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을 대하는 첫 번째 기준이 그 사람이 가진 나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보니 스텝이 자꾸 꼬였다. 그때는 실망했을 때가 서로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순간이라는 것을 몰랐다. 실망은 그 사람에 대한 업앤다운 게임에 불과하다. 나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업다운으로 영점을 향해가는 것뿐인데, 나는 상대가 외치는 다운이 무서워 내 숫자를 바꿔갔다. 나를 너무 좋게만 보는것은 나를 나쁘게만 보는 것만큼 안 좋다는 것을 몰랐다. 나를 한없이 좋게만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의 나보다 좋게 보는 것은 내버려 두고 나쁘게 보는것을 바로 잡기에만 급급했다. 서로에게 현명하게 실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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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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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을하는 건 아니지만,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에게 샘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原에 도달할 수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깊은 구멍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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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달리 세상에는 거절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거절 특강’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가르쳐야 하는 건 거절이 아니다.
포기하는 방법이다.
나는 여러 가지를 초기하고 나를 자주 선택하곤 한다.
그게 별거 아닌 나의 비법이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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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우개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틀린 선을 그었다는 뜻이 아니고
마음껏 틀려도 된다는 뜻이 아닐까?
영원한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
삶에서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누리는 것.
이게 지금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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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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