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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평점 :
사람은 결국 누구나 죽는다
이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우리는 날마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는다. 아니 마치도 우리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열심히 살고 욕심껏 모으고 아득바득 싸우고 쟁취하며 경쟁하고 이기기 위해 몸과 마음을 상하면서 달려간다 물론 그게 나쁜건 아니지만 어쨓든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으며 생각하지 않으려하기도 한다.
한데 나는 가끔 나이가 들어가니 죽음에 대해 예전보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비해 마치도 삶을 위해 은행에 내 피와 땀을 흘리며 모은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처럼 죽음 역시도 은행에 저축해야하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적인 생각이 들때도 있다. 선악관념이 머릿속을 가득메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쨓든 사후세계를 믿는 나는 그런 생각에 자주 빠진다.
봉사활동을 해야하나 도덕적으로 정말 착하게 살아야하나 기부를 해야하나 죽기전에 모은 재산을 모두 환원해야할까 등등...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이라면 도대체 그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등등 누구를 위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으면서도 삶이 제대로 가고 있는것인지 의심스러워 내 삶의 무게와 가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끔씩 되짚어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삶의 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어렴풋이 마주하는 내 삶의 끝날에 대한 생각은 어쩌면 다만 어리석고 어린 사람의 낭만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은 자 곁의 산자들은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할지, 그런 해답을 얻을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또는 막상 죽음을 항상 마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마주하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의 두번째장을 읽으면서는 너무나 사실적인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에 대해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런 사람들은 하고 많은 직업중에 이렇게 인생의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은 일에 종사할까 싶은 조금은 솔직하고 한편으론 무지한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어갈수록 삶과 죽음 그리고 죽음을 수시로 날마다 마주하며 그것을 닦아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존경스런 마음이 들면서도 다만 욕망에 찌들어 끌려다니며 사는게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던 나는 다른 색깔의 삶의 깊이를 가지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사색과 사유를 하게 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기자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방송인이며 저널리스트인 헤일리 캠벨은 어렸을때부터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며 언제나 그 언저리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죽음을 지구라는 공동체 안에서 죽음을 닦아내는 사람들에 대해 취재하며 기록하였는데 마치도 소설을 읽는듯이 묘사가 많아서 한편으로는 한장면 한장면을 사진찍듯 보는 것 같아 징그러운 생각도 들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이 책의 끝에 이 기자는 무엇을 얻었을까가 궁금했다. 첫장은 장의사로부터 시작해 해부책임자, 데스마스크 조각가, 대참사희생자 신원확인자, 범죄 현장청소부, 사형 집행인, 시신방부처리사, 해부병리전문가, 사산전문조산사,무덤파는일꾼,화장장기사,인체냉동보존연구소 임직원등등 모두 전부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며 그 사람들 역시 우리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감정을 가졌기에 내면의 갈등과 상처 깊은 사명 회의 등과 함께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게 인상깊었다.
책의 말미에 예순의 어느 여인은 자신의 어머니가 병원에서 위독하여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데도 그녀 기억속에 그녀의 어머니가 임종과 병원에서의 마지막 고통스런 모습들로 가득한 그것이 자기 기억속에 남을까봐 그것이 두려워 그리고 죽음이 두려워 그것을 피하고 싶어 그 어머니를 보러가지 않았다고, 어쩌면 우리가 삶을 대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삶의 일부분이며 그것을 조금 더 성숙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면 이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혼자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우리가 살면서 생각하고 싶지 않고 피하고 싶은 그 죽음은 결국 누구에게나 당연히 똑같이 다가오고 말 것인데 말이다.죽음이란게 두려운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이고, 그곳은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어떤 이유로든 잡아끌어 다시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을 고독하게 하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사람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생각하면 야비하며 이기적이고 동물적인 존재인것 같을때가 있는가하면 한편으로는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을 사랑하고 어둡고 차가운 그것에서 자신과 인류를 지키려는 고귀한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은 천사같기도 악마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나이가 들면서 더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세상이 오염되어 먹거리가 획일화되어가니 이 속에서 이분법적인 인간형들이 나오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공상이길 바라지만 말이다.
모든 생명이 있어 살아있는 것은 움트고 성장하며 때가 되면 시들고 그리고 죽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에는 옮음도 없으며 옳지 않음도 없고 아름다운 것이나 아름답지 않은 것도 없다 다만 살아있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경이로움이며 기쁨이고 즐거움일 뿐이다. 이 책을 선택할때, 한번 더 삶에 대해 소중히 여기고 죽음에 대해 담담해지는 마음이 들기를 바랬는데 첫장 그리고 둘째장을 넘기면서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더 컸지만 마지막장을 보면서는 작가가 왜 어떤 마음으로 이런 생각의 글을 썼는지 이해할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은 여행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무엇인가 얻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을 가진 분이라면 이 책이 한층 더 우리 의식을 높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죽은자 곁의 산자들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