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작은 가방에 최고ㅏ으로 필요한 물건을 모두 챙기고 모자를 썼다. 지겹다. 현대적인 여고생이여, 안녕, 핌코여, 안녕. 아니, 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다시 만날 리는 없으니까, 영원히 안녕......!
홀가분해진 나는 마침내 그곳을 벗어났다. 조심스레 아주조심스레 구두의 먼지를 털었고, 등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멀어져 갔다. 아니다. 멀어져 갔다 혹은 떠났다. 라기보다는 그냥 갔다. 고전적인 현학자 핌코가 정말로 날 얼간이로 만든 적이 있었나? 내가 정말 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나? 현대적인 남자로 현대적인 여자와 함께 있었나? 침실에서 춤을 추고, 파리의 날개를 떼어 내고, 욕실 안을 훔쳐보고, 이하 등등... 내가 그 모든 걸 정말 했나? 정말로 궁뎅이, 낯짝, 장딴지, 이하 등등.....⋯을 다 겪었나? 그렇다. 이제 아무것도 없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현대적인 인간도 구닥다리도, 학생도소년도, 성숙한 사람도 풋내기도.... 아무도 없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똑바로 걸어서 여기를 벗어나자. 이곳에서 멀어져 똑바로 가자. 추억까지도 다 버리자. 아! 다 상관없어지면 행복하리라! 다 잊으면 행복하리라! 당신 안에서 모든 게 죽어 버렸고 새로 태어날 시간은 아직 없다면! 오! 죽음을 위해, 자기 안의 모든 것이 죽어 버렸고 이제 자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안에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다는 걸, 그 무엇도 섞이지않았고 들어 있지 않다는 걸 느끼기 위해 살 가치가 있다. 그곳에서 멀어질 때, 내가 그냥 가 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 -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