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들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만담가들의 농담을 아주 좋아하는 그가 나의 새로운 창안 때문에 그중 한 가지를 희미하게 떠올린 것 같았다. 더구나 막 사생아 이야기를 한 터라 그는 더 많이 웃어댔다. 안경이 코에서 흘러내렸다.
"비첸테고." 므워드지아코프 부인이 남편을 불렀다.
나는 그를 더욱더 자극했다.
"아줌마 아줌마......."
"아, 미안해!" 므워드지아코프 씨가 계속 웃어대며 말했다.
"미안.... 미아안..... 어쩔 수가 없어. 미안해...?
여고생은 여전히 접시 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한 말이 아버지의 웃음이라는 통로를 거쳐 딸에게 타격을입히고 있음을 분명하게 간파했다. 내가 그녀에게 타격을 입힌 것이다. 드디어 타격이 성공했다. 그렇다. 착각이 아니었다.
므워드지아코프 씨의 웃음이 상황을 반전시켰고, 나에게 여고생으로부터 벗어날 길을 열어 주었다. 마침내 여고생에게 타격을 가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태를 파악한 부모가 딸을 구하러 나섰다.
"비첸테고, 뭐 하는 거야?" 므워드지아코프 부인이 언짢은목소리로 말했다. "저 애늙은이가 한 말이 뭐가 재미있다고 그렇게 웃어? 그저 잘난 체하는 거잖아."
마침내 므워드지아코프 씨가 웃음을 멈추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그것 때문에 웃었겠어? 전혀 아니야. 그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았어. 그냥 다른 게 생각나서......."
부모의 노력은 오히려 여고생을 수렁에 더 깊이 빠뜨렸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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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냐고?" 미즈드랄이 되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단 하나야. 가장 상스러운 말들을 골라서 젖 먹던 힘까지다 짜내 사용하는 거. 세 글자의 상스러운 말이 바로 우리의유일한 무기지. 건달들의 무기!"
"또 하자고?" 미엔투스가 말했다. "또 해? 지겨워서 구역질이 날 때까지? 그 말들을 영원히 되풀이해? 저놈들이 노래를부른다고 우리도 그런 노래를 영원히 부르자고?"
미엔투스는 약해졌다. 그는 두 팔을 벌렸고, 몇 걸음 물러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평선에는 가볍고 창백하고 차갑고냉소적인 하늘이 보였고,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는 떡갈나무는 우리에게 등을 돌린 것 같았다. 교문 가까이에 있던늙은 수위는 콧수염 속으로 빙그레 웃다가 이내 가 버렸다.
"농장 머슴이..." 미엔투스가 중얼거렸다. "농장 머슴이・・・・・・ 그래, 우리의 이지적인 멍청이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해봐......."
미엔투스는 자기 생각이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떠도는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그만! 그만두자! 청년이고 건달이고 다 싫어! 이제 그만두자!"
친구들이 그를 붙잡았다.
"미엔투스, 왜 그래? 네가 대장이잖아. 네가 없으면 우린 아무것도 못 해."
친구들에게 팔을 꽉 잡힌 미엔투스가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말했다. - P53

아이들의 얼굴이 시들어 갔다. 흥분과 토론과 언쟁은 모두어디로 갔단 말인가? 시폰마저도 완전태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고 개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부정하지않기 위해 진정 젖 먹던 힘까지 정신력을 다 동원해 호소해야했다. 하지만 제법 잘 해내서 그 힘겨운 노력은 그에게 정신력의 징표로서 행복의 근원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손 위에언덕과 골짜기를 그렸고, 그 위에 대고 러시아풍으로 속삭였다. 들판이여, 나의 들판이여…………!" 교사는 한숨을 쉬었고, 무언가를 억눌렀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고, 다시 말했다.
"위대한 시인이란 말이다! 기억하거라. 중요하다. 우리는 왜그를 사랑하는가? 위대한 시인이니까! 위대함으로 가득 찬 시인! 무지하고 게으른 너희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한번 말해 주마. 머릿속에 잘 새겨 두거라. 자, 한번 더 이야기한다. 위 - P64

대한 시인이다. 율리우시 스워바츠키, 위대한 시인, 우리는 울리우시 스워바츠키를 사랑하고, 그의 시를 읽으며 열광한다.
