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우연히 골라 빌려서 읽게 된 책

보통의 존재를
읽었던 게 거의 십년 전 인듯 한데
좋았었다 라고 밖에는 기억 나는 게 없고
책 마저도 빌려줬다 못받은 아픈 기억만...

오늘 그의 다른 책을 읽다가
새벽 네시가 되었다

책장을 덮고 싶지 않았지만 
자야하기에 억지로 덮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금세 다시 불켜고 책장을 펼쳐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내일 하루 어떻게 버틴다냐,

 

피곤한 낮 시간 동안 작가를 조금 원망했고,

퇴근 해서는, 이 책과 보통의 존재가 묶인 세트를 주문했다.

 

 

 

그녀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래도 그에게 그녀는 이만큼의 의미가 될 수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랑무늬영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다시 눈을 감는다. 오랫동안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그러나 영원히는 아니다. 아직은.

 

그녀의 순수한 얼굴에 호기심과 기대, 염려가 함께 어려 있어, 나는 그만 웃어버리고 만다.

 

물론 힘들지.

그녀는 웃는다.

힘들다고 해봤자 안 해본 사람은 모르고, 해본 사람은 너무 잘 아니까, 그냥 아무에게도 말 안 하게 돼.

 

그가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후회 같았다. 그 얼굴과 음성에서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꼬집어 말할 수 없으나, 오랫동안 어떤 중심에서 비껴 서서 살아온 사람의 얼굴,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자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자만. 내 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자만.

 

모든 상황에는 조건이 있다. 우리의 평화는 내 건강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조건이 달라지면 상황도 달라진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만일 내가 그 사고로 죽었다면 우리의 다정함이 더럽혀지지 않았을 테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지겹도록 아팠고, 내가 지겨운 만큼 그도 지겨워했다. 나를 지겨워하는 그가 나도 지겨웠다.

 

애초에 완전한 타인이었다는 것- 그 한 가지 명료한 사실만이 이편의 강가에 남았다.

 

-노랑무늬영원

 

 

*

대체 그건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을까요. 필사적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었던 걸까요. 좋은 추억들을 되살리고 싶었던 걸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그즈음의 일들을 겪지 않은 예전의 나를 불러내려 했던 걸까요. 받아들이기도, 지우기도 어려운 상황과 기억을 그런 식으로 희석시키려 했던 걸까요.

 

-파란 돌

 

 

*

그런 결혼은 왜 갑자기 했던 거야?

상대가 의사라서.

그게 다였어?

내가 속물이라서.

신랄하구나.

근본적으로, 나라는 사람한테는 위대함이 결핍돼 있어.

 

내가 얼마나 비겁한지 너는 모를 거야. 비겁한 사람의 인생이란 긴 형벌과 다름없는 거야.

 

-에우로파

 

 

 

...이 글에 대해선 내가 쓴 리뷰는 없는 반면,

그대로 옮겨온 문구는 잔뜩이다.

아마 내 글로 표현하기에 버거우면서도

마음에 와닿아 남기고 싶은 부분은 많았나보다.

 

'채식주의자'로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가인

한강의 글을 나도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읽었었구나.

다른 곳에 썼던 리뷰를 옮겨오며 다시 기억 해 냈다.

'채식주의자'를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무거운 소설보다는

당장 나를 안정시켜 줄 편안한 글이라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영복 -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신영복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영복 교수의 서울대학교 관악 초청 강연에서의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언론인인지 방송인인지 혹은 다른 직업을 가진 어느 사람이

신영복 교수에 반해서 그가 교수로 재직한 성공회대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었다.

신영복 교수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그의 책은 처음 읽는 것이었다.(정확히 말하면 그가

쓴 책은 아니지만.. 강연이니) 역시 난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도 익숙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처음처럼'의 필체도 그의 작품이라고 하니, 참 놀랍다. 나의 무식함에...

 

작고 얇은 책이라 금방 읽었다. 지난 포스트를 보니 한 달 보다도 긴 시간 동안 독서 한 권 제대로

안 했다. 공채의 파도에서 자소서를 쓰느라 바빴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해 보지만, 참 씁쓸하다.

