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차곡차곡 - 2021 에즈라 잭 키츠 수상작
하이디 우드워드 셰필드 지음, 이현아 옮김 / 책연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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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차곡차곡 -내 이야기

 

나는 아버지 나이 마흔한 살에 태어났어요. 자라면서 우리 아버지가 나이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요즘에야 흔한 일일 수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답니다.

[아빠와 차곡차곡]이란 그림책을 보는 순간

아버지와의 추억이 올올이 떠올랐어요.

 

아버지와 차곡차곡 - 하나


손발이 유난히 찬 나는 겨울이 엄청 싫었어요.

천방지축 노는 걸 좋아하는 나는 손발에 동상은 달고 살았으니까요.

겨울 아침, 아버지는 손발 찬 다섯째 딸을 위해 쇠죽 쑨 아궁이 앞에 양말 장갑 운동화를 졸졸이 줄 세워 놓았지요. 얼마나 따뜻했던지 지금도 그 따뜻함이 살아옵니다.

 

아버지와 차곡차곡 -


겨울방학이 되면 아버지가 땔감을 하러 산에 나무를 하러 갑니다.

아버지 혼자 심심할까봐 어머니는 노란 주전자에 가루 분유 탄 우유와 달걀 두 개를 삶아 내 손에 쥐여줍니다.

아버지가 나무를 하는 동안 쉬라고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내 자리를 잡아 주면 나는 그곳에서 아버지가 나무를 다 할 때까지 돌멩이로 소꿉을 삽니다. 갖고 간 간식을 나눠 먹고 나무를 다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내 등에는 갈비(소나무 잎 마른 것)를 차곡차곡 쌓아 칡넝쿨로 묶어 내 등에 지어주지요. 그걸 매고 손에는 빈 주전자 달랑거리며 돌아옵니다.

 

아버지와 차곡차곡 -

 

육 남매 중 얼굴이 가장 못난 나를 아버지는 이라고 불렀어요. 얼굴 때문에 상처받을까 봐 늘 유쾌하게 불렀지요. 못난 것이 부끄럽거나 창피한 게 아니란 걸 나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아버지의 이가 지금도 좋아요. 여전히 제 얼굴은 예쁘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얼굴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요.

 


아빠와 차곡차곡 책 이야기

 

아빠는 힘이 세고, 벽돌 쌓는 일을 해요.

아빠는 일할 때 손으로 하늘을 매만져요.

루이는 아빠처럼 손으로 하늘을 만지면서 놀아요.

 

아빠가 벽돌을 차곡차곡 쌍을 때, 루이는 책을 차근차근 봐요.

 

그리고 가족은 엄마가 좋아하는 정원이 있고 강아지도 키울 수 있는

집에서 살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해요.

 

아빠가 회반죽을 만들 때 루이는 찰흙으로 강아지도 만들고 작은 집도 만들어요.

해가 저물면 아빠 품에 안기지요. 마음이 따스하고 환해져요.

그렇게 아빠와 차곡차곡

 

드디어 새집이에요.

아빠가 벽돌로 만든 집이지요.

오늘 밤 루이는 여기서 자요

루이가 꿈꿨던 바로 그 집에서요.

 

루이는 엄마와 함께 꽃을 심을 겁니다 봄이 오면.

언제나처럼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아빠와 차곡차곡 마무리

 

2021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았다는 아빠와 차곡차곡

아빠와 함께 차곡차곡 차근 차근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 따뜻합니다.

루이는 벽돌공으로 일하는 아빠를 좋아해요.

어떤 힘든 일도 척척하는 아빠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그림책 곳곳에 보여요.

그림에 살짝살짝 보이는 단어들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mis suenos(내 꿈), dream(), I can(나는 할 수 있다), hola(안녕하세요), adios(안녕), esta es mi jardin(이것은 나의 정원이다)

 

루이네 가족은 차근차근 차곡차곡 하나씩 하나씩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서

꿈이 현실이 되지요

 

그림이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합니다.