위대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집에서 해 올 숙제로 내줄 테니까이 주제를 공책에 적기 바란다. 어째서 위대한 시인 율리우시스워바츠키의 시에는 불멸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고, 어째서그 시는 우리를 열광하게 만드는가?"
수업이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학생 하나가 신경질적으로몸을 꼬면서 신음했다.
"하지만 전 조금도 열광하지 않아요! 전혀 열광하지 않는다고요! 관심 없어요! 스워바츠키의 시는 두 연 이상은 읽을 수가 없고, 그나마도 너무 지겨워요! 세상에! 내가 눈곱만큼도열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시가 날 열광시킬 수 있죠......?"
학생이 휘둥그레한 눈을 하고 마치 심연으로 빠져들듯 자리에 앉았다. 학생의 순진한 고백에 교사는 목이 메었다.
"제발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마라!" 교사가 속삭였다.
"가우키에비치, 너 혼 좀 나야겠구나. 내가 망하는 걸 보고 싶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하니?"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떡해요. 내가 열광하지 않는데 어떻게그 시가 나를 열광시킨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교사: 가우키에비치, 어떻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지? 그 시가너를 열광하게 만든다고 수없이 설명했잖니?
가우키에비치: 하지만 정말 전 열광하지 않는걸요.
교사: 그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가우키에비치, 아마도넌 지능이 모자란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열광하는데 말 - P69

진을 꺼내 들고 가우키에비치를 감동시키려고 애썼지만, 가우키에비치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전 안 그래요. 안 그래효이 치명적인 ‘전 안 그래요‘가 번져 나가고 점점 커지면서전염성을 띠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우리도 안 그래요."라는소리가 들려왔고, 곧 모두 안 그렇게 되리라는 위협이 사방에팔렸다. 교사에게는 끔찍스러운 곤경이었다. 매 순간이 아무도 안 그렇다고 소리칠 기세였고,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아이들이 싫다고 소리를 지르고 그 소리가 교장과 장학사의 귀에들릴 수 있었다. 매 순간 건물이 무너져서 아이들이 깔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가우키에비치는 안 그랬다. 정말로 안 그랬다. 계속 안 그랬다.
불쌍한 백지장은 자기도 안 그렇게 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필라슈치키에비치!" 교사가 큰 소리로 시폰을 불렀다. "지금 당장 시구를 하나 제대로 골라서 가우키에비치와 나에게,
모두에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 주렴! 어서, 페리쿨룸 인 모라(Periculum in mora)! 모두 조심하거라. 누구든지 입을 열기만하면 모두에게 벌을 줄 테니까. 우리는 열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 아이한테 재앙이란
"말이다."
필라슈치키에비치가 일어서서 시 한 구절을 낭송하기 시작했다.
그는 시를 낭송했다. 모두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열광 불능6) 지체하면 위험하다. - P67

에게는 어처구니없는 어리석음이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속에 들어 있는 어리석음, 미래에 드러나게 될 어리석음의 몫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여러분이 너무 일찍 스스로를 한정 짓게 만들어 버리는 것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절대인간적이지 않다. 머지않아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스타일 · 논제 · 슬로건 · 신앙을 위해 죽는 것이 아님을, 그 안에갇혀서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조금 뒤로 물러서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거리를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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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부르는 거야? 왜 소리를 질러? 우리밖에 없잖아......."
그러면서 조시아는 낯짝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나는 힘이없었고, 꿈이 현실을 공격했고, 그래서 나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가 자기 낯짝으로 내 낯짝을 껴안았으니, 난 그녀의낯짝을 내 낯짝으로 껴안아야 했다.