아무튼 이 책에서 읽은 그는, 20년의 감옥에서의 생활을 그의 대학으로 만든, 존경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왜 성공회대를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모든 것이 너무 늦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낯선 존재들을 만날 때에야 비로소 익숙한 것을 상대화하게 되고  

 때로는 "친숙한 관념과 기성 진실을 뒤집어 놓을 수"있게 된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면서 우리는 낯선 것에 도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얻는다.

 그런데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동일성에만 숨어들게 되면서 우리의 경험

 은  축소되고 성장의 기회는 봉쇄된다. 이것이 사냥꾼의 사회에서 우리가 추

 구한 안전의 댓가다.

​  -이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외로워졌다. 그리고 외로움이 곧 인간의 실존이

 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얭에 따르면 외로움은 남에게 거

 절당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이 옆

 에 있거나 없거나 따로 떨어져 나 혼자인 것 같은 감정이며, 내가 세상으로부

 터 전혀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 외로움의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자아와 세계를 생각하고 경험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에 대한

 실감과 체험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증할 방법이 없다. 이 상태가 되

 면 인간에게는 세계도, 타자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

 

-이들의 푸념과 징징거림에는 자기 말을 누가 듣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 다

 만 자기 앞에 그 자리가 펼쳐졌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말을 할 뿐이다. 하지만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말은 말이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인 것으로 보편화하지 못하고 자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 이 또한 통치전략 중 하나이다... 초조함이 개인의 감정이 아

 니라 체제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라고 해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이에 맞서는 게 힘든 일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초조함에서 벗어나 맞설 수 있게 된다.

 

-프랑스 68혁명

 

언뜻 보기에 사회문제를 다루는 지루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쳐 버리기 쉬울 것 같은 책이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저자의 예리하고 신선하면서도 정확한 관점은 이 책을 특별하게 해 준다.

불편해서 혹은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박혀버려 있어서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수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광범위한 사례들을 들면서 저자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끌어나간다. 읽으면서 수 차례 흠칫 뜨끔하거나 같은 부분을 여러번 다시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얼마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어보면 또다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궁리 공동선 총서 1
인디고 연구소 기획 / 궁리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만약 여러분이 진실과 정의를 향한 투쟁을 하고자 하는 경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서도 이미 충분한 투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그들의 그러한 투쟁을 지지합니다. 단지 저는 "불쌍한 러시아인들"로 압축되는 자유주의자들의 우월주의를 싫어합니다.

 

- 아주 슬픈 이야기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대상으로 하는 혁명의 방식은 상대가 최소한의 윤리를 가지고 있을 때에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영국 제국주의자들이 저지른 온갖 참상에도 불구하고 간디의 방식이 통했던 이유는 적어도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 존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윤리-정치적 기준이라는 기반을 갖는 체제하에서만 가능하다는 한계 때문에 간디의 방식은 보편화될 수는 없는 것이었죠.

 

- 루소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마르크스와는 달리 굉장히 순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죠. 루소는 이기주의Egotism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그중 하나는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amour-propre입니다. 물론 이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문제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타인을 해치기도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타인에게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 자신 고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중요해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본주의와 결합한 이기주의amour-de-soi를 비난하는 교황의 주장은 어리석다는 지적에 대해 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오히려 요즘 세상에는 이기주의가 충분치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루소는 이기주의를 자기애amour-de-soi와 자존심amour-propre으로 구분했는데, 전자는 있는 그대로의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다른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도착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 "중립들의 합은 고립"이라고 말하는 얼슬라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인 '나'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망각하는 순간 고립과 부정의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자신이 지워진 사람은 아니지만 이 부정의함에 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바로 '일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워진 사람들 The Erased 과의 인터뷰 중 얼슬라 세브론의 말)

 

- 폴리투스의 지적대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개인이 정치와 무관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경제적 권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지금의 불평등이 훨씬 더 심화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정치를 할 수 있으며, 어떤 정치 이론을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까? 폴리투스는 '공동체'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있다. (류블랴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임인 폴리투스Polituss와의 인터뷰 글 중)

 

 

아하하하... 세계적인 석학, 동유럽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의 책(정확히 말 하면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을 읽어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위에서 뽑아낸 것들 처럼 나의 이목을 잡아 끌고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솔직히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책 중간에 있는 인터뷰 후기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유일하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부분. 이사람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하하)

똑똑하게 태어나지 않았지만, 더이상은 무지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 늦었지만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의미있는 거름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