아빠가 일하는 모습과 아이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주면서

각자가 해야 하는 일을 성실하게 그리고 재미나게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을 보는데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책은 처음이라

찾으면서 생각하면서 깊게 즐겁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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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쁘다고?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온그림책 8
황인찬 지음, 이명애 그림 / 봄볕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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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육 남매 중에서 유난히 얼굴이 못생겼던 나

할머니는 나를 몬내미라 불렀지요.

내가 혹시나 상처받을까 아버지는 늘 웃음 가득 머금은 얼굴로 나를 이라 불렀어요.

그러면 언니들이 모두 덩달아 웃었지요. 저도 기분이 좋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의 이를 한참 세월이 지나고 알았어요.

못난이의 난이란 걸요.

아버지는 딸이 상처받을까 봐 걱정도 되었겠지만

얼굴 못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요.

되게 예쁘다.”

수업을 듣다 말고

김경희가 나를 보며 말했어.

 

너무 작게 말해서

처음에는 나한테 하는

얘기인 줄도 몰랐지.

얼마나 가슴이 설렜을까요?

얼마나 기분이 간질간질했을까요?

얼마나 혼자서 실실 웃었을까요?

얼마나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을까요?

 

그림작가는 그런 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김경희가 예쁘다고 한 게 내가 아니란 걸 알고

실망하지만

는 예쁨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요.

부끄러워 도망간 벚나무 아래에서 예쁨과 마주하게 됩니다.

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예쁜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내가 예쁘다고?’ 책을 보는 동안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예쁘다는 게 뭘까?
나도 예쁜 데가 있는 것 같아.
코도 오뚝하고,
눈도 초롱초롱하고
할머니가 나를 볼 때마다
잘생긴 내 새끼, 하시잖아?
노을도 너무 예뻤어.
마음이 아주 간질거렸어.
이런 기분 처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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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밤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퍼트리샤 토마 지음, 백지원 옮김 / 고래뱃속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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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별이 빛나고 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어있어요

그곳에 어린 사슴이 나옵니다.

사슴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개의 밤 제목이 주는 느낌이 약간은 무겁게 다가옵니다.

 

동물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배고픈 늑대만이 깨어 먹잇감을 찾습니다.

늑대에게 쫓기는 어미 사슴과 아기 사슴이 숨 막히게 달립니다.

어느 순간 어미 사슴은 보이지 않고 배고픈 늑대는 쫓고 아기 사슴은 쫓기고 있죠.

여기서 알았어요.

두 개의 밤이 주는 의미를요.

늑대는 사슴을, 사슴은 엄마를 찾아 어두운 밤을 달립니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다른 마음을 안고요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도 사슴이 늑대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자연에서는 너무나 당연할 수 있어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까요.

이런 다른 입장을 작가는 담담하게 자연 속에서 풀어내고 있어요.

누가 옳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 닿고 싶은 곳이 다르다는 것으로요.

그래서 오늘 밤은 두 개의 밤이 되는 거지요.

 


가만 생각해보면 동화나 그림책에 등장하는 늑대는 늘 악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아기 돼지 삼 형제, 빨간 망토, 일곱 마리 양과 늑대 등에 나오는 늑대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것인데, 나쁜 늑대로 자리 잡았죠.

이 책은 그런 자연의 현상을 그냥 자연 속에서 그 양상 그대로 풀어내고 있어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숲속의 생리를 그대로 펼쳐 보이고 있어요.

 

두 개의 밤에는 사슴의 입장도 늑대의 입장도 모두 공감되지요.

사슴은 엄마를 찾아야 하고 늑대는 아내와 아내배속에 든 새끼를 지켜야만 하죠.

그림책을 보는 동안 내 시선은 늑대에게 머물렀어요. 늑대에게도 그만한 사정이 있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내 먹잇감배고파아아아아!’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와서 일 수도 있어요. 거기다가 먹잇감을 놓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힘 빠진 늑대 모습과 마지막 아내와 잠든 늑대 모습 때문일 겁니다.