낯짝들이여, 오라! 오냐, 나 그대들을 떠나지 않으리! 누군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누군지 모를 낯선 낯짝들, 내 글을읽을 낯짝들이여! 난 떠나지 않고 그대들을 기다리겠노라! 내몸의 부분들을 한데 모아 보기 좋은 화환을 만들어서 그대들을 맞이하겠노라! 바로 이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는도다. 오라나에게 오라, 와서 마음껏 주물러 섞어 보라! 나를 위해 새낯짝 하나씩을 만들어 보라! 그러면 난 다시 그대들로부터 도망쳐 다른 사람들한테로 달려가야 하리라! 달리고 달리고 달리리라. 인류의 모든 사람들 속을 달려가리라. 낯짝한테 주어지는 유일한 안식처는 바로 다른 낮짝일지니!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이에 다른 인간을 두는 것일지니! 하지만 궁뎅이를 피할 안식처는 없다. 그대들이원한다면 나를 따라 달려라. 낯짝을 두 손으로 감싸고 도망가는 내 뒤를 따라 달려라.
이제 끝이다. 트랄랄라.
이 책을 읽을 사람한테 한마디 하겠다. 제기랄!
WG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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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작은 가방에 최고ㅏ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챙기고 모자를 썼다. 지겹다. 현대적인 여고생이여, 안녕, 핌코여, 안녕. 아니,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다시 만날 리는 없으니까, 영원히 안녕......!
홀가분해진 나는 마침내 그곳을 벗어났다. 조심스레 아주조심스레 구두의 먼지를 털었고, 등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멀어져 갔다. 아니다. 멀어져 갔다 혹은 떠났다. 라기보다는 그냥 갔다. 고전적인 현학자 핌코가 정말로 날 얼간이로 만든 적이 있었나? 내가 정말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나? 현대적인 남자로 현대적인 여자와 함께 있었나? 침실에서 춤을 추고, 파리의 날개를 떼어 내고, 욕실 안을 훔쳐보고, 이하 등등... 내가 그 모든 걸 정말 했나? 정말로 궁뎅이, 낯짝, 장딴지, 이하 등등.....⋯을 다 겪었나? 그렇다. 이제 아무것도 없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현대적인 인간도 구닥다리도, 학생도소년도, 성숙한 사람도 풋내기도.... 아무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똑바로 걸어서 여기를 벗어나자. 이곳에서 멀어져 똑바로 가자. 추억까지도 다 버리자. 아! 다 상관없어지면 행복하리라! 다 잊으면 행복하리라! 당신 안에서 모든 게 죽어 버렸고 새로 태어날 시간은 아직 없다면! 오! 죽음을 위해, 자기 안의 모든 것이 죽어 버렸고 이제 자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안에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다는 걸, 그 무엇도 섞이지않았고 들어 있지 않다는 걸 느끼기 위해 살 가치가 있다. 그곳에서 멀어질 때, 내가 그냥 가 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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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쓰인 글을 아이들이 읽고 나자 운동장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았다 우리가 순진하다고? 우리,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이미 여자를 아는 우리가?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빈정거림이 섞인 웃음은 조심스럽지만 강력했다. 순진한 늙은이 같으니! 순진하기도해라! 세상에! 어쩌면 저리도 순진할까! 하지만 나는 곧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길게 이어진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웃음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단호해졌다그러니까 너무 인위적으로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지? 왜 웃음이 끝나지 않는 거야? 나는 잠시 뒤에야 권모술수에 능하고악마적인 핌코가 아이들에게 어떤 독을 감염시켰는지 알 수있었다. 삶과 유리된 채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낸 아이들은 순진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전혀 순진하지 않으면서,
정말 순진하면서, 그렇게 순진했다! 절대로 순진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 속에서 순진했다! 여자를 품에 안고 있어도 순진했다! 다투고 싸움을 벌일 때도 순진했다. 시를 낭송할 때도 순진했다. 당구를 칠 때도 순진했다. 먹을 때도 잘 때도 순진했다. 순진하게 행동할 때도 순진했다. 피를 흘릴 때도, 누군가를 고문하고 범하고 저주할 때조차도, 그리니까 순진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뭐든지 다 할 때조차도 싱스러운 순진함이 아이들을 위협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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