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쓰인 글을 아이들이 읽고 나자 운동장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았다 우리가 순진하다고? 우리,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이미 여자를 아는 우리가?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빈정거림이 섞인 웃음은 조심스럽지만 강력했다. 순진한 늙은이 같으니! 순진하기도해라! 세상에! 어쩌면 저리도 순진할까! 하지만 나는 곧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길게 이어진다는 사실을깨달았다. 웃음은 잦아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단호해졌다그러니까 너무 인위적으로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지? 왜 웃음이 끝나지 않는 거야? 나는 잠시 뒤에야 권모술수에 능하고악마적인 핌코가 아이들에게 어떤 독을 감염시켰는지 알 수있었다. 삶과 유리된 채 학교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낸 아이들은 순진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들은 전혀 순진하지 않으면서,
정말 순진하면서, 그렇게 순진했다! 절대로 순진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 속에서 순진했다! 여자를 품에 안고 있어도 순진했다! 다투고 싸움을 벌일 때도 순진했다. 시를 낭송할 때도 순진했다. 당구를 칠 때도 순진했다. 먹을 때도 잘 때도 순진했다. 순진하게 행동할 때도 순진했다. 피를 흘릴 때도, 누군가를 고문하고 범하고 저주할 때조차도, 그리니까 순진함에 빠지지 않기 위해 뭐든지 다 할 때조차도 싱스러운 순진함이 아이들을 위협했다! - P40