처음 시장에 가서 이불을 고르고, 상대방의 머리를 말려주는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그들은 일상의 작은 디테일 속에서 관계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들이 경험하는 '하루에 한 번 서로를 산책시켜 준다'는 것은 동거라는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 서로를 이해하고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행위 그 자체를 뜻하는 것 같다.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소통과 배려를 표현하는 동거 생활의 한 단면이 아닐까... 그림체가 참 정답다. ^.^.
동거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서로의 습관들, 때로는 충돌하고 갈등을 겪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을 확인해 나간다.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이라는 깨달음은 동거를 통해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때로는 상처 주기도 하고, 오래된 상처를 감싸주기도 하는 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통해 자신의 이기심과 배려심을 다시 배우며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다.
두사람의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작은 배려와 익숙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저 한 공간을 공유하는 일만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낡은 옷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주며, 마치 가족처럼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일일 것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챙기고 살피는 이러한 세심함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점차 더 깊은 정과 친밀함을 느끼게 된다. 함께 살아가며 가장 단단하게 남아 있는 것은 고향에서부터 따라온 작은 것들, 예를 들어 사투리 같은 사소한 부분이다. 그 사투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남아, 마치 서로가 타인의 도시에 닻을 내릴 수 있는 안도감처럼 느껴진다. 새롭고 낯선 환경 속에서도, 익숙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그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곧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고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뿌리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며, 서로의 세상에서 작은 부분이 되어주고, 따뜻한 지지대가 되어간다.
때로는 일상 속에 익숙함이 스며들어 우리의 마음을 지켜준다. 복잡한 도로에 갇힌 순간, 인파 속에 섞일 때마다, 상대방의 익숙한 목소리나 행동을 통해 낯선 세상 속에서의 소중한 연결고리를 확인하게 된다. 그 소소한 일상에서 오히려 가장 큰 위로를 느끼고, 혼자가 아니라는 안심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결국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툴고도 불완전한 모습을 가만히 받아들이며,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봐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곁에 조용히 머물며, 서로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 익숙함이 주는 따뜻함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상대방에게서 나만의 집, 나만의 안식을 찾게 된다.
과거와는 다른 인생관과 결혼관으로 어떻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의 동거 생활이다. 모든 것들이 다른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쌓아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동거란 단순히 함께 산다는 의미를 넘어 서로의 서툴고 미숙한 면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실현하는 과정임을 따뜻하게 이야기 해 준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다시 태어나도 이 과정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그들은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고백한다. 두사람의 이야기는 동거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을 품지 않고도 두 사람이 함께 쌓아가는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동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