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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ㅣ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평점 :
플랜 B의 은유, 윤슬빛
전작 ‘갈림길’도 인상 깊게 남아 있었는데 윤슬빛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7편의 단편으로 이번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다. 이 시기에 휘몰아치는 가족, 친구 관계, 진로, 성 정체성 등 여러 고민들을 면밀히 다뤘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만의 연대가 풋풋하면서도 끈끈하게 그려진다. 또 세밀한 심리묘사와 고르고 고른 듯한 상투적이지 않은 단어 표현들이 글의 진정성을 높인다.
p.11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나를 숨기고 사는 거. 드러내지 않는 거. 그냥, 없는 듯이 사는 거.
p.27 짊어진 게 무거워도 당장 내려놓을 수 없다면 더 씩씩하게 걸어볼 것.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면 보폭을 맞춰 같이 걸을 것.
p.112 스무 살이 되면, 뭔가가 달라질까? 성인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적어도 나 하나는 책임질 수 있다는 의미일까? 난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늘 답은 보이지 않았다. 열아홉과 스물. 그 경계에 서서 나는 그저 비틀거리고 있었다.
어쩌면 사회가 그어 놓은 정상 범주에 비켜선 삶일지라도 주인공들한테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그려나가는 삶이니 그냥 직진이다. 다듬어지지 않고 버둥거리고 서툴러도 그것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플랜 A고 B든 C든 무슨 소용이 있겠나. 네가 내 옆에 있고 그래서 내가 행복하고 너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만 살아가도 충분한 것을. 그 마음들에 서로 기대어 매만지며 살아도 위로가 되며 삶이 살아진다.
엄마의 커밍아웃,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 사랑, 생계 노동 등 소설의 소재들이 자칫 무거울 수 있어도 이런 마음들이 인물들 속에 충만하기에, 소설 장면마다 어딘가에 빛이 굴러다니는 느낌이 든다. 그 빛의 유쾌함에 자꾸 웃음이 지어진다.
삶의 방식이 달라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고 싶어하는 본질은 같다. 순간순간 느끼는 행복이 모이고 고이는 게 진짜 삶임을 알려주는 책!
지금 겪는 삶의 생채기들이 살면서 겪는 지나가는 순간의 일부라 치부하면서 그냥 그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자꾸 든다.
@dolbegae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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