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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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 작품속에서 미술이 차지하는 영역을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속에 남겨진 사냥을 하고 여신을 섬기는 그림을 남김으로써 시작된 인류의 미술의 역사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찬란했던 예술의 융합 시대를 거쳤고, 중세 시대의 신 중심의 예술, 그리고 이후 나타난 새로운 인간에 대한 발견으로 시작된 르네상스로 부터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등등 수 많은 미술 사조가 나타났다. 역사와 더불어 예술을 같이 보면 보다 이해하기도 쉽고 기억도 쉽게 될 듯하다. 이번에 미술 작품을 남긴 작가의 관점과 이를 감상하는 관람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 작품속에 담긴 의미와 우리에게 주는 위안에 대한 글을 읽었다. 저자는 철학 분야의 전문가로 인류의 무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미술 작품들에 대한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을 선사하고 있다. 김진만님의 <언니네 미술관>였다.

저자는 인류의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가진 감각과 본질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이야기 한다. 특히 여성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 흥미로웠다. 작가는 세부적으로 1부, 2부, 그리고 3부로 나누어 이야기하며, 우리가 간과해온 삶의 요소들을 예술 속에서 어떻게 발견하고 일상 속에 되새길 수 있는지 깊이 있게 논의한다. 1부는 '여성의 몸'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하여, 과거와 현재를 이어 여성성이 어떻게 왜곡되었고 이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를 논한다. 2부는 감정이라는 본질적이지만 사소해 보이는 부분을 돌아보며, 각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3부는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고,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뒤집어 보기'의 가치를 담고 있다.

특히 <다시 바라보는 것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흔히 여신의 부드럽고 순응적인 여성성으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 속에는 역사 속에 박힌 여성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는 요소가 담겨 있다. 대중들은 비너스의 아름다움이 부드럽고 이상화된 여신 이미지로 해석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너스의 부드럽게 보이는 몸에는 단단한 복근이 드러나 있으며, 이는 그동안 미화되고 이상화된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다. (이번에 처음 자세하게 보았다...) 복근이 드러난 비너스는 단순한 아름다움의 상징을 넘어 독립적이고 힘 있는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남성의 시선에 맞춰진 이상적인 여성상을 벗어나, 자신의 힘을 감추지 않는 비너스는 여성에게 부여된 고정된 역할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보티첼리는 당대의 여성상을 반영하면서도, 여성이 가진 내면의 힘과 주체성을 암묵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비너스의 복근은 여성의 진정한 힘과 자립을 은유하는 것이다. 즉, 보티첼리는 이상화된 외모 속에 잠재된 근육을 통해 여성의 강인함과 독립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현대의 여성관을 재조명하게 해주며, 고전 미술이 현대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메두사는 독신 서약을 했으나, 포세이돈의 욕망으로 인해 강간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그녀의 고통은 이해받기보다는 비난과 저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는 아름답던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며 공포의 상징으로 낙인 찍힌다. 메두사의 사연은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피해자가 오히려 비난을 받는 상황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전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메두사는 괴물이나 악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얻기 시작했다. 메두사의 강인함과 분노는 이제 그녀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타협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현대 예술에서 메두사는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힘으로 승화시킨 상징으로 나타나며, 자신을 억누르던 사회적 기대와 편견을 이겨내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로써 메두사는 단순한 공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상징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변모를 통해 사회가 피해자에게 부과한 부정적 낙인을 재고하게 한다.

뭉크의 <거울 속의 나신> 작품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을 반영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거울을 통한 자신의 반사는 눈앞에 보이는 현재를 넘어,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까지도 아우르는 존재의 시공간을 보여준다. 거울 속의 모습은 현실에서 그대로 비추는 반사지만, 동시에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정과 기억,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아우르는 반영인 것이다. 뭉크는 이 작품에서 거울을 통해 자신의 죽음과 생에 대한 불안을 직시하면서 그 안에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거울 속의 모습을 외적인 반사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연속체로 해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의 반영은 현재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담아내는 내면의 성찰을 의미한다고 한다. 뭉크가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추어보며 삶을 헤쳐 나갔듯, 그의 작품은 거울을 통해 우리에게도 내면 깊은 곳을 비추어보는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

​언니네 미술관, 총리뷰

예술 작품을 통해서 삶의 방향성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작가의 시도가 엿보인다. 여성성과 신체에 대한 논의는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편견과 오해를 비판하며, 여성들이 스스로의 신체를 기능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슬픔과 서투름이 어떻게 삶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지 설명하며, 감정의 본질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일깨운다. 또한 예술과 철학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고, 기존의 규범을 넘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삶을 온전히 느끼고 감각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예술 작품에 담긴 감각을 실제로 경험하고, 인생의 매 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깨닫는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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