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78-179
(인간 혐오도 포함한) 자기혐오에는 본인이 자각할 수 없는 형태로 ‘자기애‘가 찰싹 달라붙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기애는 있지만, 그 경우는 자기애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타자에 대한사랑과 균형을 유지하는 자기애다.
그러나 자기혐오에 의한 자기애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안으로 향하게 되는 복잡한 사랑이기 때문에 충만한 감정과는 동떨어져 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타인을 필사적으로 안에서부터 억누르고 있고, 그러한 자신을 스스로 기특하다고 느끼는 듯한 형태다. 다시 말해서 이런 자기애란 타인을 두려워서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반사적으로 지상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딱한 구조를 보인다. 그래서처음부터 그러한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는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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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65
이것은 나의 취미지만, 죽기 직전에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어, 이 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어, 모두 좋은 사람이었어, 나는모두를 사랑했어, 좋아했어, 모두 나를 사랑했어, 좋아했어’ 라고 이해하고 숨을 거두기보다 ‘이런 이유로 좋아했던 그 사람도 저런 이유로 싫었다, 저런 이유로 좋아했던 사람도 이런 이런 이유로 싫었다. 모두 어떤 이유로 좋아했지만 모두 어떤 이유로 싫었다. 나는 모두를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했지만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미워했다’고 생각하며 숨을 거두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별난 생각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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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2
쉴 새 없이 연결된, 정보가 범람하는, 모두가 서두르는, 이런 세상에서는 무엇과 연결되느냐 보다도 무엇을 차단하느냐가 더 중요한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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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우리 각자에게는 아주 작은 전지전능함이 있다. 겨우 그것만 있거나, 무려 그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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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나처럼, 하고 대답한 순간 어, 싶었다. 발을 내려다보니 부드러운 흙에 박힌 솔방울이며 갈참나무 잎을 밟고 선 내 발의 윤곽이 어색했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쪽에서 가늘고 가늘게 늘어난 그림자가 덤불을 넘어 어디론가 뻗어 있었다.
그림자로구나.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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