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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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2022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임솔아의 두 번째 장편소설. 티저북이라 네 개의 이야기 중 2부 ‘관찰의 끝’만 실려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인물을 뚫어보는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이 눌러 담겨 있다. 그 무게로 인해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아홉 살, 열 둘, 열 셋, 열 여덟, 스물, 스물 여섯, 스물 일곱’을 거쳐 온 ‘우주’라는 한 여자 사람의 성장기

p.20 여자다움을 학습하기 위해 모집단에서 표본을 다시 추출할 필요가 있었다.
p.67 아무 일도 아니었지만, 어떤 일이 생겨나 있었다.

내 생각이 움트기 전, 내가 나를 잘 모를 때는 다른 사람이 나를 쉽게 침범할 공간이 많다. 그게 침범인지도 모르게.. 타인의 기준이 맞는 거라 생각하고 나는 저만치 밀쳐두게 된다.
어릴 적부터 원리를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던 ‘우주’는 동성인 여자 친구들과는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그들과 한 무리가 되고 싶어서,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아서 시작한 관찰자적 삶은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게 했다. 내내 사랑이라 생각했던 ‘선미’와의 불가피한 관계에서도 ‘우주’라는 존재는 제쳐 두었지만, 그 관계의 불균형이 오히려 우주의 자의식을 싹트게 해주었다.

p.85 없어. 우리를 가리키는 단어는.
p.88 선미의 집에는 선미를 생각하는 우주만 있었다.

그 관계가 명명되지 않으면 그 관계의 가치는 미래가 없어 힘을 쉽게 잃어 버린다. 우주는 끊임없이 타인을 관찰하며 결국은 그 관찰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게 만들었다. ‘무지(無知)’가 무색한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나를 몰랐던 기존의 세계를 깨뜨리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우주’

p.73 선미를 위한 집이라면 우주가 없어져야 완성될 것이라는 결론을 우주는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모른 체하고 있었다. 결론을 우주는 가장 잘 알면서도 가장 모른 체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우주는 밤마다 미니어처 집을 만들어 왔는지도 몰랐다. 우주로 가득 차 있는, 우주를 위한, 우주의 집. 그 집은 선미를 위한 집이 아니었다.
p.82 선미가 곁에 없는데도 선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우주는 이 순간이 낯설었지만 비로소 익숙했다./우주는 이 장면을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기다려 왔다.
사물에 대한 남다른 관찰력과 분석력은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부분까지 알게 되어 씁쓸할 때가 많지만, 그 모습이 우주 자신을 이루고 있는 본질이기에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려는 우주의 몸부림을 응원하게 된다. 선미와의 이별도 무사히 지나쳐 축복으로 받아들인 것도 참 다행이다. 나로 살지 못했던 흘러간 시간들이 아깝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성장통이기에...그리고 그나마 ‘우주’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삶이 그 시간에 남아 있기 때문에, 불쑥 불쑥 떠오르는 그리운 성장통으로 기억할 것이다.
관찰의 시간들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 끝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단단히 지탱하며 살아가려 하는 삶이 있을 것이고. 나를 나로 채워가는 그 기쁨을 ‘우주’와 함께 누려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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