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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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낯선 존재들을 만날 때에야 비로소 익숙한 것을 상대화하게 되고  

 때로는 "친숙한 관념과 기성 진실을 뒤집어 놓을 수"있게 된다. 새로운 것을

 배워가면서 우리는 낯선 것에 도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용기를 얻는다.

 그런데 사냥감이 되지 않기 위해 동일성에만 숨어들게 되면서 우리의 경험

 은  축소되고 성장의 기회는 봉쇄된다. 이것이 사냥꾼의 사회에서 우리가 추

 구한 안전의 댓가다.

​  -이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외로워졌다. 그리고 외로움이 곧 인간의 실존이

 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얭에 따르면 외로움은 남에게 거

 절당하거나 자신의 존재 가치가 부정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이 옆

 에 있거나 없거나 따로 떨어져 나 혼자인 것 같은 감정이며, 내가 세상으로부

 터 전혀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 외로움의 상태에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자아와 세계를 생각하고 경험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에 대한

 실감과 체험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증할 방법이 없다. 이 상태가 되

 면 인간에게는 세계도, 타자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

 

-이들의 푸념과 징징거림에는 자기 말을 누가 듣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다. 다

 만 자기 앞에 그 자리가 펼쳐졌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말을 할 뿐이다. 하지만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말은 말이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인 것으로 보편화하지 못하고 자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 이 또한 통치전략 중 하나이다... 초조함이 개인의 감정이 아

 니라 체제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라고 해서 절망하고 포기하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이에 맞서는 게 힘든 일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오히려

 초조함에서 벗어나 맞설 수 있게 된다.

 

-프랑스 68혁명

 

언뜻 보기에 사회문제를 다루는 지루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쳐 버리기 쉬울 것 같은 책이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저자의 예리하고 신선하면서도 정확한 관점은 이 책을 특별하게 해 준다.

불편해서 혹은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박혀버려 있어서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수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광범위한 사례들을 들면서 저자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끌어나간다. 읽으면서 수 차례 흠칫 뜨끔하거나 같은 부분을 여러번 다시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얼마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어보면 또다시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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