 

두 개의 밤은 우리가 생활하는 모습과도 닮았어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본다면

갈등과 불신과 불만이 가득할 겁니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일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좋겠어요.

두 개의 밤 작가는 사회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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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 춤을 그림책봄 22
하정산 지음 / 봄개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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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왔답니다.

아침 7시부터 오르기 시작한 지리산

천왕봉 도착하니 1130

하산하니 3

그리고 시골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이다 보니 언제나 정겹고 편안하지요.

 

언니랑 동생이랑 마루에서 막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웽웽웽

꼭 내 귓가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언니랑 동생이랑 나랑 동시에 에잇하면서

일어났어요. 불을 켜니 그 어디에도 모기는 없어요

이리저리 찾아도 없는 모기

불 끄고 누웠더니

다시 웽웽웽

그 순간

며칠 전에 읽었던 모기와 춤을이란 그림책이

생각났어요.

 

작가님의 말처럼 시원하고 평화로운 여름밤을 꿈꾸지만

모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청하지 않은 손님이지요


여름밤 캠핑장 텐트 속으로 잠입한 모기 한 마리.

앵앵거리는 모깃소리에 잠이 깬 가족

그리고 모기와 함께 신나게 한밤중 텐트에서 춤추는 소란이 일어나요.

 

똑똑

누구십니까?

손님입니다

들어오세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잔다

잠꾸러기

죽었니? 살았니?

.

.

.

잡았다! 이제자자!

 

그리고

동동동대문을 열어라

남남남대문을 열어라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참 신나고 즐겁게 보았던,

그리고 성훈. 예은의 앙증맞은 목소리의

노래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모기잡기는 그만두기로 하고

그냥 잠들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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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물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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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님의 신작 ,을 봅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슬픔을 예감했어요.

옆모습을 살짝 보이는 여자는 표정이 없지만

슬픔을 가득 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눈 결정이 정말

아름답게 슬퍼 보입니다.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아이를 낳았다.’로 시작하는 

,

처음부터 마음을 얼어붙게 합니다.

작고 초라한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어요

품에서 녹아내리는 아이를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어요.

손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눈을 뭉쳐 아이에게 주지요.

그러다 자신의 온기조차 무서워 눈으로 담을 만들어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초록이 몰려오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여자는 도시로 가요

눈아이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겨울은 너무나 비쌌어요. 

언제나 겨울을 사기 위해 여자는 이일 저일 아무 일이나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여자는 점점 존재감이 없어져 가요.

무엇이나 어떤 것이나 광고를 하는 곳에는 희망을 말하고 있어요.

언제나 겨울에 대한 희망의 계단을 오르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움직이는 여자 앞에

놓인 것은우유 사절이지요.

정말 희망을 사절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픈 현실에 놓였어요.

 

모두 가질 수 있어요

당신을 위한

더 늦기전에

마지막 찬스! 잡으세요

꿈의 캐슬

낙원

파라다이스

휴식

 

이일 저일 열심히 일하는 여자에게 모두 가질 수는 없었어요.

또한, 여자를 위한 마지막 찬스나 꿈의 캐슬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역설적이게도 여자는 도시에서 더욱 시간에 쫓기며 헤매는 모습만 보여요.

 

,물을 보면서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조그마한 가짐도 허락되지 않는 삶이 있는가 하면

그냥 얻어진 것을 아무렇지 않고 낭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우리 사회는 언제 쯤 여자가 노력한 대가로 언제나 겨울을 살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언제가 여름 숲에서 봤던 눈사람모양의 버섯(흰가시광대버섯)이 생각났어요.

저는 그때 여름 숲에서 겨울을 만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초록이 짙은 여름 숲에

서둘러 찾아온 겨울을 보면서

온몸이 시렸으니까요.

그러다 더위와 함께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것을 망치기만 하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쓸쓸하고 절망적으로 보여

이리 더운 날 가슴은 더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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