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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밤 ㅣ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퍼트리샤 토마 지음, 백지원 옮김 / 고래뱃속 / 2022년 4월
평점 :

♧ 책 표지를 보면 별이 빛나고 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어있어요.
그곳에 어린 사슴이 나옵니다.
사슴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것같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개의 밤 제목이 주는 느낌이 약간은 무겁게 다가옵니다.
♧ 동물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배고픈 늑대만이 깨어 먹잇감을 찾습니다.
늑대에게 쫓기는 어미 사슴과 아기 사슴이 숨 막히게 달립니다.
어느 순간 어미 사슴은 보이지 않고 배고픈 늑대는 쫓고 아기 사슴은 쫓기고 있죠.
여기서 알았어요.
두 개의 밤이 주는 의미를요.
늑대는 사슴을, 사슴은 엄마를 찾아 어두운 밤을 달립니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다른 마음을 안고요
♧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도 사슴이 늑대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자연에서는 너무나 당연할 수 있어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까요.
이런 다른 입장을 작가는 담담하게 자연 속에서 풀어내고 있어요.
누가 옳고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 닿고 싶은 곳이 다르다는 것으로요.
그래서 오늘 밤은 두 개의 밤이 되는 거지요.


♧ 가만 생각해보면 동화나 그림책에 등장하는 늑대는 늘 악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아기 돼지 삼 형제, 빨간 망토, 일곱 마리 양과 늑대 등에 나오는 늑대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것인데, 나쁜 늑대로 자리 잡았죠.
이 책은 그런 자연의 현상을 그냥 자연 속에서 그 양상 그대로 풀어내고 있어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숲속의 생리를 그대로 펼쳐 보이고 있어요.
♧ 두 개의 밤에는 사슴의 입장도 늑대의 입장도 모두 공감되지요.
사슴은 엄마를 찾아야 하고 늑대는 아내와 아내배속에 든 새끼를 지켜야만 하죠.
그림책을 보는 동안 내 시선은 늑대에게 머물렀어요. 늑대에게도 그만한 사정이 있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내 먹잇감’과 ‘배고파아아아아!’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와서 일 수도 있어요. 거기다가 먹잇감을 놓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힘 빠진 늑대 모습과 마지막 아내와 잠든 늑대 모습 때문일 겁니다.

♧ 두 개의 밤은 우리가 생활하는 모습과도 닮았어요.
우리가 사는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본다면
갈등과 불신과 불만이 가득할 겁니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달리 보일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좋겠어요.
두 개의 밤 작가는 사회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